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tory] 화가 나도 "고객님~" 감정충돌로 가슴 멍든다

■ 감정 노동자들의 비애고객제일주의에 매몰친절도 평가 등 심적 압박 연속후유증·고통은 개인문제 치부심리상담·정신건강 "나 몰라라"
특정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도록 강요당하는 감정노동은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설문조사에서 보듯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야기한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권 보호는 물론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감정노동 후유증 발생의 원인을 차분히 짚어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감정노동은 서비스산업의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즉 상품 판매와 계산,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하는 서비스 직종 근로자는 고객과 대면하며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본래 감정과 노동자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조화로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더구나 소비자가 시장을 통제하게 된 이후 대다수 기업들이 고객 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그 책임을 노동자의 '웃음'에 전가하면서 노동자가 느끼는 감정 부조화의 비극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기업은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친절 강화 교육 등으로 감정노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정노동에 따른 감정의 부조화와 이로 인한 노동자의 정서적 소진은 비정규직의 확산 추세와 그들의 열악한 지위 및 근무 환경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 1,704만 8,000명 중 비정규직은 568만 5,000명(33.3%). 이중 제조업의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근로자(346만 6,000명)의 16.7%(57만 9,000명)인데 반해 도ㆍ소매업의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근로자(189만 3,000명)의 33.4%(633만명)에 달한다. 또 도소매 및 음식ㆍ숙박업종의 여성 노동자는 전체 여성 노동자의 30%에 이른다. 서비스 직종의 비정규직 및 여성 노동자 비율이 확대될수록 감정노동 후유증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비스 산업 현장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의 과소평가 분위기 때문인지 정부와 기업은 서비스직 노동자의 감정 부조화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며 제도적 대책 마련을 회피하는 분위기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 분류를 토대로 삼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외견상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노동 후유증을 업무상 재해의 판단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업은 전화 친절도를 점수화한 친절 평가를 실시하거나, 고객을 가장해 기업과 매장 직원의 친절도를 알아보는 '미스터리 쇼퍼'같은 모니터링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면서도 종업원의 정신 건강을 고려한 심리상담 서비스 등은 외면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감정의 부조화가 일상화하고 있지만 정부와 사회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고객과 기업의 인식 전환, 정부의 제도적 개선 노력을 통한 감정노동의 가치 인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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