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보단 3D' 내일 상륙.. 性장면만 충격적

영화 '옥보단 3D'(사진)가 12일부터 국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홍콩에서 개봉했을 때 첫날 흥행 수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영국 BBC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이야깃거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3D로 만든 에로 영화가 얼마나 야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높기 때문이다.
제임스 캐머런이 '아바타'를 통해 3D 붐을 일으키자, 틴토 브라스 감독과 같은 19금 영화의 대가들이 3D 에로물 제작을 앞다퉈 선언했다. 홍콩 영화계가 재빠르게 선수를 쳤고 그게 마케팅 측면에서 적중한 셈이다.
'옥보단 3D'를 실제로 보면, 3D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3편이나 제작된 이 시리즈를 한 편 더 만들기 위한 핑계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2010년에 개봉한 3D 영화 '나탈리'의 에로티시즘이 입체적 생생함에서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나탈리'가 성애 영화와 멜로 드라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반면에 '옥보단 3D'는 적나라한 섹스를 묘사하는 데만 치중한다는 점에서 솔직하다고 할까.
국내 관객들에게 '옥보단 3D'는 새로운 영상 기술을 선보인다는 의욕이 과잉한 아마추어리즘으로 보일 듯싶다. '애마 부인' 시리즈가 나온 1980년대부터 '젖소 부인 바람났네'로 성인비디오 바람이 불었던 1990년대를 거쳐 '야동' 시대까지 오면서 에로 영상에 대한 심미안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옥보단 3D'에는 배우들이 다국적으로 모였다. 일본 성인비디오계의 스타인 하라 사오리, 스오 유키코와 홍콩의 에로 배우 보니 류가 젖가슴 노출을 예사로 하며 전력을 다했다. 영화 촬영 후 자살설이 불거졌던 홍콩 여배우 란옌은 물론이고 히로 하야마, 하화초 등 남자 배우들도 참 애썼다. 신인감독 쑨리지는 배우들의 이런 노고를 작품 속에 녹여 영상미로 다듬어내기보다는 성 체위의 다채로운 전시라는 이벤트에만 골몰했다. 쇠사슬에 매달린 채 공중에서 정사를 나누거나 수중에서 섹스를 하는 장면 등이 신기하다기보다는 기괴하다. 영화 곳곳에서 풍자와 익살을 시도하지만 어이없는 웃음만 자아낼 뿐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집단 성교 장면에 충격을 받을 듯도 싶다. 역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에서 보다 강도가 떨어지는데도 영상미를 갖추지 못해서 훨씬 그로테스크하다.
'옥보단 3D'는 인간 육욕의 허망함을 전하는 원작 소설의 주제를 어설프게나마 끼워 넣는다. 중국 고전인 원작 소설은 주인공 미앙생이 색을 탐하다가 인생을 망치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중국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살짝 생긴다. 진시황 폭정의 상징인 '만리장성'이 후세인들에게 관광 수입을 안겨주는 것처럼, 17세기의 금서(禁書)였던 '옥보단'이 21세기 세계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영상물의 원천이 됐으니.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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