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97) '별자리'의 쓰임새는

안경애 2011. 1. 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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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계절파악·여행 길잡이, 현재는 우주 역사 규명에 활용

우리는 고액권 지폐에 별자리를 새겨두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사실 별자리에 대한 우리의 애착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역사시대 이전부터였다. 별자리를 그렸던 흔적이 남아있는 고인돌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고구려 시대의 무덤에는 놀라운 수준의 천문도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한 곳에 서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은 대략 2000개 정도다. 과거에는 모든 별들이 하늘의 천정이라고 여겼던 `천구'(天球)에 붙어있다고 여겼다. 그런 천구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다. 별자리(星座)는 별들이 천구에 붙어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별들의 상대적인 위치와 밝기를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5개 행성과 달을 제외하면 밤하늘의 별들은 모두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별들의 상대적 위치도 변하지 않는다. 별자리를 옮겨 그린다고 값진 예술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별들을 연결하는 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상상하는 형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비롯한 여러 문명이 별자리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별자리의 가장 오래된 용도는 계절을 파악하는 수단이었다. 해가 지고 난 뒤에 해가 진 바로 그 자리에 나타나는 별자리가 계절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오늘날 우리가 점성술 등에 이용하고 있는 황도 12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별자리는 주술적으로도 쓸모가 있었다. 별똥별(流星)이나 혜성이 나타나는 시각이나 위치가 앞날의 일을 예측하는 수단이 되었다. 신탁(神託)이나 예언으로 포장되는 그런 예측의 설득력은 무조건적인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지만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별자리는 신화나 사회의 지배논리를 확산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오늘날 국제천문연맹의 88개 별자리는 대부분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하늘의 별을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으로 구분하였다. 그런 별자리는 당시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상(思想)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별자리에서 우주의 섭리를 찾으려 했다.

별자리를 장거리 여행에 활용하기도 했다.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없는 사막이나 낯선 지역에서는 익숙한 별자리가 유용했다. 그러나 별자리로부터 남북 방향의 위도(緯度)를 알아내기는 쉽지만, 동서 방향의 경도(經度)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대서양과 같은 대양을 건너기 위해서는 별자리의 위치와 함께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가 필요했다.

오늘날 우리가 별을 보는 이유는 전혀 다르다. 이제 우리는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독립된 별이나 은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두가 천구에 붙어있다고 믿었던 별(항성)들이 사실은 4.5광년에서 120억 광년에 이르는 광활한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신비스럽게 반짝이는 별빛도 수소의 핵융합 반응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자기파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오늘날 우리는 별빛에서 우주의 정체와 역사를 읽어내고 있다. 우리 우주가 137억년 전의 `대폭발'(빅뱅)에 의해 시작되었고, 지금도 상상을 넘어서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우주의 75%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냈다.

물론 누구나 별을 보고 우주의 역사를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아름다운 시적 영감을 떠올려도 좋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과거의 신화를 고집하거나, 철학자의 별이 따로 있다고 우기는 것은 난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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