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로 인생 한방 노리는 '거마 대학생'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2011. 4.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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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수십명 '콩나물 합숙'.. 말쑥한 차림 '새벽 출근'

'거마(거여·마천지구)대학생을 아시나요?'

28일 오전 6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뉴타운 재개발지구 일대. 한 허름한 건물에서 약 20명의 남녀 학생이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건물 외관과 대조적으로 정장 등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들은 대부분 대학 휴학생인 다단계 판매원이다.

인근의 또 다른 빌딩들에서도 100여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말쑥한 차림으로 출근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들이 거주하는 집은 일반 가정집과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커다란 신발장에 수많은 실내화가 놓여 있었다. 33㎡ 정도의 공간에서 적어도 30여명이 집단생활 중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일대에 거주한다는 다단계 판매원 A(여·22)씨는 어떤 종류의 다단계에 종사하느냐는 질문에 "묻지 말고 모른 척해 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눈 딱 감고 돈 벌어 유학 가고 싶어서 이 일을 한다"고 말한 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지난 2005년 3차 뉴타운지구로 선정됐지만 제대로 사업 진척이 되지 않는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가 최근 다단계 판매업 종사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변하고 있다.

거주자 대부분이 대학 휴학생이나 사회 초년병으로 구성돼 있어 주민들은 이들을 동네 이름(거여동, 마천동)을 따 '거마 대학생'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들 단기간에 고수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이곳으로 들어와 집단 합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여·마천동 일대가 이처럼 휴학 중인 다단계 판매원의 집단 거주지가 되면서 학생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 반강제적으로 합숙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다단계 회사들이 판매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동할 때 2~4명씩 몰려다니고 점심도 합숙소에서 싸 와 함께 먹게 하는 등 매사에 단체 행동을 의무화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몇몇 개별 신고만으론 불법 여부를 단정하고 수사를 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위해서는 거주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신고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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