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웹진] 허웅 '농구대통령'의 그늘을 벗다

박대웅 기자 2011. 3. 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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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아들로서 흔히 가지기 쉬울 것 같은 오만함. '농구'와 '승리'라는 두 단어만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어 그런 생각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나보다. 웅이(필자)가 웅이(허웅)를 만나 그의 남모를 고민을 파헤쳐보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 웅이의 건방진 프로필

이름, 허웅! 1993년 8월 5일 생. 농구대통령 허재의 첫째 아들로 잘 알려진 그의 올해 나이 어느덧 만 18세! 아버지를 비롯해 2011년 용산고 입학을 앞둔 동생 (허)훈이와 함께 나란히 '용산 패밀리' 결성!

중학교 1학년, 본격적으로 농구공을 잡은 직후 급속도로 실력이 향상됐으나 언론과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채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력! 특히 '리틀 허재'라는 꼬리표가 뒤따르며 늘 아버지와 비교 당하는 험난한 농구인생을 시작한다. 심지어 U-18 아시아청소년대회 대표팀 선발과정에서는 아버지 이름값에 의한 '특혜 논란'에 휘말리며 어린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팍팍!!!

그러나 지고는 못사는 허재 감독의 승부욕을 그대로 흡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피나는 노력 끝에 그는 48회 춘계 전국남녀 중고연맹전에서 용산고의 준우승을 견인한다. 비록 경복고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식스맨의 자리에서 새로운 주장으로 거듭, 득점왕과 우수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 폭발!! 하지만 우승을 못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벌써부터 다음 대회를 벼르고 있는 허웅,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 뒤늦게 잡은 농구공

(허)웅이는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이는 또래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라 할 수 있다. 농구 선수로는 키우지 않겠다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힘들게 운동을 하려하냐며 반대를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농구가 정말로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유명한 농구선수였다는 점은 사실 제가 농구를 시작한데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실제 아버지가 농구하던 모습은 워낙 어렸을 때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웅이다. 비디오를 통해 뒤늦게 아버지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게 됐다고.

한편 웅이가 농구보다 소질을 보였던 분야는 바로 축구였다고 한다. 단 하루라도 축구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았던 웅이였지만 농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였다.

"지도자 연수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갔어요. 미국에서는 축구보다 농구가 유행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구를 자주 접했죠. 가끔씩 아버지를 따라가면 농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이 있어서 직접 배우기도 했고요."

결국 농구에 푹 빠진 웅이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고, 그 고집은 아버지조차도 꺾을 수 없었다.

"기왕 할 거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하라고 허락해주셨어요. 제가 남들보다 운동을 늦게 배워서 저도 모르게 화려한 부분을 더 찾을 때가 있는데 그럴수록 기본기에 충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도 농구공을 잡을 생각인지를 묻자 확고한 대답이 돌아온다.

"당연하죠. 지금도 절대 후회는 하지 않아요."

# 지고는 못 살아

웅이의 승부욕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웅이는 고교 1학년 시절, 3학년 선배와 1대1 시합을 해서 행여나 지는 경우엔 이길 때까지 계속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심지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기지 못하면 다음날에도 대결을 이어갔다고. 웅이는 선배들이 그런 자신을 싫어했을 거라며 웃어 보인다.

웅이는 올해 용산고 3학년에 올라가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까지는 주로 벤치에서 출전해 '조커'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올해는 팀의 '주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제가 농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주장을 했어요. 이번 춘계연맹전만큼은 원하는 우승을 이루기 위해서 남들보다 겨울 훈련도 열심히 했는데, 너무나도 아쉬웠죠. 제가 잘하는 것보다는 팀의 목표였던 우승을 놓쳤잖아요. 대회 끝나고는 정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웅이는 아쉽게도 우승에 실패했지만 장족의 기량 발전을 보이며 대회 득점왕과 우수상을 석권했다. 돌파력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슛의 정확도도 점차 높아졌다. 여기에 속공 전개능력과 막강한 수비력까지 선보이며 '라이벌'로 비교되는 이동엽과의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동엽이가 있는 광신정산고와 맞붙기 전에 치렀던 3경기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저희 실력의 20%도 채 못 보여준 것 같아요. 광신정산고가 강팀이기 때문에 다 같이 열심히 하자고 시합 전부터 선수들의 각오가 정말 대단했죠. 수비할 때도 서로 더 도와주면서 열심히 뛰니까 동엽이가 조금 당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동엽이보다는 팀 적인 부분에서 더 신경 쓰려고 했어요."

