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김구현,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2011. 7. 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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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최민숙 기자]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아들이 되고 싶어요

'띵동'

어느새 선수들의 입 소문을 탈 만큼 유명세를 떨치게 된 초인종 인터뷰가 벌써 열 한번째 차례를 맞았습니다. 근황이 궁금한 선수들을 포모스가 대신 찾아가 드리는 서비스, 이번 '초인종'의 주인공은 '곡예사' 김구현(STX) 선수입니다.

초인종을 통해 재결합을 노리고 있는 프로토스 '육룡' 선수들 중 이번에는 김구현 선수를 만나봤어요. 지나고 보니 패왕 라인으로부터의 탈출을 돕는 초인종의 효과가 놀랍기만 합니다. 도재욱 선수는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했고, 허영무 선수는 공식전 8연승에 이어 스타리그 16강 진출에도 성공했죠.

김구현 선수에게는 어떤 '초인종 효과'가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곡예사' 김구현 선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포모스에서 가정 방문 나왔습니다. 간단한 인사 부탁 드려요.▶ 하하.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을 붙이려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요즘 초인종 인터뷰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 된 STX 소울의 김구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첫 인사가 제일 어렵네요.

- 이렇게 초인종 인터뷰에 초대를 받은 소감이 어떤가요?▶ 21일에 섭외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김)윤환이 형이 '초인종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며 오늘도 지는 것 아니냐고 놀렸어요(웃음). 섭외가 들어온 것을 알고 '아, 내가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구나' 했죠. '페이스가 안 좋은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초인종 인터뷰를 거친 선수들이 이후에 다들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도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죠.

- 먼저 김동현 선수의 질문을 전해드릴게요. "김구현 선수, 멘탈이 왜 그렇게 망가진 건가요? 김택용, 이제동 선수 같은 멘탈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는 질문인데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많이 지고 있기는 했지만, 어제(6월 21일)까지만 해도 이기고 지고를 반복 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어제를 기점으로 갈 데까지 가버렸네요. 나아지는 듯 했는데 다시 돌아가버렸어요. 하루 만에 완전히 기세 화살표도 밑으로 쭉쭉 떨어졌을 거에요. '패패패패'로요. 다음 경기가 문래동 경기장이 아니어서 그 표를 안 봐도 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어요(웃음). 다른 선수들도 기세 화살표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아무래도 '확인 사살'을 당하는 기분이라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이제는 잘 풀릴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 김동현 선수와는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 것 같네요.▶ 숙소가 가깝다 보니까 MBC게임 선수들과 헬스 클럽도 같이 다니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엔 헬스를 거의 못 가서 얼굴을 본지가 꽤 되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쉬는 시간이 똑같은 건 아니지만, 지척에 있어서 중간에 잠시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거든요.

- '패왕 라인'에 유독 프로토스들이 많았어요. 알려진 프로토스들은 대부분 한번씩 초인종을 거쳤는데, 드디어 김구현 선수 차례가 왔네요. 이제 '육룡'도 옛 말이 되고 말았는데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변수가 많아서 잘해도 지기가 쉽고, 못하면 더더욱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종족 특성상 실수가 없고 플레이가 완벽해야 성적도 잘 나오거든요. 특히 프로토스는 자신감이 중요한 종족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다 보면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위축되면 더더욱 경기가 안 풀리니 침체에 빠지는 것 같아요. 하필 프로리그 다승 1위가 프로토스여서 맵 탓 같은 건 할 수도 없네요(웃음).

- 5라운드 때는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했었는데 6라운드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은 성적 여부를 떠나서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편안해도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심적으로도 편안하고요(웃음). 성적이 안 따라줘서 아쉽지만 재미있게 게임을 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곧 좋아질 것 같아요.

- 당시에는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제는 건강을 되찾았나요?▶ 전체적으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튼튼한 체질이었어요. 겨울에도 창문을 잘 열 정도로요. 그런데 지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면역력이 약해졌나 봐요. 이제는 감기를 아주 달고 사네요.

- 김윤중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라이벌 의식이 생긴다든가 위기 의식이 들지는 않나요?▶ 생기죠. 그렇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 미칠 수도 있어요(웃음). 무엇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다 같이 잘하면 좋죠. 팀 성적이 오르면 저도 좋은 거니까요. (김)윤중이가 우리 모두를 살리면 좋겠네요(웃음).

