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사찰에서 나만의 휴가, '전등사 템플스테이'










최근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도 걱정거리다.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휴가란 무엇인가'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휴가가 아닌가.
아직 휴가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조용한 곳으로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 방법 중 하나로 인천 강화도에 있는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전등사는 수도권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템플스테이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산사에 묵으며 불교문화와 자연환경을 느끼는 불교 체험프로그램이다.
지난 주말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전등사로 향했다. 약 2시간 만에 전등사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종무소에 들러 템플스테이 체험을 위해 간단한 등록절차를 밟았다. 이후 법복을 받아들고 숙소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은 뒤 법당으로 향했다. 법복으로 갈아입으니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까지 새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법당에서 약 1시간 동안 합장(두 손을 모아 인사하는 것) 과 절하는 방법 등의 사찰예절을 배웠다. 이날 만난 지현스님은 사찰예절 중 묵언(말하지 않는 것)과 차수(사뿐히 걷는 것), 경행(손을 모으고 걷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체험에 나섰다. 스님께 배운 방식대로 절을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불교의 절은 차례를 지낼 때와는 조금은 차이가 있다. 보통의 절은 손바닥이 아래를 향하지만 불교에서는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며, 귀까지 손을 올려야 한다. 차근차근 스님을 따라 몇 번 절을 하다 보니 몸에 익숙해졌다.
사찰예절을 배운 뒤 참가자들은 밖으로 나가 사찰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보물 178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이다.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이 건물은 '나부상'의 전설로 유명하다.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지붕 아래에 보이는 나부상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전설에 의하면 당시 대웅보전을 짓던 목수가 마을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목수는 대웅전을 다 지으면 혼인할 생각으로 여인에게 모아둔 돈을 맡겨놓았는데, 공사가 끝날 무렵 여인이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갔다고 한다.
목수는 사라진 여인을 생각하며 힘들어하며 공사를 마무리 지었고, 공사가 끝난 대웅전 지붕아래는 목수가 만들어 놓은 벌거벗은 여인상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부상'이다.
스님은 목수가 만들어 놓은 나부상은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간 여인이 평생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불교적 사랑과 염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웅보전을 둘러 본 뒤 사찰을 돌며 불구(범종, 법고, 운판, 목탁 등. 절에서 사용되는 사물), 전각, 삼귀의(불(佛)·법(法)·승(僧)의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일) 등의 상식과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사불 및 사경'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공양을 했다. 참가자들은 식당에서 각자 정해진 음식을 들고 법당으로 들어갔다. 법당에는 발우(절에서 스님이 쓰는 밥그릇)와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발우는 스님이 쓰는 밥그릇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적당한 양을 담는 밥그릇'이란 의미도 있다. 이를 가지고 식사를 하는 것을 '발우공양'이라 하는데 단순히 밥을 먹는 식사예법이 아닌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눠 먹는 것에서 '평등정신'과 위생적이고 낭비가 없기 때문에 '청결정신'을 담겨 있다고 했다.
공양을 마친 뒤에는 저녁 예불과 참선 명상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덧 시계는 밤 9시를 가르쳤다. 이곳에서는 이시간이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내일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 4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먼저 일어난 스님들은 예불을 드릴 준비로 바빠 보였다. 조심스레 법당으로 들어가 스님과 함께 새벽예불을 드렸다.
바른 자세로 염불을 듣고 있으니 어느 새 마음은 편안해지고, 머리는 맑아지는 느낌이다. 약 30분간의 예불이 끝난 뒤에는 자리를 옮겨 108배를 했다.
스님의 동작에 맞춰 어제 배운 동작대로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몇 번 절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숭숭 맺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긴장한 탓인지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어느덧 새벽 6시. 이 시간에는 발우공양을 하는데 지난번 경험 덕분에 손쉽게 공양을 할 수 있었다.
공양이 끝난 뒤에는 '운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은 비가 온 탓에 간단히 사찰 주변 청소와 방 청소를 했다. 오전 일정이 아쉬워 우산을 쓰고 인근 산책에 나섰는데 비가 촉촉이 내린 숲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맑아 보였다.
잠시 신을 벗어두고 맨발로 사찰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맨발과 맞닿는 흙은 도심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빗물에 적셔진 땅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점심 공양 후 간단한 소감문 작성과 함께 템플스테이는 종료됐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바쁘게만 살아왔던 기자 자신에게도 여유를 찾게 해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 여름에는 인파로 북적이는 바다나 계곡이 아닌 사찰에서 여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곳 템플스테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위와 같은 기본형 프로그램과 사찰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형 프로그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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