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폭스 박세정, "스스로에게 정말 중요한 시즌이에요"

2011. 4. 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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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이혜린 기자] "이제는 반전을 보여드릴 때라고 생각해요"

KT 고강민의 지목을 받은 폭스 박세정'띵동'

근황이 궁금한 선수들을 포모스가 대신 찾아가 드리는 서비스, '초인종'의 일곱 번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조병세(하이트) 선수를 시작으로 했던 초인종이 벌써 일곱 번째 주인공을 맞이할 때가 됐네요. 첫 초인종을 눌렀던 저로서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히나 '센스 만점' 전상욱(폭스) 선수의 선견지명 때문이었을까요. 도재욱(SK텔레콤)-허영무(삼성전자)-고강민(KT)으로 이어지는 일명 '패왕 라인' 선수들을 차례로 만나 그 동안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지난 주, 89년생 동갑내기 '패왕'들의 마지막 릴레이 주자였던 고강민 선수는 '패왕사신기'를 완성하겠다며 빠른 90년생 친구인 박세정(폭스)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게다가 질문의 수위도 파격적이었죠.

긴 말 필요 없이 여러 분이 기다려온 박세정 선수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단, 스크롤을 내려서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만 확인하시면 안 됩니다. 이번 초인종 역시 재미와 감동은 보장하니까요.

- 안녕하세요. 포모스에서 가정 방문 나왔습니다. 간단한 인사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하죠? 인사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냥 '박세정입니다' 라고 하면 안 돼요? 아, 나 이런 거 진짜 못해(웃음).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비시즌 기간이 꽤 길었는데요.▲ 연습 시간에는 하던 대로 연습하고, 요즘은 쉴 때도 연습하고 있어요. 저희 팀 자체가 휴가가 길지 않아서 집에도 내려가지 않고, 정말 연습만 했던 것 같네요.

- 가장 먼저 고강민 선수의 질문을 전해드릴게요. "세정아, 그 때(서바이버 토너먼트) 내가 했어도 이겼을 것 같은데 왜 그랬니?"라는 고강민 선수의 질문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일단 이 자리를 빌어서 그 경기를 보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고)강민이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아마 강민이가 했으면 무승부도 못 했을 것 같아요(웃음). 그게 쉬운게 아니에요, 진짜. TV로 보기엔 정말 쉬워 보일 수도 있는데, 무승부가 나올만한 맵도 아니었고 그런 상황은 정말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나중에 VOD를 보면 다 보이는데, 그런 상황이 눈 앞에 닥치니까 멍했어요.

- 나중에 VOD를 다시 보니까 무승부가 될 상황이던가요?▲ 다시 보니까 충분히 제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자신감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신중하게만 하려다 보니까 소심해지면서 경기가 꼬였어요. 그래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 왜 하필 그 순간 자신감이 없었던 걸까요?▲ 아무래도 연패를 하다 보니까 유닛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위축 되더라고요. 유닛들이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제 자리에 서 있던데요(웃음). 손이 안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제가 손만 움직이면 유닛들을 전진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가만히 있거나 역으로 후진을 시켰어요. 아마 '연패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들은 다 공감할 텐데, 연습 때는 그런 움직임이 정말로 잘 안 나오거든요. 방송 경기에서 자꾸 연패를 하다 보니까 위축이 되는데, 그 점을 빨리 고쳐야 될 것 같아요.

박세정의 가세로 '패왕사신기' 릴레이 인터뷰가 완성됐다- 참 신기해요. 도재욱, 허영무, 고강민, 박세정 순서로 인터뷰가 이어진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넷이 서로 친한 사이일 수가 있죠?▲ 저는 도재욱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친분이 있어요. 도재욱 선수하고는 같은 나이라 친구이기는 하지만, 인사 정도만 주고 받지 사적으로는 알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허)영무, (고)강민이랑은 아마추어 때부터 쭉 친했어요.

- 서로 배틀넷에서나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패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나요?▲ 영무나 강민이랑은 해요. 몇 주 전에 스갤 웹툰을 처음으로 봤거든요. 제목이 '패왕들의 전쟁'이었나? 그땐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서 진짜 웃겼어요. 아직 서바이버 토너먼트 전이기도 했고(웃음). 그 당시에 경기장에서 강민이를 만나서도 진짜 많이 놀렸거든요. 그때는 제가 거기에 낄 줄 몰랐던 거죠.그런데 나중에 '써킷삼분지계'였나, 제가 주인공인 웹툰이 나오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포모스 커뮤니티 메인에 제가 뜬걸 보고 차마 눌러볼 수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패왕 라인'에 제가 포함됐다는 걸 알았고, '이게 웃기만 할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그 뒤에 나온 웹툰들은 또 봤어요. 제가 나온 것만 빼고요(웃음).

