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권 "와이파이 잘 떠요?" 13만번 외치고 진짜 뜬 괴산 청년(인터뷰)

[TV리포트 김범석 기자] 휴대전화 매장을 찾은 손님이 대뜸 묻는다. "이거 와이파이 잘 떠요?" 마진 좋은 휴대폰 팔 생각에 슬쩍 화제를 돌리는 매장 직원. 그런데 손님이 또 묻는다. "근데 이거 와이파이 잘 떠요?" 체념한 직원 왈. "아~ 와이파이 잘 뜨는 거 찾으시는구나."
모 통신회사 CF에 출연해 와이파이 잘 뜨는지 물었던 신인 연기자 김사권(28)은 "친구들 만나면 '잘 지냈냐' 대신 '야, 와이파이 잘 뜨냐'고 놀림 당하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기분은 최고"라며 웃었다. 15초 광고에선 와이파이 잘 뜨냐는 질문이 딱 세 번 나오지만 "촬영장에선 같은 말을 1000번은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살짝 쳐진 선한 눈매 때문에 0.1초 류시원이 보였다.
"종로에 있는 한 휴대폰 매장에서 8시간 동안 촬영했어요. 대사가 진짜 딱 한 마디였죠. 각 지역 사투리 버전까지 수십개 준비해갔고, 현장에서 졸면서 하는 버전, 무심코 내뱉는 버전, 멋지고 세련된 도시 버전 등으로 정말 많이 찍었어요. 그중 황범선 감독님이 멋지고 위트있는 장면을 골라주셨죠."
매장 직원으로 출연한 모델도 동갑이었고 같은 신인 연기자라 호흡이 척척 맞았단다. 김사권은 "50편이 넘는 광고를 찍었지만 상대 모델에게 말을 놓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요즘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했다. 워낙 물량 공세가 많았던 광고라 극장까지 합하면 김사권의 '와이파이' 질문이 13만번이 넘는다고 한다.
동국대 연극학과 출신인 김사권의 고향은 고추로 유명한 충북 괴산. 이곳 출신 연기자가 없어 자신이 꼭 1호가 돼 고향에 프래카드를 걸고 싶다는, 욕심 충만한 괴산 청년이었다. 원래 대전대 02학번인데 경영학 전공이 안 맞아 포기하고 공군에 지원했다. 동국대는 늦깎이 06학번.
"청주고 1학년 때 송승헌 소지섭씨에 이어 스톰광고 모델이 되고 싶었는데 단신이라 지원서를 찢어야 했어요. 당시 키가 162cm였는데 고교 3년간 20cm나 자랐어요. 하루에 우유를 1리터씩 마셨거든요.(웃음)"
대학에선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워크숍 공연 때마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며 겸연쩍어 했다. 1학년 때 공연한 '우리읍내'에서 해설자를 겸한 주인공 무대감독을 연기한 게 가장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시골서 갓 올라온 부모님이 노인 분장한 제 모습을 보고 '너 왜 이렇게 됐냐'며 깜짝 놀라셨죠.(웃음) 고향집 바로 옆에 '임꺽정' 작가 홍명희 선생 생가가 있는데 그곳과 공설운동장에서 자주 열린 마당놀이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꿨어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1남2녀 중 막내인 김사권은 "누나와 자취 생활하는데 제가 나온 광고가 TV에 나올 때마다 가족들이 아직도 신기해한다"며 "송지효씨랑 막걸리 광고를 찍었는데 신인들을 잘 챙겨줘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이병헌과 하정우. 그는 "중앙대 연영과 후배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하정우씨는 전설적인 선배로 통한다"며 "이미 학창시절 때부터 빼어난 연기력과 성실함으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이기찬의 '미인' 정재욱의 '그만하자' 뮤직비디오에 이어 단편영화 '러브스토리' '첫눈에 반하다'에도 출연한 김사권은 "서빙과 포장이사, 돌잔치 사회까지 안 해본 알바가 없는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이병헌 하정우씨에 버금가는 감정 노동자가 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범석 기자 kbs@tvreport.co.kr사진=이새롬 기자 saeroml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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