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김갑수와 한밤 라이딩 Talk

2011. 5. 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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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웃음소리가 구수하다. 말 한마디에 잘 웃고 잘 울고 상처도 잘 받는다. 자신을 숨길 줄 모르고 포장할 줄도 모른다. 편안하고 따뜻하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남자. '사람 좋아 보인다'는 말이 '사람 좋다'로 이어지는 남자. 그가 바로 김갑수다.

이 정도면 '김갑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연속 히트하며 그는 언제부턴가 드라마 흥행을 위한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시청률 40%를 넘본 드라마 < 추노 > 와 < 신데렐라 언니 > < 성균관 스캔들 > 에는 김갑수가 있었고, < 제중원 > 과 < 거상 김만덕 > 을 통해 시대극과 사극도 넘나들었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과 일일 시트콤 < 몽땅 내 사랑 > 을 통해 예능 고수 못지않은 입담과 코믹연기를 인정받으며 나날이 '대세'를 입증하고 있다. 김갑수를 만났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그와의 인연. 바쁜 스케줄 탓에 번번이 인터뷰를 정중하게 거절해온 그는 "다음에 청하는 인터뷰는 거절하지 않겠다. 날 좀 풀리면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그렇게 계절이 우리를 만나게 했다.

밤 9시. 청담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패션만으로도 김갑수다웠다. 원색 티셔츠에 체크 남방, 편안한 청바지 차림은 이미 무장해제 인터뷰를 예고했다.

스타일이 범상치 않으십니다. 직접 고르셨나요?

"얼마 전에 집 근처에서 산 건데, 괜찮아요? 오늘 편하게 본다고 마실 나오듯이 입었는데, 너무 편했나? 평소 이렇게 입고 다녀요."

주로 어디서 쇼핑하세요?

"대중이 없어요. 지나가다 마음에 들면 어디서든 사요. 대신 가격이 수긍이 가야 해요. 얼마 전에 마음에 드는 야상 잠바가 있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1백20만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식겁해서 나와서, 다음 날 동대문에서 똑같은 옷을 사서 세탁소에서 패치 박은 다음 입었어요. 그런데도 옷이랑 수선비랑 다 합쳐서 10만원이 안 들었다니까~.(웃음)"

그는 이런 사람이다. 배포가 크고 통도 크지만,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 스타일이다. 주로 바이크를 살 때 돈을 쓰고, 그 외의 다른 것에는 몸을 사린다. 매일 아메리카노 커피에 샌드위치를 즐기고 브런치 맛집부터 브랜드별 맛 비교까지 줄줄이 꿸 정도지만, 남방 하나 사는 데 손을 떨고 유행 지난 옷은 개조해서 입을 정도로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돈에 집착하지 않고 찌질하게 살지 않는다. 그는 진정 인생을 즐길 줄 안다.

솔직히 샌드위치가 좋으세요, 국밥이 좋으세요?

"허허허. 외모만 보면 좀 안 어울리죠. 근데 어떡해.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과 유럽풍 치아바타 빵에 신선한 재료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는데. 생긴 건 이래도 나름 입은 고급이에요. 태생도 서울이야~.(웃음)"

바이크는 언제부터 타셨어요?

"한 6년 됐어요. 예전엔 바이크를 위험한 교통수단으로만 생각했는데, 우연히 극단 후배가 모는 스쿠터 뒷자리에 탄 다음부터 생각이 바뀌었죠. 가까운 데 갈 때 편하고. 안전하게만 타면 이보다 좋은 교통수단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생님 나이 정도 되면 고급 세단을 더 선호하지 않나요?

"차 타는 데 나이가 어디 있어요. 내가 타고 싶은 거, 즐기고 싶은 거 타는 거지. 젊을 땐 연기하느라 바빠서 바이크든 뭐든 탈 시간도 여유도 없었는데, 이제는 좀 인생을 즐기면서 여유 있게 살려고 해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원래 성격이 그래요."

사모님께서는 (바이크 타는 것에 대해) 반대 좀 하셨을 것 같은데.

"어휴 말도 마요. 처음엔 그렇게 반대하더라고. 그래서 몰래 사서 숨겨놓고 탔는데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야. 헬멧도 벗은 상태에서. 완전 딱 걸렸지. 그날 무지하게 잔소리 들었어요. 나중에는 이왕 타는 거 안전하게만 타고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유일하게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인 거 아니까 이젠 뭐라고 안 해요."

