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공군에서의 무사귀환! 박정석-홍진호 두 예비역 이야기

2011. 1. 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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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강영훈 기자]현역(?) 프로게이머로 새롭게 시작하는 두 명의 이야기

군 입대 전 KT에서 나란히 활동하던 홍진호와 박정석인터뷰가 많이 늦었다. KT의 상징적인 존재인 홍진호와 박정석의 전역 후 이야기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가는 이슈였는데 말이다. 올드게이머의 두 상징이 공군 전역 후 다시 현역(?) 프로게이머로 복귀했다는 사실도 그렇고 형, 동생과 선임, 후임이 뒤바뀐 군대 생활에 대해서도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 선수 모두 사회에 적응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났지만 인터뷰를 한 시점은 조금 더 전인 지난 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역 후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바빴다는 홍진호와 박정석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두 번의 시도 끝에 KT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던 박정석이 안에 있던 홍진호를 부른다. "어이~ 홍형! 인터뷰 할 거니까 빨리 오라구!"

▶ 꿈 같은 전역, 하지만 꿈이 아닌 현실

KT롤스터 연습실에서 만난 홍진호와 박정석얼핏 봐도 아직까지는 '군인'티를 다 벗지 못한 듯한 홍진호와 제법 긴 헤어 스타일로 확실히 '민간인' 포스를 풍기고 있는 박정석은 현재 열심히 KT 숙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둘 모두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두 분 모두 군대에서 전역한 지 얼마 안됐는데 사회에 대한 적응은 잘 하고 있나요▲ 홍진호(이하 홍)=사회에 나왔을 때 크게 바뀐다거나 하는 점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실감이 잘안 나는데 서서히 느끼고 있어요.▲ 박정석(이하 박)=저도 처음 2주 정도는 적응 안되더라고요. 휴가 나온 느낌이라서 왠지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원래 내가 있었던 곳인데도 낯선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제대하고 나면 군대 꿈을 꾼다고 하던데 아직 그런 꿈은 안 꿔서 다행이에요.▲ 홍=10년 뒤에 꿀 수도 있어. 방심하면 안 되는 거야.▲ 박=그렇다고 하더라. 재입대 하는 꿈 꾸고 우는 사람도 있다던데, 어쨌든 지금은 확실히 적응했죠. KT 사람이 다 됐어요.▲ 홍=만약 그런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나면 눈가가 촉촉해 질 거라는 …

- 이왕이면 꿈 속에서도 병장 때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어쨌든 다 끝났으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컨셉트로 가 보지요. 두 분의 군생활은 어땠나요? 군대이긴 했지만 계속 게임을 하긴 했잖아요.

▲ 박=물론 게임을 했지만 그래도 군대라는 곳 자체가 제약이 많잖아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게임에만 신경 쓰기는 쉽지 않았죠.▲ 홍=공군 에이스 안에 군대가 있는 게 아니라 군대 안에 공군 에이스가 있었던 거잖아요. 저희같은 경우는 오히려 편하게 군생활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될까 봐 더 조심했어요.

- 사회에서는 동생이었지만 박정석 선수가 먼저 입대하고 고참이 됐잖아요. 처음에 '홍형'이 후임으로 들어왔을 때 어땠어요?▲ 박=웃겼죠. 아주 웃겼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공군 에이스도 정말 똑 같은 군생활이거든요. 물론 저 역시 공군 에이스에 입대하기 전에는 솔직히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예전부터 다들 알던 사람들이고 와서 또 볼 사람들이니까 아무리 군기가 세다더라 해도 설마 설마 한 거죠. 그런데 막상 가 보니까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그걸 느끼고 있는데 그 와중에 진호 형이 들어온 거죠. 처음에 이등병을 달고 와서 경례를 하는데 너무 웃긴 거에요. 저도 졸병 때니까 앞에서는 웃지도 못하고 뒤에 가서 영종이랑 동욱이랑 모여서 낄낄거리면서 웃고 그랬죠. 특히 처음이 중요하니까 다들 군기 잡힌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심했어요. 아무리 알던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있던 곳은 군대였으니까.

