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들려주는 '섬 이야기'
[CBS 사회부 허남영 기자]

'잠실도, 부리도, 무동도, 저자도를 아십니까?'
지금은 모두 사라져 그 이름 마저 희미한 한강의 섬들이다.
지난 세월 한강은 일제 강점기와 급격한 개발 붐을 거치며 지형 또한 변화무쌍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한강에는 앞서 언급한 4개의 섬이 사라지고 노들섬, 서래섬 등 인공섬이 생기면서 현재는 여의도와 밤섬, 선유도와 함께 5개의 섬이 남아 있을 뿐이다.
◈뽕나무 숲에서 아파트 숲으로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잠실 일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 그곳에는 뽕나무가 가득한 잠실도와 부리도, 무동도 라는 섬이 있었다.
지금의 석촌호수 일대 송파강이 당시에는 한강 본류였고 강의 범람으로 일시적으로 생기는 신천강(지금의 한강)이 지류였던 시절이다.
하지만 잠실 일대가 본격 개발되면서 공유수면 매립이 실시됐고, 본류인 송파강을 메우면서 잠실도와 부리도, 무동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나마 메우지 않은 송파강의 일부가 지금의 석촌호수다.
닥나무가 많아 이름 붙여진 저자도는 금호동과 옥수동 남쪽 한강에 위치한 모래섬이었다.
조선 초기부터 왕실 소유의 섬이었고 기우제를 올리는 장소였다고 전해진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저자도는 동서 길이가 2000m, 남북으로 885m, 전체 면적이 11만8002㎡에 달하는 섬이었으나, 1970년대 초 압구정동 개발을 위해 섬의 토사를 반출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난초와 지초의 섬 '난지도'
한강 하류 저지대에 흙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섬 난지도는 이름 그대로 난초와 지초가 자라는 섬이었다.
한때 전국 땅콩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땅콩 수확량이 많았던 난지도는 그러나 1977년 제방공사를 하면서 쓰레기매립장으로 바뀐다.
1978년부터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와 건설폐자재, 산업폐기물 등 약 9200만㎥의 쓰레기가 매립돼 해발 90여m가 넘는 2개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 생길 정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1년여에 걸쳐 생태공원화 사업이 진행됐고, 그 해 5월 평화의 공원과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5개 공원이 조성되면서 지금은 월드컵 공원이란 이름으로 시민들 곁에 있다.
◈선유봉에서 채석장으로, 기구한 운명의 선유도
양화대교가 지나는 선유도는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섬이 아니라 당산동과 육지로 이어진 해발 40m의 선유봉이었다.
한강 팔경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시화에 등장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했던 곳이다.
하지만 1925년 대홍수를 겪은 뒤 제방을 쌓으면서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하기 시작했고, 1940년대에는 여의도 경비행장 건설로 거의 평지가 돼 버렸다.
이후 미 군정기를 거치며 채석장으로 사용된 선유봉은 1962년 제2한강교가 착공되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모래밭으로 변했고, 한강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지금의 섬이 됐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이었던 선유도는 2002년 4월 환경재생공원인 선유도 공원으로 모습을 바꾸고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노들섬은 중지도라고도 불리는 인공섬이다.
조선시대에는 '모래밭 마을'이라는 의미의 '사촌'으로 불릴 정도로 이촌동에서 노들섬까지 이어진 모래벌판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철제 인도교를 건설하면서 주변의 모래를 모아 언덕을 쌓아 올리고 중지도라고 이름 붙인 것이 지금의 노들섬이다.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중간에 위치해 매년 봄이면 유채꽃이 만개하는 서래섬도 1980년대 올림픽대로 건설과 한강종합개발이 낳은 인공섬이다.
◈영토를 계속 확장하는 밤섬
생김새가 꼭 밤알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밤섬은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자갈과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폭파하기 전인 1967년까지 67가구 6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았던 유인도였다.
그러나 이듬해 밤섬 중심부를 폭파하면서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눠지고 행정구역도 윗밤섬은 영등포구, 아랫밤섬은 마포구로 이원화 됐다.
폭파 이전에 5만2000평이던 밤섬의 면적은 폭파 이후 4만7000평으로 줄었으나,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 등이 계속 쌓이면서 2002년에는 7만5000평으로, 2009년에는 그 보다 2만5000평이 더 늘었다.
1986년부터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밤섬에는 철새들이 찾기 시작했고, 도심 속 철새도래지로 거듭난 밤섬은 1999년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고 있다.
섬의 명칭이 붙은 뚝섬은 사실 섬이 아니다.
옛날 한강과 중랑천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뚝섬은 '살곶이벌'이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 칩거하던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환도 소식을 듣고 뚝섬으로 마중 나온 태종 이방원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nyhu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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