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씨 "의경으로 시위 채증 사진 찍다가 사회를 보는 눈 달라져"

입력 2011. 8. 8. 20:55 수정 2011. 8. 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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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우사진상 등 잇단 수상… 젊은 기대주 최원준씨경찰서·집창촌·지하벙커 등 소외되고 폐쇄된 공간 촬영"이면의 감춰진 요소에 관심"

실업계고 3학년 때 취업을 위해 다닌 직업학교에서 사진기술을 익힌 게 전부였다. 아르바이트 삼아 상업사진을 찍다 의경으로 입대해 우연찮게 사진 채증 업무를 맡았다. 집회시위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최근 사진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작가 최원준(32)씨의 얘기다. 의경으로 근무한 2002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경찰서, 집창촌, 뉴타운, 콜라텍, 지하벙커, 미군부대 등 도시 속 공간을 찍어왔다. "치열한 집회현장에서 그간 몰랐던 사회현상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고, 사진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비춰보고 싶었지요. 특히 흔히 접하는 공간의 이면에 감춰진 요소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어요."

최씨는 주로 도시의 소외되거나 폐쇄된 공간을 찍는다. 인물은 사라지고 공간만 덩그러니 남은 경찰서 집무실 사진에는 규율, 권위, 폭력 등 보이지 않는 질서가 배어있고, 여의도 지하벙커나 의정부 군사시설, 파주 미군부대에는 냉전의 긴장감이 녹아있다. 그는 "지하벙커나 파주 미군부대 등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장소와 다름없다"며 "하지만 이곳에는 군사문화라든지 토건주의문화가 잔존해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소 1년 6개월 이상씩 투자해 집요하게 특정공간을 찍어내는 그의 작업은 찰나의 포착에 방점을 찍는 사진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며 주목을 끌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제2회 일우사진상 수상에 이어 올해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프랑스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 작가 거주 프로그램(레지던시)과 1년간 프랑스 체류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삼성 시테레지던시'프로그램에 동시에 선정됐다. 내달 결정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3명에도 포함돼 9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열리는 미술상 후보전을 통해 신작들을 선보인다.

그는 신작 '물레'에서도 공간을 다뤘다. 서울 문래동 철공소가 배경이다. 5ㆍ16군사정변의 발원지이자 탱크의 포신을 만들었다는 풍문이 돌았던 군수공장지대는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그 틈을 예술가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공간의 외형은 달라졌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박정희 군사정권의 영향력이 남아있다. 그런 시각을 이번에는 사진 대신 영화로 풀었다. 한 예술가가 박정희의 흉상을 녹여 권총을 만들고, 그 권총의 오발탄에 예술가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실제 문래동 예술가와 노동자의 인터뷰, 작업모습도 담았다.

최씨는 "주위가 온통 아파트로 둘러싸인 문래동 철공장 지대는 마치 섬처럼 남아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곳"이라며 "성격은 바뀌었지만 예전 5ㆍ16정변의 마지막 회의장소였던 벙커나 문래공원에 세워진 박정희 흉상 등이 있어 '끝나지 않은 박정희의 망령'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고 했다. 사진 대신 영화를 택한 것은 단편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보다 이야기 구조를 담아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에게 사진은 기록, 수집이 아닌 작가의 시선이다. 그는 "사건을 찍기보다 내 나름의 필터를 통해 바라본, 그 사건의 사회적 배경이나 맥락 등을 작품화하고 싶다"고 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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