▲ 홍=이등병 때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선임들은 이등병보다 많이 알고 있는 상태니까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항상 부족하고 실수가 많다고 느끼는 거죠. 처음에는 '왜 이렇게 나를 까는 거야?'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하여튼 이등병 때는 생활 자체가 힘들었죠. 정신도 없었고.

▲ 박=공군 에이스 같은 경우는 군인 신분과 프로게이머 신분이 같이 있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를 다 완벽하게 하려니까 더 힘든 것도 있었어요. 아까 말했지만 군기 든 모습도 사람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까 더 잘 하려고 하고. 속된 말로 농땡이를 부릴 수도 있는 건데 저희 같은 경우는 보는 눈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더 FM대로 한 거죠. 그래서인지 군생활을 하면서 추억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와서 보면 아쉬움도 많아요.

사실 군대라는 곳이 그렇다. 아무리 편한 보직을 맡고 속칭 '땡보'가 됐다고 해도 군인은 군인일 뿐 적응하고 나면 오십보 백보.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사회에서 누리던 자유를 어느 정도 통제 받으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그래서 쉽지 않다.

▲ 홍=일이병 때는 정말 로보트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삶의 즐거움도 전혀 없었고. 특히 나랑 정석이 때가 선임들 분위기가 많이 그랬거든요.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 때 선임들이 좀..어휴. 말하자면 끝도 없어요.▲ 박=푸하하하.

자세한 얘기는 밝힐 수는 없지만 듣자 하니 (특히) 홍진호의 '쫄병' 생활은 그야말로 '폭풍 갈굼'의 연속이었던 것 같았다. 특히 홍진호는 '나는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으로 더 악착같이 열심히 생활했다며 열변을 토했다. 물론 자세한 얘기는 '보안' 상 '오프 더 레코드'다.

- 사실 누구나 후임 때는 선임들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정작 자신들이 선임이 되면 똑 같은 행동을 하기 마련이죠.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서 큰일이다'라는 말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처럼. 그럼 선임이 됐을 때 둘 중에는 누가 군기를 잡는 편이었나요?▲ 홍=(손을 내저으며)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선임이 됐을 때 눈에 띄게 바뀐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공군에서는 '꼽창'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우리 때 정도가 심한 '꼽창'이 많았어가지고…(웃음) 막상 나중에 내가 선임의 입장이 되 보니까 그대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잖아요. 잡을 땐 잡고 풀어줄 땐 풀어주고 그래야죠. 전 지금도 이등병 때 제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와요.(한숨)

▲ 박=처음에 후임이 오면 맞고참이 군기를 잡잖아요. 원래 후임 관리를 혼자서 하기가 힘들어요.후임이 잘못했을 때 한 명이 악역을 맡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걸 조절하려고 노력했죠. 군기 잡는 부분에 있어서는 저나 진호 형이나 비슷했던 것 같아요. 완급조절을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죠.

▲ 홍=제가 정석이보다 후임이었잖아요. 평상시에 자잘한 부분들은 제가 다 알아서 하다가 '요즘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싶으면 정석이가 나서는 거죠. 저를 막 까기 시작하는 거에요. 어쨌든 제가 주로 군기를 잡다 보니까 애들이 저 있을 때만 각을 잡고 나머지 선임들이랑 있을 때는 또 풀어지는 거에요. 악순환인 거죠. 아, 정말 말 못할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박=진호형이랑 재욱이가 왔을 때는 애매한 게 있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진호형은 저보다 한 살이 많고 재욱이는 한 살 어렸거든요. 근데 제 동기인 동욱이는 둘보다 더 어리잖아요. 동욱이랑 영종이는 사실 진호 형한테 함부로 못했죠.

- 세 명의 맞고참 중 두 명은 잘해줬다는 얘기네요. 그럼▲ 홍=잘해줬다기보다 저한테 뭐라고 막 하지는 않았다는 거죠. 셋 중에 유독 정석이만 저한테 막..사회에 있을 때 가장 친했던 애가 그러니까 더 미치겠더라고요.