- 네 명의 선수들이 모두 웃으며 '패왕'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솔직하게 마음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나요? 재미로 만든 웹툰을 떠나더라도,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 계속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제 방명록 테러나 악플에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그런 것도 하나의 관심이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런데 프로게이머라면 '택뱅리쌍' 분들처럼 실력으로 주목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스스로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패왕사신기'로 주목을 받으니까 씁쓸하긴 해요. 그나마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 고강민 선수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무플 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하던데,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어때요?▲ 예전에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 전에는 '이럴 바엔 무플이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게임을 질 때마다 정말 상처받을 만한 욕만 들었었거든요. 그래도 이제는 웹툰으로 희화화 되면서 관심도 받고, 위로도 해주시니까 좀 낫죠. 둘 다 겪어 보니까 확실히 무관심 보다는 악플이 나은 것 같긴 해요. 어쨌든 그렇게 욕을 하시는 분들도 제 경기를 봐주셨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려고요.

- 사실 박세정 선수는 단순히 패배가 많기 때문에 '패왕' 라인에 들어간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패배할 때마다 너무나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진 탓에 더 관심을 끌었잖아요.▲ 하하. 맞아요. 제가 임팩트 있는 경기를 많이 하긴 해요. 왜 그럴까요, 진짜(웃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외로움도 굉장히 많이 타고,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데 그런 성향이 경기를 할 때도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연습을 할 때도 기분에 따라 집중력의 정도가 달라지고,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이 있으면 게임을 하면서도 계속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잘 풀리지 않더라고요.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에요(웃음)?▲ 팀에 들어 온지도 꽤 됐고, 나이도 조금씩 먹다 보니까 점점 더 다른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게임 외의 걱정거리가 하나 둘씩 생겨나기 때문인지 그런걸 생각할 시간도 늘어나던데요.

'기복의 박세정'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고- 그럼 지금 생각해도 '아, 진짜 창피하다. VOD를 지워버리고 싶다' 싶었던 경기가 있다면요?▲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대표작'이 세 개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정명훈 선수와의 프로리그 경기에요. 또 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김택용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임팩트 있게 졌는데, 그게 제 인생을 바꿔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리고 가장 최근의 무승부 경기까지요.반대로 칭찬해주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꼭 적어주세요(웃음). 2007년도에 지금은 영구 제명된 김 모 선수와의 대결에서 완전 대박으로 역전한 경기가 있어요. 블루스톰에서 했던 경기인데, 제가 정말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다크템플러 마인 역 대박으로 이겼거든요. 그건 진짜 나중에 제 아들한테 보여줄 거에요.

- 팬들은 '속도의 이영호, 높이의 박성균'에 덧붙여 '기복의 박세정'이라고도 표현을 하더군요. 본인의 기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해 인정하기 싫어요. 그런데 방송을 할 때마다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보통은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기복이 심한 편인데, 스스로 기본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뭐라고 말로 설명을 못 하겠어요. 저도 궁금하고, 제 자신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지금 결과는 이렇지만, 기회가 왔을 때 아예 반대 쪽 테크트리를 탔으면 높이 올라 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 버린 것도 같아요.

- 그 기회라는 건 스타리그 4강에 올랐을 때를 뜻하는 건가요?▲ 아뇨. 스타리그 4강은 두 번째 기회였던 것 같고, 2008년으로 기억하는데 제가 프로리그에서 다승 2위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계속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조금 나태 했던게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쉽고 후회돼요.

- 그런데 본인뿐만 아니라 같은 팀에 있는 이영한, 박성균, 신노열, 전태양 선수 등도 기복이 심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럽잖아요.▲ 참 재미있어요, 우리 팀은(웃음). 다들 기본기가 부실하지 않고, 특히 (신)노열이는 기본기가 정말 탄탄하거든요. 그냥 외부에서 우리 팀을 바라보는게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특출난 에이스는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 못 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는 해내는 이미지잖아요.