웅이는 이동엽도, 문성곤도 자신의 라이벌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신보다 잘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웅이의 '진짜' 라이벌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 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동생, "훈이"

웅이에게는 두 살 어린 동생 (허)훈이가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동생 역시 또래들 사이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농구실력을 자랑한다. 그 역시 올해 용산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 동생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된 형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훈이가 잘하는 부분이 있어서 제가 배울 부분도 있고, 반대로 제가 가르쳐 줄 수도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서로 같이 배워가야죠."

대개 각 가정마다 형은 과묵하고, 동생은 애교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재 감독의 집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웅이는 동생을 '웃음의 활력소'라 소개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말을 잘 들을 때도 있고, 안 들을 때도 물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형이니까 아무래도 동생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커요. 이제 1학년이라서 빨래나 청소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신경을 써주고요."

하지만 공적인 부분에서만큼은 더욱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동생을 대하고 있다고. 자신과 동생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배려였다. 동생이 만약 다른 선수들에게 혼나는 일이 생겨도 그 속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한 결국에는 겪어야 할 일들이기 때문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는 게 웅이의 생각이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웅이는 누구보다도 동생을 아끼고 배려하는 '착한 형'이었다. 말다툼을 할 때는 종종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치고받으며 다툰 적이 없을 만큼 서로의 우애가 돈독하다.

한편 훈이는 형을 하루빨리 이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언론을 통해 종종 내비친 바 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웅이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는다.

"동생이랑 쉬는 날이면 밖에 나와서 농구를 할 때가 있어요. 제가 선배들에게 했던 것처럼 동생도 1대1을 하면 자기가 이길 때까지 계속 하자고 해요. 그렇다고 절대 일부러 져주지는 않지만 정말로 질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동생이 농구를 잘하는 것 같아요. 하하."

# '아버지'라는 높은 벽

스타 선수의 2세로 태어난다는 것. 어쩌면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NBA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의 두 아들 역시 농구를 시작했지만 큰 아들 제프리의 경우 학업을 위해 결국 농구공을 놓고 말았다. 둘째 마커스의 경우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버지는커녕 NBA의 문을 노크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상황.

그 외에 빌 윌튼의 아들 루크 윌튼, 릭 베리의 아들 브랜트 베리의 경우 NBA진출에 성공했지만 아버지와의 냉혹한 비교는 그들이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운명과도 같았다. 선수 자체만을 놓고 보면 분명 성공적인 길을 걸었음에도 팬들은 이들을 실패한, 혹은 불행한 선수로 치부하곤 했다. 그만큼 아버지가 쌓아놓은 업적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버지와의 비교는 물론 U-18 아시아청소년대회 대표팀 선발로 인한 잡음은 웅이가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너무나도 큰 상처였다. 하지만 웅이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다 제가 못해서 그런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일 때문에 더 열심히 했어요. 속으로 꾹 참고, 오직 열심히 해서 보여주자는 마음뿐이었어요"

상처가 없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란다. 심지어 다른 농구인들을 만나면 눈치도 봐야했다. 하지만 스스로가 악을 품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웅이가 필자에게 강조한 말이 있다. 그래도 억울함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오직 실력도 노력도 그동안 부족했던 자기 탓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웅이는 아버지의 그늘에 대한 부담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저는 제 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더 중시해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날 생각을 할 바에야 차라리 다음 대회 때 어떻게 경기력을 보완할지를 생각하는 게 더 낫다고 봐요. 아직 제가 실력이 못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계속 노력해서 넘어서고 싶어요."