김갑수는 지난 2007년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바이크 라이딩'에 빠졌다. 당시 그는 미니홈피에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한 정식 라이더입니다. 라이더 킴이라고 불러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때부터 간간이 미니홈피에 자신의 근황과 오토바이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그를 거쳐간 오토바이는 야하페이저600, 혼다CB400, 야마하 뉴마제250, 스즈키 버그만400, 혼다CB1300, 베스파125, 두카티S2R1000, BMW R1200GS 등. 현재는 할리스포스터883R을 타고 있다. 이 오토바이들은 모두 한 대에 수백만원 이상 하는 것들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오토바이라고 한다. 그는 오토바이를 직거래를 통해 팔고 사면서 여러 종류의 오토바이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크 외에 빠져 지내는 것이 또 있나요?

"색소폰에 관심이 많아요. 한창 꽂혀서 배웠는데,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당분간 쉬고 있는 중이에요. 일단은 몸부터 추슬러야 할 것 같아서."

어디가 편찮으세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허파꽈리(폐포)라는 곳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밖에 있는 공기를 들이마시면 허파꽈리에서 저장해서 산소를 주입하고 몸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정상적이지 않대요. 성대도 안 좋고. 색소폰을 불려면 폐활량이 엄청나게 좋아야 하는데, 폐활량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많이 떨어지니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하는 상황인데, 거 힘드네."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프고 그러진 않아요. 폐도 괜찮고. 다만 정상인 사람보다 폐활량이 떨어지니까 쉽게 피로하고 말을 많이 하면 조금 버겁죠. 담배를 끊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해서 조금 걱정되긴 해요."

그럼 독하게 마음먹고 끊으셔야죠.

"정 기자님은 담배 안 피우시죠?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웃음) 담배 끊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일단 하루 2갑에서 1갑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는 있어요."

금연 노력은 뭐 뭐 해보셨어요?

"다 실패로 돌아가서 그렇지 안 해본 게 없어요. 얼마 전엔 전자담배도 시도했어요. 근데 맛도 없고 효과도 없고 돈만 나갔어. 이젠 시가로 바꿀 때가 온 것 같아요. 시가는 연기를 삼키지 않고 입으로만 피우니까 성대나 허파꽈리 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근데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겠어요. 시가 한 개비에 싼 게 2만5천원인데, 어휴 그걸 어떻게 사."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줄담배를 피웠다. 수십 년 전부터 피운 담배는 그에게 습관이다. 여기에 라이터는 애장품. 라이터에 신경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은 보통 지포라이터 같은 묵직하고 값비싼 라이터를 선호하는데, 그는 바이크 그림이 덧씌워진 미니 라이터를 '특별' 주문해서 사용한다. 한 개씩은 팔지 않아 박스로 주문해서 주변에 뿌리기도 한다. 취미 한번 독특하다. 다행히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한때는 입에 술을 달고 살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정신줄 붙잡고 살기에도 버거운 세상이라는 생각에 독하게 마음먹고 끊었다. 그는 젊어서 고생하고 못 놀아봐서, 이제야 조금씩 한을 풀고 있다고 했다. 대신 분수에 맞지 않게 살거나 도를 넘진 않는다. 그가 정해놓은 '바운더리' 안에서 그는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정말 젊게 사시는 것 같아요. 삶의 모토가 있다면?

"즐겁고 유쾌하게 살자! 원래 성격이 매달릴 건 매달리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는 스타일이에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지,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집착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그래서 여행 가서도 사진 많이 안 찍어요."

요즘 트위터나 미니홈피 보면, 확실히 인기를 실감하실 것 같아요.

"그것도 그런데 가장 실감할 때는 지나가는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고 '갑수야'라고 부를 때예요. 그럼 난 씨~익 하고 웃어줘, 그냥. 어른들도 내 이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린아이들이 기억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워. 감개무량하지."

예능은 적성에 맞으세요?

"글쎄요. 난 웃기려고 한 게 아닌데 남들이 웃어주니까, 재밌나 보다 하는 거지,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어렵고 힘들어요.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듣고. 가끔 상처받을 때도 있어요. 내가 집착만 안 한다 뿐이지 전형적인 A형이거든.(웃음)"

전형적인 A형이라면, 귀도 좀 얇을 것 같은데요?

"허허허. 맞아요. 그래서 거절을 잘 못해요. PD들이 출연해달라고 하면 웬만하면 다 해요. 그래도 팔랑귀여서 손해본 적은 없어요. 주변에서 돈 빌려달라고 하면 못 받을 거 생각하고 줘요. 큰돈은 무조건 마누라 핑계 대고.(웃음) 누구한테 신세 지지도 않고 부탁도 잘 안 하는 성격이에요."

돈은 누가 관리하세요?

"아내요. 제가 버는 돈 모두 100% 아내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어요."

