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만 먹는 '못난이 물고기' 괴도라치, 맛은 끝내주네

가을, '괴도라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름만 들으면 다소 생소한 이 생선은 전복을 먹고 산다 해서 일명 '전복치'로도 불리며 가을이 되면 미식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등지느러미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고 머리 모양이 괴물을 닮아 괴도라치라고 하지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못지않게 별미인 데다 잡기도 쉽지 않은 귀한 어종이다.
지난 9월30일 오후 괴도라치 주산지인 강원 속초시 동명동 동명항을 찾았다. 주산지라고는 하지만 이날 10여척의 어선들이 잡은 괴도라치는 2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어선 한 척당 괴도라치가 1 ~ 2마리밖에 잡히지 않는 셈이다. 어쩌다 새우 잡는 통발에 1 ~ 2마리씩 걸려든 게 전부라고 한다. 이에 따라 선주들도 "괴도라치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정윤재(34) 속초수협 위판장 현장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명항에서 하루 40마리 정도의 괴도라치가 잡혔지만 저온현상 등으로 인해 해수온도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면서 한류성 어족임에도 불구하고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희소성 때문에 한 마리당 가격이 다른 생선에 비해 2배나 비싸다"고 말했다.
농어목 장갱잇과에 속하는 괴도라치는 차가운 물에 사는 어종으로 강원 속초와 고성 앞바다, 일본 북부, 러시아 해안의 수심 20 ~ 30m의 암반과 만에 서식한다. 아무리 커도 55㎝를 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머리에는 피질돌기가 있어서 험악하게 생겼고 다른 나라에서는 식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산업적인 가치가 없어 어획량, 성분, 효능 등 괴도라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베도라치 치어로 말린 '뱅어포'를 괴도라치 치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나오는 것도 이런 부족한 정보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멍텅구리', '늑대물고기' 등과 함께 '못난이 물고기 삼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복을 먹고 산다고 해서 '전복치'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어떤 먹이를 먹는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복치라는 이름 덕분에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다 희귀성과 독특한 맛으로 인해 미식가들로부터 가을철 별미 중에 별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10여년 전부터 괴도라치 회를 먹기 위해 속초, 고성 등지를 찾는 미식가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박정호(36)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관심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괴도라치에 대한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고 어획량도 조금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8개의 점포가 몰려 있는 동명항 활어판매장에서 17년째 공주상회를 운영하는 유순(여·61)씨는 "전복치는 겉모습은 험악해도 씹을수록 쫀득쫀득하고 담백해 한번 맛본 사람은 다른 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에서 전복치 회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만 현지에서 횟감으로 판매되는 괴도라치는 40㎝ 정도 크기의 800g짜리가 한 마리에 5만원 정도다. 하지만 회를 떠 머리와 돌기 부분을 제거하면 양은 절반을 약간 웃돌 정도에 지나지 않아 3~4인 가족이 먹으려면 2마리(10만원)를 구입해 회와 함께 매운탕을 먹는 것이 적당하다. 활어센터에서 만난 박희수(48·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씨는 "동해안으로 출장을 올 때면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괴도라치 회를 즐겨 찾는다"며 "살이 연하고 쫄깃해 식감이 좋다"고 말했다.
속초 = 고광일기자 kik@munhwa.com
▶ 효능… 비타민·칼슘 풍부, 정력에 좋다는 說도
▶ 요리… 100% 자연산 회, 미식가들 으뜸 평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