- 에이, 그런 건 이해를 해 줘야지. 악역을 맡았던 건데.▲ 홍=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속으로는 많이 속상했죠.▲ 박=이등병 때 그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2년 동안 군생활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부분을 잘 잡고 가야 서로 편하거든요.▲ 홍=이런 건 공군 에이스에 직접 가서 생활을 해 봐야 아는 것 같아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공군 에이스에 가서 조금은 편한 생활을 할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막상 가 보니까 예상과 너무 달라서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 공군 에이스에서의 활동, 성적은 아쉽지만 기뻤던 순간 잊지 못해

얘기를 듣고 있으니 '공군 에이스에서 생활하면 편하겠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편견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군인 신분으로서의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은 어떤 고충이 있었을까.

- 군인으로서의 생활에 대한 힘든 점들은 어느 정도 느껴지는데 프로게이머로서의 힘든 점들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홍=아직 제대한 지도 얼마 안 됐고 민감한 부분이라서 쉽게 얘기는 못 해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군 에이스를 보고 있는 눈들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간부들도 그렇고 공군 에이스와 관련된 기사 하나하나를 다 체크하고 반응도 살피고 그래요. 인터뷰 할 때 '다나까'만 안 써도 지적을 받고 그랬죠. 게임을 할 때도 요환이 형이랑은 달랐던 것이 초기에는 홍보 효과 등을 많이 생각해서 그렇게 성적에 연연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는데 우리 때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했거든요. 특히 지난 해에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공군 에이스의 존폐 위기까지 나올 정도였잖아요. 부담감이 심했죠. 사실 공군 에이스에 가서 승패를 떠나서 마음 편히 게임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더 커진 거죠.

- 지금 공군 에이스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점도 있나요?▲ 홍=에 그러니까..아니, 말 못하겠어요.(웃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군 에이스에 있어서 연습환경이나 그런 것이 사회 프로게임단에 비하면 열악한 것은 맞지만 그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봐요. 물론 연봉을 받는 사회 프로팀보다 동기 부여나 의지 면에서 부족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2년 전의 공군 에이스에 비해 지금은 더 강한 팀이 됐잖아요. 위에서도 항상 뭐가 부족한지,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소통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제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 같아요.

▶ 공군 에이스에서의 후회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성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진행한 두 명홍진호와 박정석 모두 공군 에이스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가장 크게 후회가 남는 부분은성적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공군 에이스에서 활동하면서 감동의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택신'을 상대로 펼쳤던 '황신'의 눈부셨던 활약이 언뜻 떠올랐다.

- 그러고 보니 홍진호 선수는 군대에 있을 때 '택뱅리쌍'을 다 잡지 않았나요?▲ 홍=아, 그렇죠. 신기하죠. 사실 택용이 잡을 때 쓴 빌드가 정석이가 추천해 준 거에요. 원래 제가 준비한 게 있었는데 영 신통치 않아서 안되겠다 싶었는데 정석이가 하루 전에 빌드를 추천해 줬죠. 근데 그것도 사실 별로여서 좀 가다듬었고. 제가 '폭풍드랍' 으로 이겼잖아요. 그게 처음에는 러커를 변태하고 드랍하는 거였는데 최종적으로는 히드라를 드랍해서 본진에서 러커로 변태하는 걸로 바꿨죠. 1초라도 더 벌기 위해서. 제가 원래 연습보다는 실전에 강한 면이 있어요. 후후. 또, 제동이 때는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제동이가 나올 걸 예상하고 나갔고 잘 풀어갔는데 제동이가 워낙 잘해서 경기가 장기전으로 가긴 했지만 이기고 나서 뿌듯했죠. 그러고 나서 우리 영호도 한 번 잡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고 제대하고 팀에 와서 영호 하는 걸 보니까 '안 하길 잘했다' 뭐 그런 생각?(웃음)

- 송병구랑은 안 했었나요?▲ 군대 있을 때 서로 붙어 본 적은 없어요. 병구랑은 아쉬운 게 제가 상대 전적이 앞서고 있었거든요. 요즘도 잘 나가길래 제가 "넌 그래도 형한테는 안 되는 거 알지?"그랬는데 병구가 바로 "형 아니에요. 이제 동률이에요" 그러더라고요. 앞서고 있는 줄 알았는데…

