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⑰ 대구 짬뽕 맛집 5강 열전

월간외식경영 글·이정훈 기자 사진·변귀섭 기자 null 2011. 4. 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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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전쟁 치열한 대구광역시

졸업식 날의 음식은 단연 짬뽕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예행연습을 하고 길고 긴 송사와 답사, 각종 시상식에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 나면 더없이 춥고 허전했다. 식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교문을 나서서 당연하다는 듯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중국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몸속으로 스며드는 짬뽕 국물은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며 지나간 학창시절의 마침표 구실을 해주었다.

짬뽕은 자장면과 함께 중국집의 대표메뉴였던 우동의 자리를 언제부턴가 꿰차더니 지금은 전문점이 전국적으로 등장할 정도로 위세가 자못 당당하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과 함께 대구 시민의 짬뽕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뜨겁고 맵고 시원하면서 짠 맛을 좋아하는 대구시민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음식이 짬뽕이다 보니 대구에는 소문난 짬뽕 집들이 다른 도시에 비해 유난히 많다.

대구에서 그동안 '짬뽕 좀 한다'고 소문난 집들을 찾았다. 그 결과 유명무실과 명불허전이 교차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뜨거운 짬뽕의 도시, 대구의 치열한 짬뽕 열국지를 들여다보았다. 대구에서 소문난 짬뽕 집들을 주유한 끝에 추천할 만한 베스트 5를 골랐다. 과연 화끈한 짬뽕대란 속 '대구 5패(覇)'는 어디일까?

1. 대구 수성구 황금동, 홍구반점

- 신선하고 푸짐한 해물과 개운한 뒷맛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

경남 거제와 통영 등 현지에서 매일매일 직송해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를 듬뿍 넣고 식물성 기름으로 재료를 볶아 원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국내산 청양고추와 마늘로 낸 매운 맛은 개운하면서 시원한 뒷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맑고 깔끔한 것이 이 집 국물의 특징. 서울 사람 기준으로 다소 매운 것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매콤한 맛을 유달리 선호하는 대구 사람 입맛에는 오히려 적당할 듯 싶다.

반죽기로 뽑은 면발도 쫄깃하고 식감이 뛰어나 면발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다른 집들과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면과 육수가 따로 놀지 않는 밸런스 역시 괜찮았다.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얇게 슬라이스를 한 단무지와 중간층의 것만 사용한 양파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삼선짬뽕(7,000원)과 삼선하얀짬뽕(8,000원)으로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고급스러운 풍미와 푸짐함이 그것을 상쇄한다.

호텔신라 중식당 '팔선' 출신의 주방장이 웰빙을 강조하며 직접 진두지휘를 해, 고급 호텔 중식의 느낌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아하고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와 함께 짬뽕의 개념을 한 차원 높여 대구짬뽕의 새로운 맹주로 활약할 것이 기대된다. 053-767-2888

2. 대구 달서구 본리동, 미미짬뽕

- 호․불호 양날의 칼, 구수하고 걸쭉한 오리육수

미미짬뽕(5,000원)을 비롯해 8가지 짬뽕이 있다. 이 중 계절에 따라 나오지 않는 것도 더러 있다. 해물은 조갯살과 얇게 저민 오징어 정도로 단출하다. 그러나 낙지를 한 마리씩 올려줘 섭섭지 않다. 파채를 고명처럼 올려 색을 보강하고 파의 향을 더한 점도 이채롭다. 대부분 돼지나 닭 뼈를 기본 육수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집은 오리로 육수를 내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이 때문에 국물이 걸쭉하고 기름이 많으며 오리 육수 특유의 깊고 구수한 맛이 나지만 이런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양날의 칼로 보인다. '신길동왕매운짬뽕(6,000원)'은 매운맛이 강해 웬만한 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홍합짬뽕(6,000원)은 홍합이 비교적 신선하고 양도 넉넉하다.

중국집으로서는 드물게 내부 인테리어가 깨끗하고 깔끔하다. 주방도 반개방식이어서 고객들에게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단무지와 양파는 미리 담아놓지 않아서 마르지 않고 촉촉하다. 주인장의 기존 부정적인 중식당에 대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053)567-8277

3. 대구 달서구 두류동, 신신반점

- 다양한 해물로 연출한 깊고 풍부한 국물

짬뽕(6,000원)과 고추짬뽕(6,500원)이 있다. 홍합, 오징어, 새우 외에 모시조개, 주꾸미, 꽃게가 들어가 해물짬뽕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준다. 돼지 뼈와 멸치 육수에 이들 해물이 우러난 국물 맛도 다른 집들에 비해 풍부하다. 고추짬뽕에는 낙지도 한 마리 얹어줘 더욱 먹음직스럽다. 국물색깔과 맛을 좌우하는 고춧가루도 품질이 좋은 것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얼핏 떡볶이의 소스 맛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짬뽕의 매운맛은 생고추를 썰어 넣어 맛을 낸 것이어서 자극적이지 않고 달콤하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맛으로 중독성이 강한 느낌이다.