- 방송 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선수들도 연습실에서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은데, 김구현 선수의 경우는 어때요? 연습실 성적이 궁금하군요.▶ 그럭저럭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연습실에서는 아무리 잘 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방송 성적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오히려 방송에서 못할 때는 연습에서도 그냥 못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 견제형 김택용, 물량형 도재욱-이경민 등 프로토스 계보가 특성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김구현 선수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 굳이 분류를 하자면 견제 쪽에 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견제를 좋아하기도 하고, 굳이 저 만의 대표적인 플레이를 꼽자면 '셔틀 견제' 아니겠어요? 그건 정말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신통치 않은 것 같네요(웃음). '곡예사'라는 별명을 의식한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 붉은 셔틀을 자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닉네임도 나름 마음에 들고 다른 분들도 많이 띄워주셨는데, 요즘은 (김)윤환이 형이 그걸로 놀리기도 해요. 제가 평소에 윤환을 자주 놀렸더니 복수를 하더라고요. 근래 들어 윤환이 형이 '뇌출혈 저그'로 불리길래 경기에서 지면 연습생들에게 "오늘 윤환이 형 출혈이 좀 심했으니 티슈로 피 좀 닦아드려라"라고 하거든요(웃음). 이걸 자주 써먹었더니 윤환이 형도 억지로 말을 만들어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저를 막 놀려요. 붉은 셔틀이 아니라 '출혈 셔틀'이라고요. 그런데 그건 별로 재미 없는 것 같아요. 그죠?

- STX 선수들도 그런 장난을 치는군요(웃음). 그럼 혹시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 본받고 싶은 선수가 있었나요?▶ 어릴 때는 롤 모델이 없었어요. 지금이라면 이영호 선수를 제일 본받고 싶네요. 프로게이머 중에 부모님을 가장 기쁘게 해드린 선수가 아닌가 싶어서요(웃음). 어제 (이)성은이 형이 절 이기고 나서 어머니와 껴안는 모습을 보니까 흐뭇하더라고요. 제 패배는 마음이 아팠지만, 가족이 경기장에 왔을 때는 꼭 이겨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효도를 많이 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아요.

- 롤 모델이 없었다니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됐는지 과정이 더욱 궁금해져요.▶ 저는 공부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게임은 굉장히 좋아했죠. '미래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 때 한창 뉴스에 프로게이머 얘기가 나왔어요. 게임을 하면서 억대 연봉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저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할 자신도 있었기 때문에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했죠.처음에는 친형과 같이 스타크래프트를 했는데, 형은 공부에 더 취미가 있어서 잘 안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저 혼자 친구들과 게임을 계속했어요. 당시 학교에서도 저를 당해낼 사람이 없을 만큼 잘했어요. (박)수범이랑 중학교 동창인데 저희 둘이 학교의 '투톱'이었어요. 자연스레 수범이와 라이벌 관계가 됐는데, 둘 다 아마추어일 때 수범이가 먼저 삼성 매직스테이션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원래 원톱이었던 제 입지가 좀 줄어들었어요(웃음). 반 친구들에게 음료수까지 돌리더라고요. 하지만 이후엔 제가 먼저 커리지 매치를 통과하면서 원탑 자리를 도로 빼앗아왔죠(웃음).

- 이제는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했으니 어릴 때 꿈이 이뤄졌네요.▶ 아직은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봉 같은 돈 문제를 떠나서 궁극적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빠지고 도망 다니는 등 말썽을 많이 부려서 부모님 속을 썩였어요. 요즘에는 제가 부진한 탓에 부모님을 슬프게 해드리고 있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늘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 WCG에서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1 경기를 볼 수 없게 됐어요. 이제동-이영호 선수와 스타1이 포함된 마지막 WCG 대회의 한국 대표로서 미국에 다녀왔는데, 재미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수영장에 빠진 저를 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니 패스할게요(웃음). 그때는 경기가 끝난 밤에 볼링이나 당구를 같이 치러 가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냈어요. 원래 게이머들끼리는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서 친해지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이제동, 이영호 선수와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돌아오고 나서는 만나지 못해서 다시 멀어진 것 같아 아쉬워요. 현지에 있던 (이)제동이 형 친구까지 합류해서 다섯 명이 같이 놀러 다녔거든요. 노래방도 갔었는데, 다들 가수인 줄 알았어요(웃음). 다들 노래를 잘 하더라고요.