- 그러고 보니 군대에 있으면서 송병구를 잡았던 것은 박정석 선수였죠. 당시 입대 후 첫 승이었고 굉장히 오랜만에 승전보여서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것이 생각 납니다. 그 때 얘기를 좀 해보죠.▲ 박=추풍령에서 한 경기였어요. 저는 진호형이랑 반대로 연습 때는 잘하고 실전에서 긴장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군대 들어가기 전 얘기인데 제가 10연패 정도를 하면서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공군에 간 거였고요. 그런데 공군 에이스에 가서도 동기들은 다들 이기는데 나만 3연패를 하고 있으니까 정말 답답했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여기서 더 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 정말 마음 편하게 먹고 한 번 해보자" 했던 경기가 병구와 한 게임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지면 어때'라는 생각이 프로게이머의 마인드에는 어긋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경기 결과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당시 박정석은 프로리그 13연패, 개인리그 11연패 등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을 당시였고 반면 송병구는 '택뱅시대'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서 생애 첫 랭킹 1위에 올라간 상태였기 때문에 승리의 감동은 더욱 컸다.

▲ 홍=저 같은 경우도 슬럼프를 많이 겪었잖아요. 마음의 부담을 벗는 것이 중요하긴 하죠. 저 역시 연패에 빠졌을 때는 정석이 같은 생각을 해서 이긴 적도 있고 그만큼 멘탈 스포츠다 보니까 그런 것도 필요하거든요.

- 두 명 모두 베테랑인데 승리에 대한 부담은 아무리 오래 해도 없어지지 않나 봐요▲ 박=저랑 진호 형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이지만 오히려 어느 위치에 올라서다 보니까 더 승패에 연연하게 된 면이 있어요. 계속 신예들한테도 밀리고 기회를 내줘야 하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내 차례가 올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그게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그런 면에서 영호 같은 경우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지금 잘하고 있는 이유 같기도 해요. 영호는 강한 상대가 있으면 '빨리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대단하죠.▲ 홍=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웃음) 게임을 오래 하다 보니까 겁이 나는 것도 있어요.

▶ 더욱 강해지는 공군 에이스, 대견스러운 후배들

- 두 선수 모두 원하는 만큼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현재 후배들이 잘 해주고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홍=지금 공군 에이스가 강해진 것이 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정말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서 입대하는 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제동이도 그렇고 성은이도 그렇고 정말 잘해요.

- 제동이?▲ 홍=아, 아니 경모. 내 머리 속에 제동이로 인식이 되어 가지고.(웃음) 경모가 화승에 있을 때부터 제동이라는 워낙 거대한 산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지 원래 잘했던 친구거든요. 화승에 있을 때도 경모가 유독 방송 경기에서는 잘 못하더라고요 예전에 화승 시절에 정석이랑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정말 못하더라고요. 그 때 경기도 경모가 이기긴 했지만…▲ 박=뭐야. 이거.(웃음)▲ 홍=하여튼 경모가 하는 걸 옆에서 보니까 정말 잘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친구가 공군에 간 것은 잘 된 일이죠. 공군에서도 선수를 뽑을 때 예전에는 커리어를 많이 봤지만 지금은 커리어는 물론 중요하겠지만 실력과 가능성을 많이 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으니까요. 그런 선수들이 앞으로 계속 입대했으면 하죠.

▲ 박=이성은 선수도 김경모 선수도 그렇고 기존에 잘했던 선수들인데 마인드나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래서 출전 기회를 계속 잃게 되고. 어쨌든 공군에 가면 출전 기회가 보장되니까 일단 경기에 나가면 지려고 나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라는 부분에서는 열려 있고 그 기회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명예 회복도 하고 팀 성적도 끌어 올리고 그래야죠.

-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성은 선수는 사회에 있을 때도 유별나게 튀던 선수잖아요. 세리머니도 그렇고. 신병으로 들어왔을 때 재미있었던 일은 없나요?▲ 박=저는 같이 생활을 해 본 적이 없고 진호 형이 한 달 정도 같이 했을 거에요.▲ 홍=그렇긴 한데 짬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제 눈에는 그냥 재미있어 보였죠. 아무래도 사회에있을 때부터 세리머니도 장난 아니고 그래서 지켜봤는데 오히려 더 개념차게 행동하더라고요. 정말 군기든 모습으로 잘 하던데요. 적당히 해도 되는데 경례도 우렁차게 하고. 사실 재미있는 게 있는데 이등병들이 들어오면 장기자랑을 시켜요. 그 때 알게 된 것이 "이 친구가 세리머니를 할 때 단순히 그냥 하는 게 아니었구나"였죠. 자세한 얘기는 못하지만 어떤 축구선수 세리머니를 흉내 내서 하는데 그 표정하며 너무 디테일해서 다들 빵 터졌죠.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니까. 옆 내무실에서 무슨 일이 났나 하고 들여다 볼 정도였어요.