아까는 아내 몰래 바이크를 샀다면서요. 우리 솔직해집시다!(웃음)

"음, 그땐 그랬고….(웃음) 요즘은 용돈 받아서 써요. 남들은 아내한테 꽉 잡혀 사는 거 아니냐고 남자 망신시킨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용돈 받아서 쓰는 게 얼마나 편한데요. 아내가 부족함 없이 주고, 카드대금 명세서도 집으로 가니까 돈 걱정할 일이 특별히 없죠. 부부간에 서로 신뢰가 바탕이 돼야 이런 것도 가능한 것 같아요."

사실 김갑수를 만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이하 < 세아이 > ) 때문이었다. < 세아이 > 는 1996년 방영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가족의 버팀목인 엄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뒤 서로에게 무심하던 가족이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에서 김갑수는 병원 일에만 신경 쓰는 무심한 가장 역을 맡았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뒤 난생처음 영화관에서 꺽꺽거리며 운 기자는 그에게 감상평을 문자로 남겼고, 이후 그는 "차 마시면서 수다나 떨자"며 기자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그런데 막상 그를 만나고 나니 영화 얘기보다 일상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의 스타일, 말투, 취미, 고민, 생각 등등. 심지어 기자 역시 요즘 고민에 대해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생의 지혜를 얻었더랬다. 심각하지 않은 태도로 삶과 연기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포스와 내공.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셨을 것 같아요.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아내의 건강에 신경 못 쓰는 경우가 많아요. 무심한 가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죠. 이 영화 촬영 이후 가족 모두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누구든 건강은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까. 특히 저희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터라,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내의 병을 알고 나서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곤 잔뜩 취해 골목에서 굴렀던 장면과 남편이 의사지만 정작 아내의 수술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닫아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신을 표현할 때요. 만약 진짜 내 아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내 눈으로 온몸에 퍼진 암세포를 확인하고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떨까 생각하니 저절로 감정이 복받쳤던 것 같아요."

늘 단명하는 역할만 하셨는데, 이번엔 끝까지 죽지 않고 심지어 죽음을 지켜보는 입장이셨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지켜보는 건 더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한창 시트콤 시작할 때 촬영이 겹치니까 감정 조절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선 웃고 저기선 울어야 하니까."

정말 끊임없이 작품을 하시는 것 같아요. 힘들지 않으세요?

"연기를 하다 보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그래도 그런 캐릭터의 감정 소진조차 잘 즐기면서 해야죠. 잘 즐기는 것도 연기자가 해야 하는 몫이니까."

이번에 배종옥씨와 호흡을 맞춘 건 < 그들이 사는 세상 > 이후 두 번째시죠. 그러고 보면 여배우 복이 은근히 많으세요.

"홀아비 역을 맡아도 언제나 로맨스가 있었어요. 그동안 이미숙, 염정아, 강수연, 배종옥씨와 로맨스를 그렸는데, 멜로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영원히 멜로만 하고 싶기도 해요."

파격적이고 치명적인 사랑 연기도 어울릴 것 같은데.

"원조교제나 불륜 따위의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종류의 사랑 연기 빼고는 뭐든 오케이예요. 개인적으로 제일 부러운 게 외국 배우들이에요. 50~60세 돼도 그 나이에 멜로를 하잖아요. 그게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몰라. 물론 젊을 때의 열정적 사랑과 중년 이후의 사랑은 느낌이 좀 다르지만, 충분히 그때의 느낌도 연기할 수 있어요. 나는 지금도 진한 멜로를 할 수 있는데, 거 안 시켜주네. 허허허."

연애 경험은 많으세요? 왕년에 여자 좀 꼬였을 것 같은데.

"젊은 시절엔 '밥'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귀었어요. 생활이 어려워서 당시 한 끼 식사조차도 해결하기 힘들었거든요. 나중에는 포스터 붙이는 곳 근처에 여자친구를 한 명씩 사귀어놓고 점심시간에 가서 밥을 얻어먹곤 했어요."

그 많은 여자가 밥을 사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무대에 서면 다들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인기가 좀이 아니라 아주 많았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자랑을 늘어놓는 이 남자. 그런데 어쩐지 밉지가 않다. 현빈 트레이닝복을 입었더니 현빈이 왔다고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부터, 커피를 너무 잘 타서 당시 바리스타 측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는 하는 말마다 자랑을 해댔다. 너무 자랑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 있게 "어쩔 수 없어, 사실이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인가요?

"저는 살면서 특별한 굴곡이 없었어요. 다만 슬럼프는 몇 번 있었지. 지금이야 연기 좀 한다고 봐주지 예전에는 발 연기 한다고 선배들한테 혼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연기가 잘 안 될 때마다 머리를 삭발했는데, 생각해보니 당시에 머리를 기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네.(웃음)"

후배들에겐 어떤 선배세요. 연기 조언자? 아니면 일침을 가하는 무서운 선생님?

