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서울 대학로에서 조그만, 그러나 매우 특별한 연극제가 시작됐다. 지난 1일 게릴라극장에서 개막된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 기획전>이다. 이윤택 연출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기획전은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 극작가 3인의 작품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세 사람의 극작가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구 동독출신 문인으로 브레히트 이래 가장 위대한 독일의 극작가라는 평을 받는 하이너 뮐러,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훌륭한 현 세대 극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39, Marius von Mayenburg). 세대 별로 지난 세기와 현 세기의 독일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들인 셈이다. 마이엔베르크는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이 이뤄진 독일 샤우뷔네극단의 '햄릿'(연출 토머스 오스터마이어) 대본을 쓴 작가다.
독일 현대연극 기획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이윤택 연출은 이렇게 얘기한다. "이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연극이 지니는 현실성과 동시대성, 또한 연극의 현실에 대한 저항성을 촌스럽고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곳이 독일의 연극계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국내 관객들이 독일 현대연극을 음미해 볼 수 있도록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3인의 극작가가 쓴 다섯 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개막작인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는 원작 그대로를 독일의 연출가 알렉시스 부크(Alexis Bug)가 무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브레히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그간 국내에서 번안극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원작 그대로를 무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히틀러와 나치스의 합법을 가장한 폭력적 집권 과정을 풍자한 것이다. 히틀러를 직접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알 카포네와 비슷한 미국의 거대 폭력조직 보스가 테러, 살인 등 온갖 잔인한 방법을 동원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히틀러가 연상되도록 한 것이다. 브레히트는 기본적으로 이 작품을 코미디로 썼다. 히틀러와 주변 인물들을 희화화한 것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웃음거리가 많다.
이 작품 공연의 성패는 배우들의 연기력, 특히 아르투로 우이 역이 조직폭력단 보스의 모습을 얼마나 공포스러우면서도 코믹하게 연기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개막일인 1일의 공연에서 본 우이 역 배우 이승헌(연희단거리패 배우장)의 연기는 돋보였다. 무대 뒤 어둠 속에서 음험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승헌은 말더듬이 같은 어투나 빠른 속도의 손ㆍ발놀림 연기, 또는 관객들이 아찔함을 느낄 정도의 위험한 몸동작을 자연스럽게 해 냈다.
시의원 독스버러나 언론인 덜피트와 우이에게 대중연설법을 가르치는 극중 퇴역배우 등의 역할을 맡은 오동식 배우나 우이의 주변인물과 경쟁자 또는 상인들의 역할을 맡은 연희단거리패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평균 이상이다.
연출가 부크는 이 작품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우이의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모습을 부각시키는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은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를 풍자해낸 것과 같은 코미디다. 한국에서는 관객들이 히틀러에 대해서는 잘 알아도 그의 주변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들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통해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연출의 초점을 맞췄다." 연출의 말이다. 그런 의도에 따라 조역들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으며 그들의 코믹한 행동이 많은 웃음을 자극한다.
게릴라극장 무대가 작은 공간인 만큼 무대는 비교적 단순하다. 3단 높이의 단을 쌓고 맨 위의 단에서 힘있는 자가 경쟁상대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연출 외에도 무대디자인을 베를린공대 출신의 건축가 필립 바움하우어가 맡음으로써 한국 관객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독일 현대연극의 단면을 어느 정도 상상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 기획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한독일문화원의 후원 아래 이뤄지며 개막일에는 슈테판 드라이어 주한독일문화원장 부부와 독일대사관의 알렉산더 노박 문정관 등이 공연을 관람했다.
◇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 기획전> 작품 개요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이원양 역ㆍ드라마투르기. 알렉시스 부크 연출. 연희단거리패 제작. 4월1일~24일.
▲ 브레히트 연구가 얀 크노프(Jan Knopf) 교수의 '부코의 비가'를 예로 한 브레히트의 정치시 강연/시낭송/행위전 = 4월16일 오후 3시.
▲'햄릿 기계' = 하이너 뮐러 작. 정민영 역. 이윤택 연출. 우리극연구소 제작. 4월29일~5월8일.
▲'사중주' = 하이너 뮐러 작. 정민영 역. 채윤일 연출. 이윤택 재구성. 극단 쎄실 제작. 5월12일~6월5일
▲'청부/살육' = 하이너 뮐러 작. 정은이ㆍ정민영 역. 김재권 드라마트루기. 영산대 연기뮤지컬학과 제작. 6월9일~11일
▲'못생긴 남자' = 마리우스 폰 마이엔브루크 작. 이원양ㆍ한은주 역. 윤광진 연출. 공연제작센터 제작. 6월15일~7월10일.
공연은 모두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문의는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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