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신(新)가을의 전설, '게임 잘 아는' 허영무를 만나다

2011. 9. 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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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강영훈 기자]나에게 게임은 생활, 최대한 빨리 대회 열렸으면

진에어 스타리그 2011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허영무바야흐로 완연한 가을이다. e스포츠 팬이라면 당분간 '가을' 하면 '가을의 전설' 이 떠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진에어 스타리그 2011 결승전의 임팩트는 컸다. 삼성전자의 허영무가 새롭게 부활시킨 가을의 전설은 침체에 빠진 업계와 팬들에게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됐다.

그래서 포모스에서는 우승자 허영무의 라이브인터뷰를 추진했다. 원래부터 밝은 성격의 허영무는 사석에서 만나면 마치 친동생처럼 친근하고 매력 있는 선수다. 우승에 대한 기쁨, 그 동안 듣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허영무와의 즐거운 대화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 우승 그 이후, "벌써 스타리그 2회 우승을 꿈꾼다고?"

라이브인터뷰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준 허영무스타리그 우승 이후에 굉장히 쉬고 싶었지만 알려진 것처럼 게임단 워크숍도 있었고 본사에서 하는 사인회 등 계속되는 이벤트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승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행사가 많이 잡혔다. 어제는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에서 이벤트가 있어서 사인회를 하고 왔고, 내일은 휴대폰을 직접 만드는 공장에 가기로 했다. 거기에 가서 사인하고 병구 형이랑 팀플레이도 할 예정이다. 또 그 스케줄까지만 끝나면 바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간다. 추석 연휴 때 혼자서 못 쉬었기 때문에 늦은 휴가를 가게 됐다."

"우승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

"스스로의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너무 기뻐서 그런지 몸에서 반응이 온다. 아침에 눈도 일찍 떠지고. 어쩔 때는 스타리그 2회 우승하는 꿈도 꾸고 그런다. 그 외에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게 달라졌다. 인터뷰 하기 전에도 남학생 두 명이 와서 들으란 듯이 '정명훈 응원했었는데'라며 얘기하더라. 내 팬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알아봐 주는 팬들이니까 좋다."

아쉽게 패한 정명훈의 팬들이 허영무를 테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허영무는 이 얘기를 하면서 얼마 전에 정명훈이 배틀넷 상에서 '우승 축하한다'고 먼저 말을 걸어 왔다며 "참 괜찮은 친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으로 고향이 같은 허영무와 정명훈의 예전 스토리에 대해 들어 보지 않을 수 없다.

▶ 정명훈과의 인연

장난기 가득한 허영무의 표정"명훈이랑은 아마추어 때부터 많이 만났다. 대회 장소에서 인사도 하고 아는 척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또 스타리그 결승전 전에 명훈이가 "커리지 매치에서 형한테 2:1로 졌었는데 형은 기억도 못하지? 패자만 기억하는 씁쓸한 세상이야"라고 웃으면서 얘기하더라. 기억을 못해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얘기해 줄 수 있다. "명훈아, 스타리그 결승에서 이겼던 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웃음)

허영무는 아마추어 시절 대회에서 현재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선수들과 많이 만났었다고 한다.지금 잘하는 선수들 중에서 이제동이라든지, 신상문 등과 다 친했었다고. 김재훈과 권수현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제동에게는 아마추어 결승 때 3:1로 이긴 적도 있다며 무용담을 늘어놨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는 "제동이가 날라 다니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동의 활약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단다.

이제동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또 있다. 한 때 '천하제일스타대회'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2007년의 하이 서울 페스티발 스타크래프트 대회 얘기다. 연습생들부터 쟁쟁한 선수들 모두 참가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였는데 여기서 당시 삼성전자 연습생 신분이던 허영무는 결승까지 가는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이제동이라는 폭군을 만나 좌절하긴 했지만 대단한 이변이자 허영무를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런 대회가 또 열렸으면 좋겠다. 흥미롭기도 하고 진정한 실력자를 가릴 수 있기도 하다. 연습생 시절이면서 '허필패'라는 얘기를 들을 때였는데 경기장에서 긴장을 전혀 안 하게 되니까 실력 발휘가 되더라. 아마 4강까지 한 번도 안 진 것 같은데 그 때 프로리그에서도 삼성전자와 화승이 1, 2위를 다투던 시절이었다. 그 날 대회도 구성훈 대 허영무, 송병구 대 이제동의 4강전이 성사됐고 결국 최후의 1인은 이제동이었다."

▶ 허영무, 그는 어떤 스타일의 프로토스인가

허영무와 송병구의 스타일은 정반대이다?!옛 시절 얘기가 나온 김에 신인들에게나 물어볼 법한 질문을 던졌다. 그가 쓰고 있는 아이디 '장비'는 어디서 왔을까.

"아주 예전에 길드에서 만난 형인데 같은 종족이었고 굉장히 고수였던 형이 있었다. 그 형 아이디가 '유비'였는데 왠지 내가 장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삼국지를 한창 좋아했을 때였는데 관우는 의외로 싸우는 장면이 많이 안 나왔다. 이상하게 1:1로 많이 싸우고 전투력을 과시하는 장비에게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져서 고르게 됐다. 형 동생 사이로 친하기도 했고 그 형이 테란전에 대한 개념을 많이 알려 주기도 했다."

성공한 이의 옛날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그렇게 잘한다던 허영무의 유비는 프로게이머가 됐을까? 답은 NO! 그는 현재 군복무를 마치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걸 보면 실력이 좋다고 다들 프로게이머가 되고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허영무는 그런 케이스로 절친 김재훈을 꼽았다.