면발의 식감은 그다지 썩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리 빼놓은 듯하다. 다른 해물들의 상태는 양호했는데 다만 홍합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규모가 큰 편이고 실내가 확 트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가 돋보인다. 053-625-7750

4. 대구 달서구 송현동 <가야성>

- 개운하고 담백한 맛과 순한 매운맛이 조화 이뤄

짬뽕(5,000원)과 삼선짬뽕(7,000원)이 있다. 국물 맛은 대체로 개운하고 구수한 맛이 감돈다. 다른 집보다 매운 맛이 적어 매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어린이들이 먹기 좋다. 삼선짬뽕은 짜지 않고 화학조미료 맛이 다른 집보다 훨씬 적게 느껴져 담백하다. 주인장이 끝내 국물 베이스를 밝히지 않았지만 돼지 뼈가 아닌가 싶다. 해산물과 채소도 신선한 편이고 소라의 쫄깃한 맛도 다른 집에 비해 강점으로 꼽힌다. 면이 국물 맛을 충분히 빨아들이지 않아 면과 국물이 따로 논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넓은 그릇에 나와 보기에 푸짐하고 눈을 즐겁게 해준다. 원하는 손님에게 앞치마를 제공하고 가위로 면을 잘라준다. 4~50대의 아주머니들이 서빙을 하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053)654-0545

5. 대구 남구 이천동, 진흥반점

- 육개장 같은 친근한 맛, 명성에는 다소 못 미쳐

짬뽕(5,000원)과 삼선짬뽕(6,500원)이 있다. 돼지 뼈를 기본 베이스로 한 국물은 육개장 국물 같은 느낌이 들면서 칼칼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맵지 않아 친근한 맛이다. 홍합을 다른 집처럼 껍질 째 넣지 않고 내용물만 넣어 깔끔하다. 날 부추를 고명으로 쓴 것과 콩나물 외에 숙주나물이 더 들어간 점도 독특하다.

대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문난 집이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짬뽕 맛은 다소 아쉬웠다. 돼지고기가 퍽퍽해 오히려 식감을 떨어뜨리므로 차라리 넣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의 염도도 보통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짜다. 하루에 200그릇 정도의 분량만 준비해두고 그 분량이 소진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보통 오후 3시 전후에 영업이 끝난다. 6개의 작은 테이블과 좁은 방이 식사공간의 전부여서 밖에서 줄서서 대기하였다가 먹어야 한다. 053)474-1738

맛은 기본, 트렌드 선도하는 업소가 최후 승자 될 듯이들 업체 외에도 여러 업소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화학조미료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 사용하는 집도 많았다. 면도 미리 한꺼번에 뽑아두었다가 써서 제 맛을 내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짬뽕 애호가 사이에 잘 알려진 달서구의 모 업소는 식재료로 들어간 해물의 신선도가 기본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국물도 한 번에 끓여놓았다가 사용한 것 같았다. 해물이 신선하지 않다보니 국물도 탁하고 맛이 떨어졌다. 다만 수성구의 한 업소는 맛과 재료는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재료를 볶는 과정에서 너무 태워 쓴맛이 강했다. 이 집의 굴짬뽕은 먹기 불편할 정도로 쓴맛이 심했다. 들깨가루를 넣은 점은 건강식으로 좋은 콘셉트이긴 하지만 들깨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구의 유명 짬뽕 집들은 각자 개성 있는 식재료와 국물 맛을 내면서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콩나물을 넣어 국물을 시원하게 한 점, 면 위에 고명으로 낙지를 얹고 돼지고기를 작게 썰어 넣어 식감을 증진시킨 점, 곱빼기를 따로 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이 푸짐한 점, 점포의 주인장이 주방장을 겸하는 오너 셰프가 많다는 점이다.

짬뽕 애호가가 많은 도시인 대구에서는 오늘도 뜨겁고 매운 짬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저마다의 무기와 특기로 무장하고 고객의 입맛을 공략해 나간다. 그러나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안주하는 업소도 눈에 띄었고, 소수 미식가의 입맛에 맞춘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지나치게 개성을 살린 업소도 있다. 대구에서 짬뽕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구의 입맛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뭔가 플러스알파가 되는 요소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먼저 찾는 업소가 대구 짬뽕시장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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