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이지 않는 파스의 비밀? 도마뱀에게 물어보세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성경구절은 비단 책 속에만 있지 않다. 가장 새롭고 발전한 과학기술도 실은 주위에서 늘 마주치는 생물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많다. 끈적이지 않는 의료용 패치, 실로 꿰매지 않고 상처 부위에 풀처럼 바르는 수술용 접착제…. 모두 인간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모습에서 출발한 최첨단 과학기술이다. 과학자들은 기술적 한계를 넘어 이제껏 없었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다시 자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게코도마뱀 발…30번씩 쓸 수 있는 파스에 적용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제일 흔한 생물 중 하나가 게코(gecko)도마뱀이다. 바닥에서 슬슬 기어다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잽싸게 네 다리를 휘저으며 사라진다. 순식간에 기둥 옆으로 기어올라가거나 천장 위에 거꾸로 매달리는 도마뱀이지만,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점액도 남지 않는다. 끈적이는 액체를 내뿜으며 매달리는 달팽이 등과 달리 발에 붙은 미세한 털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게코도마뱀 발바닥에는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털들이 촘촘히 붙어 있다. 이 털들은 각기 바닥이나 천장 등 표면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 털 수백만 개가 모이면 도마뱀 몸무게도 지탱할 만한 접착력이 생긴다.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이 게코도마뱀 발바닥 구조를 이용해 피부에 잘 붙는 건식접착 패치를 개발했다. 물기나 끈끈한 접착물질 없이 건조하지만 거친 피부에도 잘 붙는다. 실리콘계 고분자로 만든 패치 접착면에 도마뱀 발의 털 역할을 하는 미세돌기를 새겨넣었기 때문이다. 이 미세돌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 개인 피부에 맞는 맞춤형 패치를 만들 수 있다.
관절염이나 통증에 붙이는 파스, 담배를 끊을 때 쓰는 니코틴 패치 등 의료용 패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패치는 기존 의료용 패치보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끈끈한 접착물질을 사용해 피부에 부착한 패치는 한 번 떼어내면 접착성이 떨어져 다시 붙이기 어렵지만 서 교수팀이 개발한 건식패치는 재사용할 수 있다. 떼었다가 간단히 세척한 후 다시 붙여도 30회 이상 접착력이 유지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 화학물질 접착 패치 대비 40% 수준인 접착력만 높이면 상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 바위에 딱 붙는 홍합 족사는 강력접착제와 면역센서로 흔한 식재료인 홍합에도 첨단 기술 원천이 숨어 있다. 세찬 파도가 아무리 몰아쳐도 끄떡없이 바위에 붙어 있는 홍합의 접착력은 하얀 실 모양 발(足絲)에서 나온다. 홍합은 딱딱한 껍데기 틈새로 하얀 실을 뿜어내는데, 이 단백질이 홍합을 바위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이 홍합의 접착단백질을 연구 소재로 삼았다. 차 교수팀은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이나 바위 같은 거친 표면에 모두 잘 붙는 홍합접착단백질을 몸속 항원과 항체를 고정시키는 '고리(링커)'로 개발했다. 홍합접착단백질과 항체결합단백질을 결합해 고기능성 항체 고정화용 링커를 만든 것.
우리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이나 특정 호르몬(항원)을 검사할 때는 몸속 항원과 잘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몸속에 넣는다. 항원과 항체가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을 보고 '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이때 홍합접착단백질과 항체결합단백질이 만나 만든 '퓨전단백질'이 이 항체가 항원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시킬 수 있게 돕는다. 차 교수팀은 "이 링커가 항체를 정확한 위치에 잘 붙이게 되면 더 정확하고 더 민감한 면역센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진단용 시약이나 신종플루 감지 센서가 바로 면역센서다.
◆ 나방 눈처럼 우둘투둘한 유리ㆍ투명도 훨씬 높아 더 투명하고 매끈한 유리를 만드는 아이디어도 실험실 밖에서 얻는다. 한국기계연구원 자연모사연구실 김완두 박사팀은 나방 눈 구조를 본뜬 나노구조 유리판을 개발했다. 나방 눈은 유리구슬처럼 매끈하지 않다. 나방 눈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축구공처럼 각이 진 돌기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야행성인 나방이 어두울 때도 주위를 잘 분간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에 있는 돌기가 빛 투과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김 박사팀은 유리 표면을 깎아 100~200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돌기가 빽빽하게 들어차도록 만들었다. 이 유리판은 빛을 95%나 투과시킨다. 투과율이 88%에 불과한 일반 유리보다 투과율이 7%포인트나 높다.
이 유리판으로 태양전지 모듈을 만들면 빛 투과율이 높아 태양전지 효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김 박사는 "태양전지용 유리로 쓰면 태양전지 효율이 기존보다 10%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진 기자] ▶ [화보] 고소영-장동건 공항패션, 이번에도 완판?
▶ 캔, 세미트롯 `내사랑간장게장` 발표 `게장업체와 협력`
▶ 김병만 군 면제, '해병대 가고 싶었지만 키 때문에...' 고백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