어느덧 팀에서 고참이 된 박세정,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다- 평소에 기사 밑의 댓글이나 커뮤니티의 글들을 자주 보는 편인가요?▲ 이긴 경기의 기사 댓글은 무조건 찾아보고, 진 경기도 가끔은 보는 편이에요.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진 경기 기사의 댓글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볼 때마다 슬퍼요. 기분에 따라 가끔은 제 스스로가 한심해서 욕이라도 보고 정신 차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 실제 성격은 어떤 타입인가요?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격인지, 무던하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성격인지 궁금해요.▲ 악플 같은 경우에는 이제 개의치 않고 한 귀로 흘리는 수준이 됐어요. 게임과 관련해서는 그런데, 그 외의 성격은 소심한 편인 것 같아요. 평소에 '팔랑 귀'라서 결단도 잘 못 내리는 편이고(웃음). 하지만 스스로 보기에 제 성격은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자부해요.

- 그래도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 같아요.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그렇겠지만,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만큼 뒤따라올 질타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지금은 악플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던해졌는데, 그런 것 보다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힘이 들 때가 많아요.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해야 하나. 프로리그를 치를 때에도 제가 연패 중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회를 주시고, 계속 믿어주셨는데 자꾸만 지니까 힘들었어요.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속 져버렸으니까요. 그때는 정말로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게임을 관두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막막해져서 몰래 울기도 했어요.

- 그래서 긴 고민 끝에 어떤 결론이 나오던가요? 해결책은 찾았는지 궁금한데요.▲ 둘도 없이 친한 형이자, 좋은 코치님인 한동훈 코치님이 팀에 합류하신 이후로 많이 나아졌어요. 우리 팀에 코치로 와주신 뒤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위로 받을 수 있었고, 이제는 그런 생각을 떨쳐냈어요.

- 그래도 한창 때는 개인리그 4강까지 오른 적도 있고, 올 시즌 프로리그 초반에도 연승을 기록한 적 있잖아요. 다시 그러지 못하란 법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의지를 다지고 있나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 정말 중요한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한 코치님도 합류해서 잘 도와주고 계시고, 이제는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허송세월로 시간을 낭비하면 남들 손해가 아니라 제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후회할 짓이고요. 앞으로 다른 누가 아닌 저를 위해서 남은 라운드를 열심히 보낼 생각이에요.

- 어떻게 보면 프로리그에서 '중원'이 퇴출 된 이후로 내리 연패를 기록했던 것 같아요.▲ 중원이 퇴출 당하면서 저도 퇴출 당했죠(웃음). 2011년도에 승리한 기록이 없는데, 솔직히 이 정도까지 못 할 수는 없거든요. 아무리 지고 싶어도 이렇게까지 질 수가 없는건데 신기하죠(웃음).

- 새 맵들은 어떤 것 같아요? 다시 살아날 만한 기회가 있을 것 같던가요?▲ …다시 중원 넣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신맵은 솔직히 힘들더라고요.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완벽한 부활이 절실한 요즘- 본인의 부활이 팀에게도 절실해요. 실질적으로 프로토스 라인을 홀로 이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평소에 감독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자주 해주세요. 장난을 섞어서 최대한 부담주지 않으려고 하시지만, 저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 중이에요. 제가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다른 프로토스를 영입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에게도 안 좋은 일이니까 책임감을 느끼면서 팀을 살려보고 싶어요.

- 이제는 현실적으로 입대에 대한 생각도 많아질 나이인데, 군대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죠?▲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민이죠. 군대에 갈 적기이기도 하고요. 생각은 엄청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은 제가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아서 결론 짓지 않았을 뿐이에요.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가게 된다면 꼭 공군 에이스로 입대하고 싶어요.

- 언제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셔야죠.▲ 안티 팬 분들이나, 정말로 응원을 해주시는 팬 분들이나 모두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자체가 감사해요. 최근에는 '패왕사신기'로 주목을 받았으니까 앞으로는 반전이 될 수 있게 승수를 많이 쌓는 쪽으로도 주목 받고 싶어요. 그리고 진짜로 진심이 담긴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분들께 정말로 감사 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본인이 '초인종'을 누르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삼성전자의 저그 (유)준희요. 그냥 가장 친한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고, 꼭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준희를 지목할래요.

-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대체 뭔가요? 박세정 선수의 질문 역시 가장 첫 질문으로 전해드립니다.▲ 유준희 선수가 '준프로게이머' 자격증은 갖고 있는 건지 좀 물어봐 주세요. 경기력도 의심스럽고, 별명도 '유준프로' 잖아요(웃음).

진행=이혜린 기자 rynnn@fomos.co.kr사진=김지만 기자 mani4949@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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