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배병우, "자연스러운 소나무 곡선이 한국의 美"

지난달 29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종로 창덕궁에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기자가 내심 날씨를 걱정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 와도 영업은 해야지. 내 이름이 '병우(炳雨)'잖아. 불꽃 병(炳)과 비 우(雨). 햇볕이 쨍쨍 쬐도, 비가 와도 사진을 찍을 운명인 게지. 허허." '소나무 작가' 배병우(裵炳雨ㆍ61)는 그날 그렇게 검은 우산을 쓰고 삼각대와 파노라마 카메라, 노출계를 들고 창덕궁 곳곳을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올해로 화업 40년, 환갑을 넘은 작가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소나무 사진 한 장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작가 배병우를 만난 것은 그의 '미니 회고전'이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8일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때마침 경주에서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가 열린다. 서울 금산갤러리에서는 그가 최근 뉴칼레도니아 섬에서 찍은 바다 사진이 걸린다.
"홍대 재학시절부터 사진을 찍었으니 화업이 40년 됐지. 창덕궁을 처음 찍은 것도 1970년도야. 그래도 사진을 팔아 생계가 가능해진 건 10년밖에 안됐어. 이촌동 집을 산 것도 그렇고." 배병우는 후배인 구본창, 김중만과 함께 국내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전 세계를 다 돌아다녀도 한국이 제일 아름다워. 중국은 크지만 아름답지는 않아. 아름다움은 작은 것에서 나오지." 그는 창덕궁 안 수양버들과 소나무들을 가리키며 "얼마나 자연스러우냐"고 되묻고는 "나무들이 인위적이지 않고 잘 배치돼 있다"고 감탄했다. 그리고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은 석굴암이야. 석굴암 부처는 여성도 남성도 아니고, 배가 나왔는데도 아름다워. 그건 서양에서 말하는 물리적인 황금비례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 영겁의 느낌에서 아름다움이 나오기 때문이지." 그는 프랑스에서 반환돼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됐던 외규장각 의궤가 "정말 아름다웠다"며 "고려 불화도 우리 문화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이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상실했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 같아." 이야기가 깊어지자 그와 함께 다다른 곳이 후궁들의 거처다. "이 공간이 얼마나 긍정적이야. 창덕궁에는 두 군데 민가가 있어. 연경당(演慶堂)과 후궁들의 집이지. 후궁 민가는 우리나라 고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야. 여기는 민가라서 궁궐과 절에만 칠할 수 있는 단청이 없어. 그래서 더 예뻐. 대조전(왕비 침실)은 권위적인데 비해 여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배병우 이름 석 자가 대중적으로 각인된 계기는 지난 2005년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이 그의 소나무 사진 한 장을 2800만원에 구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엘튼 존은 소나무를 성적(性的)으로 생각해서 구입했을 거야. 원래 내 의도도 건강하고 씩씩한 소나무를 담는 거지. 남성적으로." 사실 소나무보다 그가 좋아하는 대상은 바다다. 바다에 비와 태풍까지 몰아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번 소나무 작가로 브랜드화되니까 다른 것 찍기가 어려워. 바다 사진을 더 좋아하는데, 사진 10점이 팔리면 9.5점이 소나무 사진이니 어쩔 수 없지." 그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여수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리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유도선수였던 덕에 그는 지금도 20대 조수보다 더 빨리 산을 탄다. 그에게 예술은 뭘까. "예술가는 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기생과도 같아. 그들이 작품을 사줘야만 예술을 하지.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는 우주를 관통해야지. 내가 소나무 사진으로 30년간 일관되게 경지에 오르려고 하는 것처럼…." 인터뷰가 끝날 무렵 창덕궁 뜨락에서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한두 그루씩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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