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리더] "지고 못 산다" 아버지 빼닮은 승부 근성, 이부진 사장

우고운 기자 woon@chosun.com 2011. 4. 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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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도 있고 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일하는 스타일부터 외모까지 아버지와 판박이다. 지독한 일벌레다."

이부진(40) 호텔신라 사장에 대한 주변 측근들의 평가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로 이 회장의 신임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인사 때 호텔신라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계단 고속 승진했다. 삼성이 여성 CEO를 배출한 것은 그룹 출범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사장과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직을 겸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 탓에 여간해선 딸들을 후계자로 삼지 않는 국내 재계 판도에 그녀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 삼성그룹 최초 여성 CEO

이부진 사장은 1970년생으로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복지재단의 보육사업팀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 일본 본사,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호텔신라에 몸담았고, 2009년부터는 삼성에버랜드 전무를 겸직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삼성의 첫 여성 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이 사장이 2001년 호텔신라의 기획팀 부장으로 왔을 때만 해도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부모 덕'이라며 쑥덕이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호텔신라를 장악해 나갔다. 호텔신라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해 사업의 중심을 호텔에서 면세점으로 바꿨다.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힘을 쏟아 호텔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로 유명한 식음, 연회사업 부문에서 24개월 연속 시장점유율 1위라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호텔신라를 리뉴얼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신라면세점을 리모델링해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확대하고, 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화를 꾀했다. 그 덕분에 2002년 4157억원에 불과하던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2009년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에 이어 김포공항 면세점까지 접수하며 호텔업계의 거인 롯데호텔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호텔신라는 롯데호텔과 면세점 시장점유율에서 두 배 이상 격차가 났지만, 이 사장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최초로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이 사장은 2008년부터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버지와 판박이… 승부사적 기질 닮아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이 사장에 대해 "외모는 물론이고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까지 아버지(이건희 회장)와 판박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이런 이 사장을 굉장히 아낀다. 그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입사했을 때, 이 회장은 두 달 가까이 호텔신라에 숙박하면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이 사장의 승부 근성은 삼성 임원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다. 한 마디로 '완벽주의자'라는 것이다. 그가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호텔신라 케이터링 서비스(행사ㆍ연회 등을 대상으로 음식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서비스 현장을 온 종일 지키고 직원들의 동선을 스케치해 대안을 제시했다. 그가 호텔신라 임원으로 진급할 당시 그룹 신임 임원교육에 홍일점으로 참석해 극기훈련까지 적극적으로 해내 연배 높은 동기 임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호텔신라 상무 시절인 2007년에는 아이를 출산한 지 3일 만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다. 호텔신라를 리모델링할 때는 유통, 인테리어 등 호텔과 관련된 공부를 하느라 새벽 3시에 직원에게 업무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임에도, 호텔 경영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3개국어를 완벽하게 익혔다.

이런 이 사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녀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그녀는 지난 2001년 신라호텔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할 당시 지인에게 "언론이 왜 나에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경영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언론은 나를 가십거리로 다루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한복'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치르기도 했다.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입고 신라호텔에 갔다가 뷔페식당 출입을 제지당한 것이 트위터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 소식을 화제의 해외 토픽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잘 나가던 이 사장이 드디어 '삐끗'했다는 소리도 나왔다. 이에 이 사장은 이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신라호텔 트위터를 개설해 소통에 나섰다.

◆ 철저한 자기관리에 소탈한 면모도

삼성 관계자들은 이 사장이 겉모습이나 말투는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깊다고 평한다. 대개 재벌집 자제는 까다롭고 차갑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사장은 의외로 따뜻하고 소탈한 면이 있다는 것.

이 사장은 임직원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즐기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종종 함께 간다고 한다. 지난해 세기의 커플 장동건과 고소영이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때에는 손수 꽃장식을 도맡아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 사장은 임신 후에도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복대를 차고 다니며 일에 매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얌전했던 학창시절, 그리고 말 많았던 결혼식

이 사장의 학창시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초등학교와 대원외고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아동학과 89학번으로 입학했다. 같은 대학교에 다녔던 지인들은 그녀에 대해 "아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친구"라고 기억한다. 당시 내로라하는 정재계 집안 아이들이 꽤 있었지만, 이 사장은 수수한 옷차림에 버스를 타고 다니는 등 재벌 자제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녀의 한 대학동기는 "대학교 때는 이부진이 우리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튀지 않고 조용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실했던 친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동기에 따르면 이 사장은 학창시절 동안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몇몇 친구들과만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 사장의 사생활 중 가장 극적인 사건이 있다면 바로 결혼이다. 이 사장은 지난 1999년 당시 평범한 회사원이던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43)와 결혼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임 전무는 평범한 개인사업가의 장남으로 당시 삼성물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그야말로 말 많고 탈 많은 일대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가 자제와 평범한 회사원의 결혼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혼맥(婚脈)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삼성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고, 호사가들은 둘의 결혼과 관련한 수많은 루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사장은 결국 사랑을 지켜냈고 4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이후 이 사장에게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임 전무의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도 삼성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임 전무는 이 사장과 결혼한 후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고 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뒤 삼성에 복귀했다.

◆ 연예인 못지않은 패션 감각

평소 이부진 사장은 흑백 색상에 디자인이 최소화된 슈트 패션이나 올 블랙 원피스 패션을 주로 한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나 트렌디하고 단정한 패션이 귀티나는 이 사장의 이미지를 더 깔끔하고 우아하게 만든다고 평가한다.

또 그가 입고 나오는 패션은 늘 서구적인 외모의 동생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엄마 홍라희 여사와도 비교된다. 일명 '럭셔리 삼성가 패션'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들이 입고 나오는 옷, 패션 소품 하나하나의 브랜드와 가격은 늘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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