"재훈이는 내가 봐도 정말 잘한다. 친해서 자주 만나고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얼마 전에도 만났었다. 재훈이는 한마디로 방송에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거다. 경기장에 가서 실전에 들어가면 손에 땀이 많이 나고 해서 마우스가 미끌어 지고 그래서 보약을 먹기도 하고 그랬다. 프로게이머가 처음 되고 나서 경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서인지 서로 플레이 스타일도 거의 비슷하다. 아이디를 가리고 하면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다. 예전에 (이)성은이 형도 경기 장면만 보고 허영무 아니면 김재훈이라고 딱 그랬던 기억이 난다. 재훈이가 평소처럼만 하면 좋을 텐데 나중에 재훈이 얘기도 인터뷰를 통해 들어 봤으면 좋겠다."

방송 무대에서 2%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재훈.김재훈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니. 막연하게 송병구와의 플레이 스타일만 비교했던 기자는 허영무가 생각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궁금해 졌다.

"병구 형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우리 팀 프로토스만 놓고 보면 스타일 분류가 쉬운데 일단 수비의 끝에 송병구, 공격의 끝에 임태규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유병준이 병구 형에 가깝고 내가 태규 쪽에 더 가깝다."

삼성전자는 프로토스 라인이 강력한 팀이다. 특히 팀 내에는 송병구라는 걸출한 프로토스가 버티고 있다. 해설자들이 허영무의 캐리어를 보고 송병구의 이름을 실수로 부를 정도로 허영무의 존재감을 앞서는 것에 대해 선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프로답지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팀 내에서 라이벌 의식은 없고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다. 서로 잘했으면 하는 거지."

▶ 힘든 시기를 거쳐 정상에 서기까지 가족들의 도움 컸다

다시 결승전 얘기로 돌아와서 허영무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고 나서 어머니가 무대 위에 올라가 허영무 선수를 안고 뭐라고 귓속말을 하시던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정말 잘했다. 우리 아들. 정말 잘했어' 그러시더라. 어머니가 결승전에 올라갔을 때마다 오셨는데 준우승하는 모습만 보여 드렸었다. 그러다가 슬럼프에 빠지고 패왕 취급을 받게 됐는데 되고 그 후부터 어머니는 내가 다시 잘해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연패를 했을 때 게임을 포기하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하다. 게임도 이겨야 재미를 느낄 텐데."

"부모님이랑 네이트온을 종종 하는 편이다. 한 때 너무 힘들어서 네이트온으로 '엄마, 나 이제 못해먹겠어.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그렇게 힘드냐'고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엄마 소원이니까 꼭 우승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라고 하시더라. 그 일이 있고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아버지도 내가 게임을 하면서부터 경기를 직접 챙겨 보시는 편인데 내가 잘해야 집안이 더 화목해지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 때는 게임이 너무 안 풀려서 침대에 혼자 누워 있는 시간도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가을의 전설을 만들었으니 굉장히 뿌듯하겠다."

"여태까지 이렇게 힘들게 우승한 선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더 뿌듯하다. 그 시기가 굉장히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봐도 멋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온 느낌이다."

"좋은 얘기다. 어떤 말이든 경험자가 직접 얘기했을 때 더 힘을 받는 것 같다. 한 마디만 더 해준다면."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 좌절하는 것보다 '할 수 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는 언젠가는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힘들지만 안 될 때도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지금 잘하는 선수들 보면 연패를 많이 안 하는 걸 알 수 있다. 그 선수들 모두 마인드 하나만큼은 정말 훌륭한 거다. 배워야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깊은 연패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 드디어 물었다. "허영무에게 게임이란?"

겜알못에서 겜잘알까지. 허영무의 생각은?포털 사이트에서 허영무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가장 먼저 뜨는 것은 '게임 알지도 못하는 놈들아'다. 이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은 그 동안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그 사건이 터지고 난 뒤 그렇게 비난했던 팬들조차 이제는 '니가 진정한 '겜잘알'이다'라며 댓글을 달아 주고 있으니 허영무는 과연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겜알못'. '겜잘알' 등 여러 얘기가 있었고 우승하고 나서도 그런 댓글들이 많이 보였다. 예전에 정말 이기고 싶었던 게임이었는데 졌을 때였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던 것은 나였는데 빌드에서 지고 결국 게임에 졌다. 그런데 보니까 '왜 게임하고 있냐. 은퇴나 해라' 등등 심한 비난성 댓글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답답한 나머지 팬들에게 그런 얘기를 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

빨리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허영무"잘 알겠다. 그럼 마지막 질문, 허영무에게 게임이란?"

"음..예선에서부터 힘겹게 와일드 카드전을 통해 올라갔고 본선에서도 재경기 끝에 스타리그 최후의 프로토스로 남았던 것. 이영호를 만났을 때 모두 내가 질 거라고 예상했던 일, 4강에서 만난 어윤수, 결승전 정명훈과 싸울 때도 모두 내가 이길 거라는 생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결승전 최후의 5세트까지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나에게 게임이란 이런 과정 모두, 매 순간 순간이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는 것. 누구나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직업인 것. 프로게이머 허영무에게는 삶 자체가 바로 게임이 아닌가 싶다.

허영무는 우승한 뒤라서 그런지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마치 술을 먹은 것처럼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고 했다. 만약 MSL이 열리고 있다면 연습도 두 배로 했을 것 같고 또 우승까지 노려보고 싶었다는 그는 스스로 '내가 어딜까지 갈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했다.

하루 빨리 MSL, 스타리그, 프로리그가 다 열려서 게임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친 허영무는 누가 봐도 '겜잘알', 천상 '프로게이머'였다.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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