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반한 한류 식당 [인사동 '고궁' 잡채]

2011. 7. 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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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고운 야채에 매끄럽게 술술 넘어가는 쫄깃한 식감의 당면이 더해진 잡채. 후루룩후루룩, 즐거운 젓가락질이 끊이지 않는 잡채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인사동 '고궁'으로의 초대.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인들은 2003년 무렵부터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대해 급격히 관심을 가졌고 이는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인의 생활방식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 역시 "드라마에서 본 ○○요리를 먹고 싶다"라는 식으로 구체화되었다. 그중에서 몇 년 새 갑자기 인기가 높아진 것이 바로 '잡채'다. 일본에서 한국 요리 붐을 일으킨 < 대장금 > 에서 한 상궁의 주특기가 잡채였고, 현대극에서도 맛있어 보이는 잡채가 자주 등장하여 일본인의 뇌리에 박히게 된 것이다. 일본 내 유명 편의점에서는 잡채주먹밥, 잡채빵, 잡채찐빵 등 잡채를 활용한 조리식품이 선을 보였다. 맵지 않으면서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본인의 입맛에 딱 맞고 각종 야채가 듬뿍 들어가 건강식이자 저칼로리 다이어트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잡채소스가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었다. 사용하고 남아 냉장고에 보관해둔 야채라면 무엇이든 넣을 수 있으니 주부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일본 가정요리책에 잡채 레시피가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하니 불고기, 냉면처럼 한국 음식점이나 고기구이집에 일품요리로 정착했고 '잡채정식' '잡채런치'처럼 잡채 위주의 메뉴도 개발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생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잡채'를 비롯하여 '잡채풍 우동' '잡채풍 파스타' '카레맛 잡채' '굴소스 잡채' 등 일본 스타일이 가미된 정체불명의 잡채요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을 정도.

이렇듯 일본에서 잡채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한국 본토의 잡채 맛은 어떻고 어디에 가면 먹을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잡채'를 단품으로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 일본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가면 예외 없이 잡채를 먹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일부 한정식집에서 반찬으로 나올 뿐, 손이 많이 가고 먹기 직전에 볶아야 쫄깃한 식감을 내는 잡채를 만들기가 번거로워선지 한국인조차 잡채를 파는 곳을 모를 정도로 그 수가 적다. 그렇지만 다행히 "잡채를 먹고 싶다!"고 외치는 일본인들이 정말 맛있는 잡채를 일품요리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1971년에 '한국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비빔밥 전문점 '고궁'이다.

시금치와 곱게 채썬 표고버섯, 양파, 당근, 쇠고기를 각각 따로 볶고 따로 양념한다. 여기에 데친 후 간장으로 양념한 당면을 곁들이고 석이버섯, 달걀지단, 실고추로 마무리한 이곳의 잡채는 그 맛이 지극히 섬세하고 고급스럽다. 거기에 재료들이 지닌 다섯 가지 빛깔 즉, 오색오미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잡채라는 게 원래 이렇게 섬세한 요리였어?" "그동안 일본에서 먹어본 잡채와는 차원이 달라." 일본인들의 경탄을 들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뿐이랴.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 음식마냥 금빛 유기에 담겨진 전주 전통 비빔밥이 더해지니 가히 환상의 궁합이다. 각종 채소, 쇠고기와 버섯볶음, 황포묵, 황백지단과 고추장 등이 올려진 비빔밥은 쌀알을 간질이듯 젓가락으로 비빈 다음 숟가락으로 듬뿍 퍼서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씹다가 후루룩 잡채 한 젓가락을 먹으면 그 절묘한 조합이 감개무량하다.

info

위치: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내 지하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명절 당일 휴무)

메뉴: 고궁잡채 1만7천원, 전주 전통 비빔밥 1만1천원, 돌솥비빔밥 1만원

문의: 02-736-3211

기획: 이경현 객원기자 | 글: 김수향 | 한국어 감수: 김은선 | 사진: 양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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