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병 '구루병'이 다시 유행한다

김길원 2011. 3. 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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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비타민D 부족하면 아이도 발병위험"

"모유 수유 땐 이유식 먹이고 적당히 햇볕 쬐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못사는 시절 유행했던 `구루병'이 영ㆍ유아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국내에 다시 유행하고 있다. 햇볕을 잘 쬐지 않는 임신부들이 비타민D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하면서 비타민D 결핍상태가 그대로 대물림되는 데다 아이들도 TV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야외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 4개월~2세 사이의 아기들에게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루병은 체내 비타민D 결핍이 원인이다. 이 질환은 그대로 두면 안짱다리와 같은 뼈 이상이나 성장 장애, 기형 증상 등을 유발한다.

9일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영ㆍ유아와 청소년, 임신부의 비타민D 결핍성 구루병 진단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박미정 교수는 "국내 청소년 1천명과 부모를 대상으로 체내 비타민D 수치를 조사한 결과 구루병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구루병 예방을 위해 국민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투고했다.

구루병의 심각성은 박 교수팀이 앞서 대한소아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논문을 보면 박 교수팀이 체내 비타민D가 부족한 7개월 안팎의 영ㆍ유아 35명과 엄마 1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아이의 80%가 구루병으로 진단됐다. 저칼슘혈증과 경련, 손목뼈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인 구루병은 20%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무증상 구루병이었다.

또 구루병 진단 아이들의 83%는 12개월 이하의 영아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아이 중 57%가 모유 수유 중이었는데 이들 중 45%가 비타민D 결핍 상태였고, 아이의 엄마 90%가 비타민D 결핍 또는 불충분상태였다는 것이다. 모유 수유 아이의 29%는 철분 결핍성 빈혈도 동반됐다. 엄마의 비타민D 결핍이 아이한테 그대로 대물림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햇볕을 피해 다니는 데다 그나마 외출 시에도 햇볕 차단크림을 너무 두껍게 바르면서 심각할 정도로 비타민D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여성들이 출산하는 아이들이 모유만 섭취할 경우 아이들도 비타민D가 부족해져 구루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비타민D의 하루 권장량(단위 IU)은 성인기준 200으로, 하루 20분 정도 햇볕을 쬐면 생성되는 양이다. 짙은 화장을 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경우엔 비타민D 합성이 떨어지는데, 자외선 차단지수(SPF) 10 이하의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바르는 게 낫다.

박 교수는 "비타민D가 모자란 엄마가 모유를 먹일 때는 이유식을 적절히 섞여 먹여야 한다"면서 "고위험군의 구루병 예방을 위한 국가적 관심과 역학 조사, 이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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