- 김구현에게 이제동이란 '내 아들 같은 존재'라고 했던 발언이 화제를 모았었어요. 꼭 어머니가 된 기분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그런지 궁금해요. 또 이제동 선수뿐 아니라 김명운 선수처럼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선수를 만나면 경기에 임할 때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드나요?▶ 그 때와 상황이 변한 것이 없어요. 최근에 김명운 선수에게 한 번 이기기는 했지만, 이제동 선수나 김명운 선수 모두 다 내 자식들 같죠(웃음). 패배가 쌓이다 보면 머리 속에 상대가 잘했던 기억들만 자꾸 남아서 그것을 떨쳐내기가 어려워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견제도 그냥 가면 되는데 '가면 막을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식이에요. 그런 소심함 때문에 자주 졌던 선수들을 상대로 전적이 점점 더 벌어진 것이 아닐까 싶어요.

- 바로 어제(6월 21일 공군전)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이 하루에 두 번을 지고도 표정이 너무 태연한 것이 아니냐며 지적을 하기도 했어요.▶ 원래 동정 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중요한 경기에서 연달아 졌으니 당연히 스스로도 짜증이 났고 키보드를 뽑아…아니, 어쩐다는 것이 아니라 장비를 챙겨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는 뜻이에요(웃음). 어쨌든 현장에서 제가 아쉬운 티를 많이 냈으면 보시는 분들도 안타까워하고 불쌍하게 생각하실 수는 있겠지만, 집에서 보고 계신 부모님께서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아 슬퍼할 수가 없었어요.어머니께서 많이 여리셔서 제가 경기를 하며 땀 흘리는 모습만 보고도 '아들이 너무 고생한다'고 많이 우시곤 해요.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일단 보이는 곳에서라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효도를 딱히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지금도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기에서 자꾸 지는 모습만 보여드려서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평소에 같이 있어드리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 이경민 선수의 '구현찡을 위한 셔틀 선물' 이후 '경민찡'과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친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자주 만나야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틀넷 상으로는 말을 놓고 지내지만 정작 만난 적은 없으니까 친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요즘은 그렇게 선물을 주는 친구들이 없는데, 앞으로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웃음). (이)경민이가 참 착한 친구인 것 같아요. 저도 그때 리본까지 달고 온 셔틀을 선물로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웃음).

-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새겠지만, 김구현 선수가 생각하는 이경민의 인기 비결은 뭔가요? 요즘 전 게임단 선수들이 이경민 선수에게 러브 콜(?)을 보내더라고요.▶ (이)경민에게는 좋은 에너지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이라 다들 좋아하지 않나 싶어요. TV나 인터뷰에서 나오는 것도 다 자기 모습 그대로예요.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언제나 밝고, 기운 넘치고, 동료들을 위하는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데 그런 점에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 것 같아요. 경민이의 밝은 성격이 너무 부러워요.

- 요즘은 어느 선수와 같은 방을 사용하고 있어요? 아직도 김윤환 선수와 같이 한 방을 쓰나요?▶ 아뇨. 지금은 (김)윤환이 형과 다른 방을 써요. 숙소 선수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윤환이 형은 독방을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엉덩이가 큰 홍덕이와 방을 같이 쓰고요(웃음).

- 김윤환 선수에 대해 폭로할만한 것은 없나요? 워낙 꽁꽁 싸매는 선수라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던데요.▶ 사생활에 관련해서는 아는 것이 정말 없어요. 베일에 싸여있는 사람이라서 잘 알려주지도 않고, 몇 년이나 같이 살았지만 여자 관계는 물론 쉬는 날에 뭐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이제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웃음).아까도 말했듯이 (김)윤환이 형과 관련해서 유행어를 하나 밀고 있는데, 저와 개그 코드가 맞는 애들이 없어서 그런지 유행이 안 되고 있어서 아쉬워요. 윤환이 형이 생각 없는 행동이나 플레이를 할 때 "티슈 갖다가 피 좀 닦아드려라"라고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별로 재미가 없나 봐요.김세환이라고 웃긴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게임을 접었어요. 혼자서 이 멘트를 밀다 보니까 그 친구가 많이 그립네요. 같이 협력해서 놀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동참하는 친구가 없어요. 원래 형이 동생을 놀리는 건 그저 그렇지만, 동생이 형을 놀리는 건 재미있죠. 또 윤환이 형이 착해서 장난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모두들 놀리곤 해요.

- 팀 이미지가 워낙 조용하잖아요. 스스로 우리 팀은 너무 우울하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 숙소에서 가장 재미있는 선수는 누구죠?▶ 일단 저는 아니에요(웃음). 일반적으로는 (김)윤중이가 재미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부류보다는 뭔가 '까면서' 재미를 찾는 그런 유형이어서 숙소 내에서 딱히 꼽을 선수는 없네요. 최근에 봤던 인터뷰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웅진 선수들의 '재틀러' 이야기였어요. 다 같이 농담하는 분위기가 부럽더라고요. 저희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에요. 재미있는 인터뷰도 찾아보기가 어렵고요. 다들 방송에서는 특히나 더 조용조용해요.

