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블클릭!>"바빠서..하이힐 신어서.." 젊은 얌체족들 '점령'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2011. 5. 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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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 전용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용 실태

24일 오전 출근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1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었다. 노약자나 임산부는 단 한 명도 없었고 10대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건장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엘리베이터 탑승구 곳곳에는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들을 위해 양보합시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서모(30·회사원)씨는 "환승구간이 유난히 길고 역이 깊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했다"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치를 주는 노인분들이 계셔 이용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이모(76) 할머니는 한참을 기다린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젊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자 분통이 터졌다. 이 할머니는 "한참을 기다려 타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거리낌없이 나가는 한 20대 여성에게 노약자 엘리베이터를 탄 이유를 묻자 "바쁘니까요"라고 짧게 답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들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멀쩡한 일반인들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노약자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들었다거나 입구가 이동 동선에서 가깝다거나,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엘리베이터 사용을 선호하고 있었다. 2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던 한 여성은 "여성의 경우 하이힐을 신어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렵거나, 치마를 입게 되면 계단 사용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하철 역사 내로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얌체족들과 노약자들 간의 마찰도 발생하고 있다.

한 지하철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젊은 사람들과 이를 보고 혼내는 노인들 간 물리적인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꾸지람이 젊은이들을 자극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지고 이것이 확대돼 실제 몸싸움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 만든 시설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의적 문제를 지적하는 말다툼 외에도 일반인들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이용은 실제 노약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엘리베이터 회전이 늦어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는 이들을 배려해 상대적으로 문을 여닫는 시간 등이 느리다. 그러나 노약자들이 탑승한 승강기의 문이 닫힐 무렵 일반인들이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잡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운행시간이 보다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에는 이례적으로 닫힘버튼이 있어 문을 빨리 닫을 수 있지만, 이는 일반인들이 먼저 탑승한 다음 노약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문을 닫아버리는 데 악용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사용이 늘어나게 된다면 운영하는 전기비는 물론이고 이를 정비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단속을 하기 애매하다"고 토로한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도 정황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노약자와 일행인 경우, 건강한 사람이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된다. 또한 표지판을 읽기 어려운 외국인들이 일반인들이 타는 것을 보고 무심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법적제재 등의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 일반인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측은 모두 난색을 표했다. 가끔 역무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일반인들에게 계단 이용을 '권유'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의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 내 노약자석이 현재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처럼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도 시간이 지나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시민의식을 높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엄연한 노약자 시설 법으로 제재는 곤란 계속 홍보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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