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IT] 윌리엄 쇼클리와 트랜지스터

2011. 4. 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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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전시에 이런 연구에 참여했던 AT & T사 벨연구소 직원들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은 반도체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당시 AT & T는 미 전역에 설치된 전화망에서 증폭, 제어 기능을 맡고 있던 진공관과 전기 기계식 계전기를 대체할 만한 장치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 여름, 벨연구소는 막대한 자금과 인원이 투입되는 고체 물리학 분야의 대규모 사업에 착수했다. 이 반도체 연구에 투입된 물리학자들 가운데 2명의 주요 인물이 있었는데 벨에서 16년간 실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윌터 브래튼과 이 회사의 이론가였던 존 바딘이었다.

당시 팀의 리더는 35세의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였다. 광산 기술자의 아들이었던 쇼클리는 런던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에서 성장했다. 쇼클리는 자기 자신을 과신하기 좋아했지만 그만큼 매사에 열성적이고 남에게 지기 싫어했다. 벨연구소가 이 사업에 착수할 때부터 그는 비슷한 연구가 퍼듀 대학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민감하게 주시할 정도였다.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

쇼클리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10여 년 전부터 반도체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가 이 사업에 기여한 중요한 공로는 연구 과제를 아주 단순한 소자 개발로 집약시켜 연구와 실험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증폭기를 만들려는 그의 특수한 접근 방식은 논리적으로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시험 단계에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바딘과 브래튼은 그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실험 방법을 찾아냈다. 우선 그들은 n형 게르마늄을 금속 원판에 납땜해 붙였다. 그리고 그 게르마늄에 5/100mm의 간격을 두고 2개의 가는 금선의 끝을 붙여 사실상 2개의 가는 선을 만들도록 했다. 그런 다음 금속과 게르마늄의 베이스에 세 번째 금속을 접속시켜 공통 접지 회로에 연결했다.

1947년 12월 23일 이 두 연구원은 한쪽의 금속 접점(이후에 이것을 이미터라고 부른다)에 순방향의 낮은 전압을 걸고 음성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다른 한쪽의 금속 접점(이후에 이것을 컬렉터라고 부른다)에서 역방향의 훨씬 높은 전압이 걸렸다. 이때 증폭된 신호는 약 50배 정도였다.

벨연구소는 이후 3년 동안 100만 달러 가량의 연구비를 투입해 반도체 증폭기를 완성했다. 이미터를 통해 게르마늄으로 들어온 양전하, 즉 정공이 게르마늄 표면을 지나 컬렉터에 모이는 전류를 증폭시키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장치는 저항기를 가로질러 전류를 흐르게 하기 때문에 트랜스 레지스터(Trans resistor)라고 부르다가 곧 트랜지스터(Transistor)라고 줄여 부르게 됐다.

곧이어 발표된 완성품이 있었지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신문에서도 별반 큰 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심지어 벨연구소의 과학자들조차도 점 접촉 모델(point-contact model)로 알려진 이 최초의 트랜지스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잠재력을 가진 이 장치에 대해서 쇼클리는 귀신이 붙어 있는 것 같다고까지 말하곤 했다. 윌리엄 쇼클리는 이런 장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서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 그것을 만회하려는 듯이 점 접촉 모델형 트랜지스터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는 몇 일이 지나지 않아 논리적인 증명에 성공함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우수한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이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데 엄청난 집요함을 보였다. 그래서 당시 동료들은 트랜지스터를 집요함(persistence)을 뜻하는 말과 결합해 퍼시스터(persistor)라고 부르기도 했다.접합 트랜지스터의 등장1951년 쇼클리는 믿을 만한 최초의 접합 트랜지스터를 세상에 내놨다. 이 새로운 트랜지스터는 세 층의 게르마늄판을 금속의 상장 형태로 포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크기는 14mm 정도로 이후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트랜지스터가 된다. 이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는 n형 반도체 사이에 얇은 p형의 반도체(베이스라고 한다)를 샌드위치처럼 넣은 것으로써 npn형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면서도 진공관보다 공간을 훨씬 적게 차지하고 결함도 거의 없다. 즉 깨지기 쉬운 유리 케이스도 필요 없고 뜨거워지는 필라멘트도 사용하지 않는다. 과열되거나 전력을 많이 소비하지도 않는다.