- 이신형 선수가 한 때 '빵 셔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는데 왜 그런 별명이 생겼을까요? 김구현 선수도 그런 별명 제조에 일조한 것 같나요?▶ 어느 날엔가 댓글에 그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빵 잘 사오게 생겼다고요. 왜 그런 닉네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빵을 잘 사오게 생겼나 봐요(웃음). (이)신형이는 정말 착하고 점잖고 조용해요. 애늙은이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신기한 게 우리 팀원들을 보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반에서 한 두 명 밖에 없을 것 같은 조용하고 착한 애들이 한데 다 모여있어요. 키들도 조금 작고요(웃음). (조)성호도 고2인데 아직도 중학생 같아요.

- 그럼 팀 내에서 진짜 '셔틀'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아이디가 셔틀인 김윤중 선수?▶ 최근 심부름 셔틀로 활동하는 선수는 홍덕이에요. 이제 신형이나 성호는 팀 내에서 올드라고 부를 정도로 경력이 오래됐으니까요. 홍덕이가 고생하고 있는데, 홍덕이는 배가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는 뒤로 나온 정말 신기한 몸매라 몸만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에요. 특히 엉덩이가 진짜 커요(웃음). 진짜 탐스러운 엉덩이라 팀원들이 '찰지구나'라며 엉덩이를 자주 때려요(웃음). 찰지다는 유행어가 나온 원작 만화를 못 봐서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다들 따라 하더라고요.

- 6라운드 시작 전 휴식 기간에 박수범 선수와 같이 영화 관람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는데,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그게 고민이죠. 경기에서 진 스트레스는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빼고는 풀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어떻게 풀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있는데 확실히 그냥 남자친구가 위로해 주는 것과 느낌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그것이 힘이 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시궁창이니까요(웃음).

- 그럼 박수범 선수 외에 자주 만날 만큼 친한 선수가 있다면요? 육룡 멤버들? 옆집 MBC게임 선수들?▶ 아무리 친해도 만나기가 어려워요. 시즌이 끝나야 만날 시간이 생기는데 그 때는 또 다들 집에 가니까요. MBC게임 팀원들과는 자주 교류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요즘 (고)석현이 형이 위로를 해줘서 힘이 됐는데, 같이 슬픔을 나눌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제는 게이머 통틀어서 내가 가장 슬프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슬퍼해야 할 시간도 없죠. 앞 경기만 생각하고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돼야 하니까요. 남은 경기들이 다 잘 풀리면 좋겠어요.육룡 선수들과는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만 해요. 제가 사교성이 있는 편도 아니고, 사람들도 저에게 다가오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키도 크고 좀 약간 무섭게 생겼대요. 웃지 않으면 인상도 안 좋은 것 같아요.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이동민이라는 형 한 명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 형을 굉장히 따랐죠. (김)윤환이 형도 처음에는 자기보다 동생인데 키도 너무 크고, 생긴 것도 무섭게 생겨서 말을 걸 수가 없었대요(웃음).

- 허영무 선수를 비롯해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e스포츠 관계자들이 많은데, SNS 열풍에 동참할 생각은 없나요?▶ 저는 그렇게 스마트한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싸이월드도 안 하는데 어떻게 트위터를 하겠어요. 게임만 하다 보니까 친구들에게 문자가 와도 답장을 잘 못해서 연락이 점점 끊기고 나중에 되돌아보니 일촌 맺을 친구들이 썩 많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싸이월드는 물 건너 갔구나 하고 포기했죠. 그리고 지금 트위터를 개설했다간 뺨이라도 맞을 것 같아요(웃음). 그럴 여유가 없는 상태네요.

