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방신봉 다시 난다
전성기를 넘긴 프로선수들의 연봉은 갈수록 떨어진다. 그러나 은퇴할 나이인 36세에 생애 최고 연봉을 기록한 선수도 있다. 바로 '거미손' 방신봉(KEPCO45·사진)이다.
후인정(37·현대)에 이어 프로배구 두 번째 노장인 방신봉은 최근 1억1000만원에 연봉계약을 했다. 현대-LIG를 거치며 그동안 최고 연봉이 8100만원이었으니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셈이다. 팀 성적 부진으로 감독마저 교체된 상황에서 그의 연봉은 100% 가까이 올랐고 구단에서는 '더 줘야 하는데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방신봉의 화려한 부활은 LIG에 있던 2008년, 타의로 옷을 벗은 후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덕택. 방신봉은 1년 간 수원체육관에서 코트매니저를 봤다. 한 게임당 수당 10만원. 시즌 동안 15게임이 열렸으니 단돈 150만원이 수입이었다.
24세 때 한 살 아래인 유명효씨와 결혼, 초등학교 6학년(소현)과 3학년(준호)인 두 자녀를 준 가장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꼭 돈 벌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배구 감각을 유지하고 싶었고, 후일을 위해 수영과 웨이트 훈련도 꾸준히 했어요. 하지만 수입이 없으니 생활이 힘들긴 하더군요."
방신봉은 2009년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려 후배들이 쉴 때도 체력훈련을 자청했다. 지난 시즌 100개의 블로킹을 잡아 2006∼2007시즌에 이어 두 번째 블로킹왕에 올랐다. 2위가 87개였으니 완벽한 '왕의 귀환'이었다.
이동윤 선임기자 dy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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