결국 쇼클리의 접합 트랜지스터가 시장에서 점 접촉 트랜지스터를 압도하게 되지만 그의 동료였던 바딘과 브래튼의 업적도 결코 잊혀진 건 아니다. 1956년 이 세 사람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특히 1972년 바딘은 일리노이대학에서 행한 극저온 상태에서의 광물의 초전도성에 대한 연구로 두 번째 노벨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얻는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은 엄청난 과학적 성과였지만 발명 즉시 상업적인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당시는 제작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진공관 하나의 제작비가 74센트였고 트랜지스터 하나를 만드는 비용은 약 8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트랜지스터의 제작비는 저렴해졌다. 1954년 벨연구소에서 텍사스인스트루먼트로 자리를 옮긴 물리학자 고든 틸(Gordon teal)이 전자공학 분야의 신참임에도 불구하고 게르마늄 대신 값싼 실리콘으로 만든 접합 트랜지스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게르마늄은 아연을 정련할 때나 석탄을 채굴할 때 부산물로만 발견되는 희귀 원소로 트랜지스터 하나에 들어가는 양은 0.025g이었지만 가격은 금값보다 비쌌다. 하지만 실리콘은 모래의 주성분으로 지구상에서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다. 즉 모래를 퍼다가 가치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TI가 최초로 내놓은 실리콘 트랜지스터

생산 기술의 향상 또한 반도체의 비용을 줄이는 데 한 몫 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다결정 덩어리보다도 훨씬 순수한 단결정 실리콘을 크게 성장시키는 법을 알아냈다. 또 연구자들은 실리콘 용해액에 불순물을 떨어뜨리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불순물을 첨가하는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확산법이라는 이 새로운 방법은 증발 처리 과정을 통해 불순물을 아주 정확히 첨가해줬는데 그 정확도는 트럭 38개 분량의 설탕에 소금 입자 1개를 섞을 수 있는 정도였다.

트랜지스터의 값이 하락하면서 전자제품의 소형화가 시작됐다. 이런 경향을 가속화시킨 건 군사적인 필요였다. 유도탄이나 기타 무기에선 복잡한 전자장치를 작은 공간 속에 집어넣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또한 막 시작된 우주 개발 계획에서도 부품의 소형화가 절실히 요구됐다. 이런 경향은 새로운 여러 가지 제조 기술의 진보를 가져왔다.

진공관에서처럼 처음의 트랜지스터는 손으로 직접 선을 연결하고 납땜을 해서 회로를 만들었다. 이 과정은 무척 지루했고 이렇게 해서 완성된 회로는 소형화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욱이 부품이 실리콘 위로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에 오염이 되거나 손상되기가 쉬웠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를 일일이 연결하는 건 트랜지스터가 일괄적으로 제작되는 걸 생각해볼 때 비능률적이었다.

보다 작은 회로를 싸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은 1952년 영국의 레이더 전문가인 더머(dummer)가 제안한 적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 심포지엄에서 그는 회로 전체(트랜지스터, 저항을 포함한 모든 부품)를 한 덩어리의 반도체 속으로 통합시키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더머는 결국 자신의 제안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지만 후에 더머의 연구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한 미국인 엔지니어가 더머와 같은 이론을 개발해 이를 실현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은 현대식 소형 컴퓨터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인사이드IT]① 전자식 스위치, 진공관의 탄생[인사이드IT]② 반도체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나[인사이드IT]③ 윌리엄 쇼클리와 트랜지스터[인사이드IT]④ 킬비 그리고 집적회로의 탄생[인사이드IT]⑤ 노이스와 개선된 IC의 등장[인사이드IT]⑥ 인텔과 CPU의 탄생[인사이드IT]⑦ 트랜지스터, 무한 집적의 시대

[ 관련기사 ]▶ [인사이드IT] 전자식 스위치, 진공관의 탄생[인사이드IT] 반도체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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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수 객원기자(anbangm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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