"후배들에게 인생의 조언자가 되어줄 수는 있는데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는 절대 강요하지 않아요. 내가 살아온 방식이 다 옳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늘 오묘해서 연기를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6~7년 전부터 장애인과 노숙자, 암환자들을 상대로 예술운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범위를 넓혀서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해요. 그들에게 일일 봉사, 끼니 제공, 추상적인 희망을 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올려주기 위해 연극 체험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주는 거죠. 항상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눌려서 살던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자신을 보일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겐 문화적인 충격인 거에요. 그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응어리를 발산하고 스스로가 쾌감을 느끼면, 그들 마음이 조금은 치료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당분간은 건강(허파꽈리)에 신경 좀 쓰려고요. 사실 올해 안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게 꿈이었는데, 올해는 힘들 것 같아요. 사실 색소폰에 정말 꽂혀서 악기도 사놨거든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가 가르쳐주겠다고도 했는데, 아직은 내가 싫다고 거절했어요. 학원 다니면서 어느 정도는 배우고 난 다음에 배우려고. 알아보니까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음색을 내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고급 음색이냐 저급 음색이냐인 거죠. 고급스러운 음색을 내기 위해 일단 건강에 신경 쓰고, 그런 다음 연주자를 다시 찾아가야지. 조만간 색소폰 연주하는 모습 보여줄 테니까 기대해요. 허허허."

선생님의 열정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글쎄요. 그냥 저는 실패한 자가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한 자가 패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쉬워 보이는 일도 해보면 어렵고, 못할 것 같은 일도 시작해놓으면 이루어지고요. 한마디로 쉽다고 얕볼 것도 아니고, 어렵다고 팔짱 끼고 있을 것도 아니라는 거죠. 쉬운 일도 신중히 하고 곤란한 일도 겁내지 않고 하면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 열정은 긍정의 힘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젊은 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추시는데, 덕분에 최신 유행도 빨리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건 그래요. 감각도 젊어지고요.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면 할수록 그들의 생각이나 그들의 생활상을 더 잘 알게 돼요. 물론 우리 나이대도 그 시절을 거치긴 했지만, 우리가 그들 나이였던 시대와 지금은 여러 가지에서 많이 다르잖아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게 싫지 않아요.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 설레고 재밌지 않아요?"

친한 젊은 배우들을 꼽는다면?

"믹키유천, 택연, 현빈. 유천이는 하남고등학교 후배고, 택연이는 < 신데렐라 언니 > , 빈이는 < 그들이 사는 세상 > 에 같이 출연하면서부터 친해졌어요. 빈이는 이번에 군대 가기 전에도 연락해서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잘 다녀오겠다고 하더라고. 내가 편하게 대하니까 다들 편해하고 나도 그들이 좋고, 요즘엔 (조)권이랑 가인이도 애정이 가고 그래요."

가족 이야기는 자주 하지 않는데, 어떤 아빠이고 어떤 남편인가요?

"대학생 외동딸이 있는데 현재 정글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내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해 가수를 하고 싶어 했는데,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으로 들어갔죠. 사실 난 딸이 연예인이 되는 걸 원치 않아요. 스타가 되기도 어렵지만 스타가 된 이후의 정신적인 박탈감 또한 견디기 힘들거든요. 평범한 연예인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고. 그래도 한번 시작한 거 책임감 있게 계속해 나갔으면 해요. 지금 딸아이 얘기를 하는 것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쉽게 그만둔다고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는 거예요."

그는 딸에게만큼은 언제나 열려 있는 아빠다. 아마도 유치원 때부터인 것 같단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이기에, 어린 시절 아버지와 손잡고 걷는 아이들을 볼 때 그렇게도 부러웠기에, 그는 딸에게만큼은 그런 외로움과 박탈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와는 연애결혼을 했다. 극단에서 만나 선후배로 지내다 눈이 맞은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젊은 시절에 비록 생활고에 찌들어 살았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더욱 의지하고 신뢰한 결과, 이렇게 단단하고 끈끈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완성되었다. 아내는 내조에 타고났다. 늘 남편에게 홍삼이며 보약을 챙겨주지만, 그는 정작 잘 먹지 않는단다. "그래도 남들 다 먹는 비타민 한 알은 먹는다"며 웃는 이 남자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다.

부슬비가 내리던 이날 인터뷰는 자정 너머까지 계속됐다. 촬영도 겸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피곤한 그를 잡아두는 것이 영 미안했지만, 그는 이날 촬영을 위해 집에서 라이더 재킷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즐거운 수다 한마당을 펼치고 돌아가는 길, 창밖 너머 들려오는 빗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 없었다.

취재: 정은혜 기자 | 사진: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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