- 예전에 신상문 선수에게 옛 여자친구를 닮았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외모가 닮았다는 것은 아니었고, 귀여운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였어요. 요즘은 특별히 이성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에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너무 오래 하고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다 보니까 연애 세포가 죽은 것 같아요. 여성분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TV를 주로 시청하는데, 연예인들만 보니까 쓸 데 없이 눈만 높아지는 것 같아요(웃음).경기장에 응원을 오시는 팬 분들도 다들 굉장히 예쁘신데, 제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만난 적도 많아요. TV로 경기를 보면서 예쁜 분들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매번 이상형이 바뀌고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그림의 떡이죠. 자꾸 이 말을 하게 되는데 지금은 연애를 할 여유가 없어요. 먼저 대시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요. 그래도 가정을 해본다면 대시는 제가 먼저 하더라도 여성분이 저를 더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특성 상 상대방이 이해를 많이 해줘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더 설레고, 애도 타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스타일의 연애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 현재는 여자친구가 없다는 얘기죠?▶ 네. 그래도 연애 경험이야 몇 번 있죠. 프로게이머들이 말로는 이해심 많은 여성을 선호한다면서 실제로는 상당히 미모가 뛰어난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더 설레고 애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 프로게이머 데뷔 초창기 때와 비교해볼 때 외모에 큰 변화가 있어요. 훨씬 멋있어졌잖아요.▶ 괜찮아지기는 했죠. 그런데 원래도 괜찮았어요…는 아니고 그래도 중학생 때까지는 괜찮았어요(웃음). 인기도 굉장히 많았고요. 집에 있는 사진을 가져와서 인증이라도 하고 싶네요(웃음). 크면서 약간 이상해졌지만, 본 바탕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해요. TV 화면에는 잘 비춰지지 않는 것 같아요. 화면발, 사진발이 잘 안 받아서 사진 찍히는 것도 안 좋아해요. 포토화보도 큰 사진은 안보고 썸네일만 봐요(웃음).

- 유난히 큰 키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키가 커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요? 예를 들어 유니폼이 작다거나, 단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구도 잡기가 어렵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좋은 점은 저의 큰 키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커서 작은 사람들이 다가오길 꺼려한다는 점? 저도 모르게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옆에는 서면 안 되겠다든가 그런 것을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것이 싫어요. 아무 생각 없이 잘 어울리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래도 사진으로는 제가 큰 줄 잘 모르던데요. 주변 친구들이 TV나 사진만으로는 키가 이 정도로 커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예전에는 유니폼 바지가 짧은 적도 있었지만, 요즘엔 키 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옷도 길게 나오기 때문에 지장은 없어요. 키는 중학생 때 제일 많이 자랐던 것 같아요. 중 3 때 이미 183cm였으니까 말 다했죠(웃음).

- 공군과의 프로리그에서 경기에서 하루 2패를 당한 경험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에이스 결정전에 나갈 때 불안하지는 않았는데, 승리가 너무 절실해서 더 못했던 것 같아요. 뜬금없이 2벌쳐가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너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줘서 팀원들이나 감독님 볼 면목이 없었어요. 여러 명이 에이스 결정전을 준비했는데, 그 중 제가 선택된 거였거든요. 믿음을 져버린 제가 어떻게 그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막막해요. 감독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이길 거라 생각하셨을 텐데 말이죠.아즈텍 맵에서는 경기 준비를 많이 했는데, 태양의 제국은 그렇게 꼼꼼하게 하지는 못했어요. 큰 그림은 짰는데,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을 많이 못 했던 것 같아요. 팀의 에이스가 하루 2패를 당하면 안 되는 건데,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 패배했다는 상황이 겹치면서 더 암울했어요.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말할 수 없을 만큼 죄송했어요. 스스로도 짜증나고 아쉽지만 다른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들어요. 감독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이길 거라 생각하셨을 텐데…팬 분들과 부모님께도 면목이 없죠.

- 남은 경기에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겠어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승리도 승리지만, 모든 부분에서 보탬이 되고 싶어요. 다른 선수들 연습도 많이 도와주고요.

- 5라운드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최근 기세가 살아나는 듯 하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어요. '붉은 셔틀 곡예사'로서 완벽하게 부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6라운드에는 잘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또 안 풀리네요. 초반 변수를 생각 못해서 허무하게 진 경우도 많고 아쉬워요. 그래도 그렇게 절망적인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나름대로 자신감은 항상 갖고 있으니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가지시면 좋겠어요.

- 본인 다음으로 '초인종'을 눌렀으면 하는 선수를 지목해주세요. 이유도 같이요.▶ 사실 (김)윤환이 형의 출혈이 심해서 요즘 피가 철철 나고 있어요. 그래서 윤환이 형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같은 팀원이니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삼성전자의 유준희 선수를 지목할게요. 오늘(6월 22일) 낮에 한 인터뷰를 보니까 유준희 선수가 그 동안 몸이 아파 초인종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밝은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그래서 유준희 선수에게 바통을 넘기고 싶어요.

- 특별히 궁금한 점이 있다면요? 역시 첫 번째 질문으로 전해드릴게요.▶ 최근에 프로리그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게 돼서 좋은데, 많이 질 때도 늘 밝게 지내는 것 같아요. 유준희 선수가 좋은 기운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에너지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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