[클릭 TV]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전국적 관심을 끌어내는 드라마를 '국민 드라마'라 한다. 많은 '국민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았으나 그 어떤 국내 드라마도 3편까지 제작된 사례는 없다. 9월 19일부터 방영된 MBC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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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MBC 제공 |
2006년 시작한 < 거침없이 하이킥 > 과 < 지붕뚫고 하이킥 > (2009)를 잇는 3편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은 부담과 기대를 한몸에 안고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첫 방송에서 12.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로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의 첫 회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엉덩이 모자이크'를 두고 속바지를 입었다, 안 입었다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3편의 인기도 하이킥을 차올릴 기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쏟아지는 방송가에서 시청자들은 왜 유독 < 하이킥 > 에 충성을 바칠까.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은 영화 특수효과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안내상 가족이 부도를 맞고 처남인 윤계상과 서지석의 집에 얹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여기에 땅굴로 연결된 박하선과 사촌동생 김지원의 집 식구들과도 얽힌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돈이라는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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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MBC 제공 |
안내상은 자존심이 강한 마초 가장이지만 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남 집에 산다. 한사코 오지 않으려 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었다. 처남들의 말 한 마디에 자존심이 상한다. 아내인 윤유선은 부도 이후 급격한 스트레스로 폐경을 맞고 신경쇠약 직전이다. 박하선은 동료 원어민 교사인 줄리엔 강의 집을 대신 알아봐주다 "아내가 위암이라 싸게 내놓는다"는 가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사기당한다. 사촌동생이지만 집주인인 김지원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다.
'88만원 세대'인 백진희로 가면 돈은 더 절박한 문제가 된다. 학창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한 추억밖에 없지만 여전히 취업이 안 돼 학자금 대출이 고스란히 남았다. 대출 상환일은 다가오지만 취업은 아직도 요원하다. 면접에서 짜장면을 10초 만에 먹지만 인턴사원 자리에도 앉지 못한다. 고단한 삶을 하고 있는 백진희는 오랜만에 만난 동아리 모임에서 익지도 않은 삼겹살을 씹지도 않고 삼킨다. 반년 만의 육식이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한계상황을 많이 겪게 되는 사람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겠다"는 김병욱 PD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돈 앞에서 '양반'은 없다.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밑바닥 상황은 역설적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이종석은 또래인 강승윤이 거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건넨 피자와 치킨을 한사코 안 먹겠다고 하면서도 몰래 먹어 웃음을 줬다. 먹고 '싸는' 문제와 연결되면 웃음은 더 쉽게 터진다. 돈 때문에 항문외과를 선택한 의사 이적은 돈은 많이 벌지만 매일 항문만 보는 문제에 직면한다. 백진희가 엉덩이를 드릴로 긁혀 앉지도 서지도 못하면서 흐느적거린다. 박하선은 집 밖에서는 '일'을 보지 못하고 변비로 고생한다.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자유로울 순 없지만 숨기고 싶은 저 밑바닥으로 내려갔을 때 마음은 누그러지고 웃음은 편해진다.
<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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