웅이의 롤-모델은 아버지가 아닌 코비 브라이언트다. 심지어 동생 훈이 역시 전태풍을 닮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두 형제가 아버지를 무시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사실이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 처음부터 우상은 오직 아버지 하나뿐이다. 웅이가 달고 있는 등번호 9번도 결국엔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 아버지, 나를 샘솟게 하는 우물

벽을 뜻하는 영어단어 Wall. 그러나 모음 하나에 따라 Well, 즉 우물이라는 전혀 다른 뜻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남들이 허재 감독을 웅이의 '벽'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 웅이는 아버지를 자신의 목마름을 채워줄 '우물'과도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을 조용히 지켜보시고 가셨어요. 연습 때는 종종 오셨지만 대회를 직접 와서 보신 것은 3년만이에요.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도 해주셨고, 부족한 점도 지적해주셨어요. 수비를 할 때 상대방을 압박하는 방법이나 스텝 사용하는 방법을 많이 연습해서 반쪽 선수가 되지 말라고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까봐 뒷바라지조차 마음 편히 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웅이가 아픈 곳을 직접 테이핑 해주는 일은 '아버지' 허재 감독이 표현해 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다.

# 방송화면 캡쳐 = MBC < 무릎팍도사 >

한편 허재 감독은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아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큰 아들이 슬슬 자신에게 들이댄다"는 독특한(?) 고민을 밝힌 바 있는데 웅이 역시 당연히 방송을 지켜봤다고.

"사실 종종 대들기도 했어요. 훈이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아버지는 늘 웃으시면서 저희가 귀엽다는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매를 들거나 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화를 낼 때도 농구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가령 빨래를 내던져놓고 가거나 반드시 고쳐야 할 일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하시지만요."

방송 당시 강호동은 허 감독에게 "아들과 사우나를 다녀라"라는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웅이는 평소 아버지, 동생과 함께 사우나를 자주 다니는 편이라며 방송 이후에도 셋이 함께 사우나를 찾아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껏 아버지에게 밝히지 못했던 죄송한 일, 감사한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웅이는 쑥스러워하면서 끝내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만 언젠가 아버지 근처에 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 머릿속이 농구로 꽉 찬 웅이의 고민은?

여자 친구가 아직 없다는 웅이는 또래와 다를 바 없이 연예인 수애, 김태희, 아이유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직까지 아버지와 연애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지는 못했다고. 만약 여자 친구를 사귀겠다고 하면 어머니는 절대 반대하시겠지만 아버지만큼은 좋아하실 것 같다며 웅이가 쑥스럽게 웃었다.

이런 웅이에게 사춘기를 거치면서 겪는 고민이 없는지를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직 농구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실 이번에 우승하면 놀이공원을 단체로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다음 대회부터는 반드시 모두 이길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주장으로서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고민이 많아요."

웅이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필자가 성(姓)을 따서 일일 '무릎PARK도사'가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며칠간의 긴 고민에 돌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웅이에게 해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웅이기자가 웅이에게 전하는 고민 해결의 비책, 개봉박두! 두둥!!

"캡틴의 자격"

필자는 격주로 < 캡틴의 자격 > 을 연재하고 있다. 제 1회 주인공 김성철을 시작으로 조동현, 신기성, 이창수, 전주원, 추승균에 이르기까지 베테랑 선수들이 주장이나 팀의 최고참으로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온 코너다.

농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주장이라는 중책을 짊어진 웅이에게 < 캡틴의 자격 > 의 정독은 주장으로서의 모범답안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길을 단지 똑같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웅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여러 명 만들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수들의 장점을 모두 모아 웅이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갖춘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 것.

고민 해결 비책이 다소 약하다고? 그럼 한 가지 대안을 더 제시하도록 하겠다. 스타 氣 팍팍!!

"무릎PARK 사우나 6개월 입욕권"

그렇다.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받았던 해결책과 동일하다. 허 감독이 아들과의 진솔한 대화로 고민을 해결했듯이 웅이 또한 동기 및 후배들과의 사우나를 통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적극 추천해본다. 우승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놓고 함께 흘려온 피와 땀을 하나의 탕 속에서 녹여내는 일이야 말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리틀 허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언젠가는 허재 감독이 '웅이 아버지'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웅이의 노력이여, 영~~~~~원하라!!!!!!

# 사진 = 문복주, 서민교 기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1-02-28 박대웅 기자( yuksamo@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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