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재벌女, 왜 악하게 그려질까

박주연 기자 2011. 2.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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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男과 정반대 묘사 많아여성 시청자 우상 아닌 이유도

재벌 2세, 3세가 TV 드라마의 단골 남자주인공이 된 지는 오래다. 재벌이 없으면 이야기를 만들 수 없을 만큼 드라마마다 재벌남이 신데렐라를 구원하는 왕자님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에는 재벌가의 딸이나 며느리도 심심찮게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MBC < 욕망의 불꽃 > 의 신은경(위 사진)과 < 로열패밀리 > 염정아(아래), SBS < 마이더스 > 의 김희애 등이다.

하지만 재벌의 상속남과 상속녀에 대한 묘사는 상반된다. 재벌남은 얼마 전 종영한 < 시크릿가든 > 의 현빈, < 역전의 여왕 > 의 박시후, < 마이 프린세스 > 의 송승헌의 모습에서 보듯 잘 생기고 능력있고 착하기까지 한 완벽남으로 묘사된다.

반면 최근 드라마에서 재벌가 여자들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캐릭터가 거의 없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권모술수에도 능하다. 가진 것 없이 재벌가에 시집온 신은경(욕망의 불꽃)은 독기로 똘똘 뭉쳤고, 염정아(로열패밀리) 역시 온갖 구박을 참아내는 비련의 여인으로 묘사된다. 당연히 온갖 구실로 주인공을 짓밟는 인물은 시어머니, 시누이 등 재벌가의 여인들이다. 재벌가의 딸들은 < 욕망의 불꽃 > 의 손은서처럼 종종 '도덕불감증'의 방탕한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한다.

재벌가의 남녀를 표현할 때 왜 이렇게 상반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일까. 이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시청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 막연히 지닌 통념과 믿음이 드라마를 통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돈을 많이 가진 남자는 여성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백마 탄 왕자로 부상하지만, 반대로 돈 많은 여성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고 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 맥베스 > 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남편에게 왕의 살해를 사주하는 여인이나, 아버지 리어왕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아첨하다가 돌변하는 < 리어왕 > 의 첫째, 둘째 딸의 이미지가 돈과 권력을 가진 여성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여성학)는 "재벌가의 여성들은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서 "이 때문에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성공신화로 포장되지 않고 왜곡되기 일쑤"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또 "이것이 성공한 여자가 사랑과 행복 두 가지를 다 얻을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과 맞물려 부정적 인물로만 표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을 악마화하는 패턴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일반 멜로드라마의 경우에도 여성 등장인물이 각종 위기를 불러오는 식의 국면전환 설정이 굉장히 많다"며 "더구나 전혀 다른 세계의 삶을 사는 재벌 여성의 경우엔 시청자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없어 욕하기 편하기 때문에 작가들도 여성을 악마시하는 내러티브를 더욱 강화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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