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망의 역사를 재조명한다..MBC '계백'




이서진ㆍ조재현 주연..25일 첫 선
(논산=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많은 사람들은 고대국가 백제의 말로를 의자왕의 광기와 삼천궁녀의 눈물, 계백장군의 충의로 기억한다.
그러나 개인의 과오나 희생만으로 680년된 국가의 종말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더구나 역사가 승자의 시선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패망국 백제의 역사는 다시 쓰일 여지가 없지 않다.
25일 첫선을 보이는 MBC 월화사극 '계백'은 계백 장군과 의자왕을 중심으로 백제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역사적 사실에 극적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에는 '주몽' '이산' '선덕여왕'의 김근홍 PD와 '주몽'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참여했다.
타이틀롤인 계백 장군은 배우 이서진이 맡았다. 이서진의 드라마 출연은 2009년 MBC '혼' 이후 처음이며 사극은 '이산' 이후 3년 만이다.
21일 오후 충남 논산 건양대학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은 "'이산'에서 군주의 모습이었다면 '계백'에서는 충신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사극은 안하려고 노력했는데 워낙 훌륭한 인물인 데다 대본이 좋고 같이 일을 했던 감독과 작가라 다시 하게 됐다"며 "지난벌 황산벌 전투 촬영을 하고 너무 힘들어 후회를 많이 했다. 앞으로 정말 당분간 사극은 멀리해야겠다"고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는 계백이 백제 무왕의 사제이자 선화왕비의 호위무사인 무진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무진이 누명을 쓰면서 출생신분을 모르고 자란 계백은 저잣거리에서 의리와 법도를 배우고 살아남는 법을 익힌다.
이서진은 "역사적인 고증이 많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며 "지금은 관련 책을 보면서 인물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인 의자왕은 조재현이 연기한다. 조재현의 드라마 출연은 2008년 '뉴하트' 이후 3년 만이다.
조재현이 연기하는 의자왕은 방탕하고 무능한 군주가 아닌, 개혁과 혁신을 추구했으나 좌절한 인물로 그려진다.
조재현은 "이번 드라마에서 의자왕이 새롭게 조명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의자왕 하면 방탕했던 왕으로, 백제를 멸망시킨 잘못이 많이 부각됐다고 알려졌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의자왕에 대한 사료들을 접하다보니 중국이 해동증자(海東曾子)란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사람이 훌륭하고 효나 예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인간적 아픔과 본인이 삼국을 통일하고 싶었던 욕망도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그려본다는 게 매력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연수는 무왕의 비(妃)인 여장부 사택비를 연기한다.
사택비는 백제인이 백제왕의 정통성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백제순혈주의자로, 무왕과 선화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의자가 보위에 오르는 걸 극구 반대하고 자신의 아들 교기를 즉위시키고자 노력한다.
'주몽'에서 온화한 유화부인을 연기한 오연수는 "나한테도 남성적이고 터프한 면이 있는데 유화부인은 너무 착해서 표현하기 힘들었다"며 "지금이 내 성격과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재미있다"며 웃었다.
계백과 의자왕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은고 역은 송지효가 맡았다. 귀족 가문 출신의 은고는 미모와 총명함을 갖춘 지략가로 묘사된다.
송지효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고 총명하며 정치적 욕심도 있다"며 "청순한 '마냥 여자'가 아니라 야망도 있고 팜므파탈적인 모습이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고 배역을 설명했다.
'주몽'에서 김근홍 PD와 정형수 작가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그는 "'주몽' 때는 사극이 처음이라 (안좋은) 말이 많았던 상황에서 감독님이 나를 이끌어주시려고 하셨던 부분이 지금도 고맙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사극과 어울리는 여인이 된 것 같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하더라"라고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차인표가 계백의 아버지 무진으로 특별출연하고 진태현, 임현식, 전노민, 김병기, 정성모, 윤다훈, 안길강 등이 합류했다.
살인청부업자 독개를 연기하는 윤다훈은 "처음하는 사극이니만큼 신인의 마음으로 성실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드라마는 황산벌 전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3~15일 사흘에 걸쳐 경주 도투락 목장에서 촬영한 황산벌 전투 장면은 엑스트라 1천여명과 특수효과팀이 동원됐다.
총 30회로 예정된 '계백'은 대규모 전투와 군중 장면 등으로 실제작비만 100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부여군과 논산시, 충남도가 제작을 일부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이날 제작발표회도 부여 백제문화단지와 논산에서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러나 백제문화단지에서 진행된 행사는 출연진의 사진 촬영을 빼면 지자체 관계자들의 발언과 기념촬영 등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생색내기용 행사라는 빈축을 샀다.
팍팍한 촬영일정 속에 주요 출연진과 연출자가 참여하는 제작발표회를 굳이 두 곳으로 나눠서 열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MBC 관계자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지역이고 지자체들의 지원도 있다 보니 두 곳에서 행사를 하게 됐다. 지역민들의 이벤트라는 점도 고려했다"며 "그러나 이동시간이 길고 통상적인 제작발표회와 달라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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