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선박왕 '권혁' 두 시선

2011. 4.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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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이란 사람에 대해 들어봤느냐?"

2009년 국책은행의 선박금융담당자가 다소 흥미롭다는 듯 말을 건넸다. "나도 잘 모르는데 선박이 140척이나 된다네."

일본에서 1∼2%의 저리 엔화자금을 빌려 선박을 발주, 주로 해외에서 자동차운반선·벌크선 등의 선박 대선업(임대)으로 성공한 시도상선 권혁 회장(61)이 국내에서 선박금융을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으로 파악된다. 지난 11일 국세청이 개인에게 부과한 세금 중 역대 최고액인 4101억원을 추징한 시도상선 권 회장에게 시선이 몰리고 있다.

■두가지 시선…극소수만이 접촉

12일 국내 해운·조선업계에서 권혁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극동의 선박왕'이란 시선과 '희대의 조세포탈범'이란 주장이 엇갈렸다.

국내 해운업계 C씨는 "모든 해운인이 닮고 싶어할 만큼 일본에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신규진입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일본 자동차운반선 시장에서 폐기 직전의 배 한척을 빌려 한때 최대 280여척의 선단을 꾸릴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시도상선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일본기업으로 권 회장은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국적의 해운인이라는 것이다. 국세청이 해운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한 재외 기업인에 대해 잘못 추징한 것이란 시각이다.

선박금융업계 L씨는 "유럽계 선박금융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선사의 99%가 마셜군도나 바하마 같은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선박을 발주한다"며 "업계에선 시도상선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일본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한국에 법인을 세우지 않고 조세를 포탈했다는 국세청 발표내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 K씨는 "한국 해운기업들은 대부분 해외SPC에 선박을 등록한 뒤에도 국내 소득신고를 통해 세금을 내고 있지만 권 회장은 철저히 역외법인을 통해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성공, 한국조선업계엔 큰 손

권 회장은 1991년 시도상선 설립 이후 불과 20여년 만에 160척의 선단을 꾸린 '극동의 선박왕'으로 추앙받지만 그와 직접 접촉한 해운,조선인은 많지 않다. 그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다만, 탄탄하기로 소문난 시도상선과 거래를 트고자 한국을 비롯해 유럽계 선박금융은행과 조선사들이 앞다퉈 달려갔을 정도로 업계에서 시도상선의 입지는 확고했다. 아울러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에 막대한 물량을 발주, 한국조선업계에서도 큰손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5년엔 현대미포조선에 유조선 40척을 연속 발주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했다.

경북고·연세대 출신인 권 회장은 1980년대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 수송과 관련된 일로 해운업과 연을 맺었다. 현대차 일본 지사에서 근무할 당시 주로 자동차 수송과 관련해 일본 선사, 마루베니 종합상사 등과 교류하면서 인맥을 쌓았다. 이때의 인연을 기반으로 1991년 마루베니에서 선박구입자금 100%를 지원받고, 폐기직전 자동차 운반선 한 척을 구입해 해운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저리의 엔화자금과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산업 호황 등 사세 확장의 시점이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기본적인 사업구조는 현대차로부터 10∼15년간 장기 용선 보증을 받은 뒤 마루베니에서 저리로 100% 금융을 조달하고, 확보한 선박 대부분은 현대상선 등 해운사에 대선(임대사업)해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ehcho@fnnews.com조은효기자

■사진설명=지난 2004년 8월 권혁 회장(오른쪽)이 시도상선 본사의 홍콩 이전식에서 홍콩 교통당국자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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