▶ 군대 얘기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둘, 축구 그리고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 친구

이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박정석이 '드디어 재미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며 기쁜 표정으로 끼어 들었다. 놀라지 마시라. 무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다. 여자들이 듣기도 전에 질려 버린다는 그 얘기를 박정석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늘어 놓기 시작했다.

▲ 박=어떻게 보면 군대에서 좋은 추억이 되게 많죠. 축구도 재미 있었고. 특히 진호 형이 축구를 하면 사회에서도 되게 웃겼는데 군대에서 더 웃겼어요. 공이 오면 차야 하는데 공이 지나가고 나면 차고, 또 이상하게 진호 형은 축구를 하면 잘 넘어지고 그래요. 아, 이건 실제로 봐야 하는데.(웃음)

▲ 홍=제가 원래 운동 신경이 별로 없어 가지고 헤딩을 하려고 하면 꼭 이상한 데 맞고. 공이 내 앞으로 오면 막 긴장되고 그래요. 축구공을 가지고 있는 걸 제가 불안해 해요. 우리끼리 하면 그냥 웃으면서 재미 있게 하면 되는데 타 부대랑 하면 또 더 긴장하면서 실수 연발하고.

▲ 박=축구 할 때 만큼은 내무실에서 마음 편히 웃지 못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다 웃을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그런데 진호 형이 거기서 또 큰 웃음을 주니까 정말 재미 있었죠. 참 별건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다 추억의 순간들이죠.

- 그렇군요. 군대에 있으면서 '사회에 나가면 꼭 해봐야지' 이런 것들도 많았죠?▲ 홍=있었죠. KT에 있을 때는 잘 안 봤는데 군대에 있으면서 TV를 많이 봤어요. '맛 기행' 이런 걸 보니까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게 맛있는 게 먹고 있는 거에요. 나도 전역하고 나면 마음 편하게 맛 기행을 다니고 싶다 그랬죠.▲ 박=먹을 것 생각이 많이 나죠. 저도 1박 2일에 나왔던 곳인데 광장시장에서 파는 '마약김밥'이란게 있더라고요. 강호동 씨가 나와서 하는 걸 보고 '꼭 가봐야지' 했다가 전역한 다음에 실제로 가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떡볶이도 맛있었고. 일본 사람들도 많던데요.▲ 홍=사실 프로게이머들이 잘 모르니까 안 가고 못 가는 거죠. TV를 보면서 활동적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 많이 했죠.

▲ 박=아, 저 또 얘기할 게 하나 생각났어요. 아까 축구 얘기와는 다르게 이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얘기에요. 군대에서 대부분 여자친구랑 다 헤어졌거든요. 지금은 어떻게 됐을 지 모르겠는데 우리 중에서도 단 한 명을 빼고는 다 헤어졌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 친구한테 '위너'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어쨌든 저는 이등병 때 헤어졌고..▲ 홍=나도 이병 때 헤어졌어.(탄식과 웃음)

- 이등병 때 헤어지는 건 너무 잔인하군요.▲ 박=저는 예전부터 군대에 가서 헤어진다는 얘기를 '왜 그러지?'하고 못 믿었는데 막상 가 보니까..▲ 홍=저는 이병 때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그 날 '까이기까지'했어요. 너무 슬픈 거지. 말도 못 하고.

▲ 박=(헛기침)사실 그 때 뭐라고 한 사람이 저에요. 속사정도 모르고 하니까 오해가 있었던 거죠.▲ 홍=왜 항상 얼굴이 울상이냐고 저한테 막 그러는 거에요.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그런 건데..▲ 박=아니, 그러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홍=아, 됐어, 거기까지 해.▲ 일동=푸하하하.▲ 홍=어쨌든 중요한 건 이등병 때 헤어졌다는 거고 나는 전역하고 나니까 그 때 여자친구가 이미 결혼까지 했더라고!▲ 일동=(침묵)

울고 웃는 이야기 속에 과거에 대한 대화는 여기서 접기로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KT에서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2'에 관련된 이야기 둘, 스타2와 제 2의 전성기

스타2로의 전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홍진호홍진호 인터뷰를 하면서 '2'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2번의 인터뷰 시도 끝에 성사된 이번 인터뷰 역시 평소와는 다르게 '2명'을 인터뷰하고 있으며 '2'에 대해 궁금한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스타2' 얘기다. 홍진호의 가장 큰 라이벌이자 임진록의 공동 주연이었던 임요환이 스타2로 전향한 것과 4대천왕으로 이들과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던 이윤열까지, 홍-박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솔직하게 스타2로의 전향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홍진호 선수 입장이 궁금한데 아무래도 임요환 선수의 전향이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요.▲ 홍=스타2가 전혀 다른 게임이 아니라 바로 스타1의 후속작이잖아요. 스타1의 프로게이머로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아직 한 번도 플레이를 해 본 적은 없어요. 아직까지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환이 형이랑 윤열이가 스타2로 넘어 가서 서로 맞붙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동시대에 같이 게임을 했던 저로서는 뭔가 마음이 찡하고 그런 것도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봐요. 추후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저는 스타2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니까요.

현재의 상황에서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는 박정석- 박정석 선수도 같은 생각이에요?▲ 박=저 역시 스타크래프트 1에서 세워 놓은 목표가 있거든요. 팬들과 약속한 것도 있고. 지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루하루가 바쁜데 솔직히 말하면 스타2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 팬들과의 약속은 어떤 거죠?▲ 박=아, 30대 프로게이머가 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었거든요. 프로게이머로서 계속 활동하기 위해 공군 에이스에 간 거였고 전역하고 나서도 꼭 지키겠다고요. 30대가 될 때까지 1년 밖에 안 남았는데도 정말 쉽지 않다는 게 느껴져요. 요환이형이나 진호형이 정말 대단한 거죠.

- 그렇군요. 어쨌든 다시 KT로 돌아왔으니 제2의 전성기를 누려야 할 텐데.▲ 박=지금 저한테는 팀의 성적이 최우선이에요. 제가 복귀하고 나서 팀이 계속 지면서 7연패까지 했거든요. 그 때는 나 때문에 지는 것 아닌가 싶어서 '내가 경기장에 한 번 가지 말아볼까'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지금은 다시 잘 하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에도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저 개인적으로도 10승 정도는 꼭 해야겠다는 각오에요.

- 위너스리그에서 기회만 한 번 잡으면 10승 목표를 금방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그렇긴 한데 지금 팀 성적이 예전만큼 좋지 못하잖아요. 매 경기가 중요하니까 출전 기회를 잡으려면 더 노력해야죠. 밖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애들이 정말 너무 잘하는 거에요. 방송에서 보여지는 실력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 홍진호 선수는 어때요?▲ 홍=저도 정석이랑 거의 비슷한 입장이에요.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 KT가 잘 하긴 했지만 '이영호 원맨팀'이라는 인식도 있잖아요. 그런데 팀원들 실력이 보여지는 것과 판이하게 달라요. 팀이 성적을 잘 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후배들이 연습 때 잘하는 부분을 방송에서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KT가 이번 시즌에서 초반부터 페이스가 좋지 못했고, 정말 7연패 하고 그랬을 때 일부 팬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홍진호, 박정석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얘기도 하던데요. '이기려면'이 아니라 '어차피 질 거라면' 하는 식의 뉘앙스라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홍=제가 오고 나서는 팀이 계속 연승하고 있으니까 전 할 말이 없고 정석이가 좀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박=저도 그렇고 진호 형도 그렇고 나가고 싶죠. 누구나 프로게이머라면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게 것이 당연하니까. 팬들에게 좋은 경기도 보여주고 싶고. 잘 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인데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한 내부 경쟁도 있잖아요.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나가서 지는 건 또 아니잖아요. 단순히 팬들이 원해서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나가고는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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