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X파일] 길거리 쌈장 킴보 슬라이스의 프로레슬링 데뷔

[성민수의 X파일]

지금은 사라진 엘리트 XC(Elite XC)의 간판스타이며 UFC에 진출했고 격투기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리던 킴보 슬라이스가 프로레슬링에 데뷔합니다. 그 무대는 안토니오 이노끼가 이끄는 일본의 IGF란 단체이지요. 이번 글에서는 그 배경과 현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킴보의 근황

킴보는 최근 권투선수 데뷔를 준비 했습니다. 그러나 그간 축적된 여러 부상이 있었고 영화 '스콜피온 킹'에 캐스팅 되면서 배우활동까지 하니 새로운 분야에 집중하기 힘들었지요.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겼기에 전력을 다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했습니다. 사실 복서로서도 성공확률도 낮았으니 전혀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요. 부상에 나이, 외부 활동까지 있으니 정상급 복서보단 이벤트성 선수로 자리매김을 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작년 8월 복서로 준비했던 킴보는 두 달 정도가 지난 10월 달에 복서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프로레슬링 제의를 받아 응한 것이지요.

IGF란?

안토니오 이노끼가 이끄는 IGF(The Inoki Genome Federation)는 표면적으론 그가 주장했던 '프로레슬러는 강하다!'란 명제를 실현하는 곳입니다. 물론 이 구호는 이젠 큰 의미가 없지만 이노끼는 계속 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격투가들 중 프로레슬링을 하거나 실전에 강한 선수들을 초빙하고 있습니다. 조쉬 바넷, 오가와 나오야, 마크 콜맨 같은 이들이 주로 참가하지요.

2005년 10월 8일 브록 레스너가 첫 IGF 챔피언에 올랐고 2007년 6월 커트 앵글은 레스너를 꺾고 IGF의 두 번째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가끔 대회는 진행되고 일본 내 주요단체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규모라고 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이지만 실전의 강자란 사람들을 초빙하니 경기수준은 높지 않고 실제 격투기도 아니기에 이노끼의 옛 명성에 기대긴 하지만 둘의 합집합이 아닌 교집합 정도에서 흥행하고 있지요.

상대는 단체의 최고 인기 선수(출처 : UFC)

2월 5일 킴보와 경기를 치를 선수는 스즈카와 신니치이며 지난 번 '다이너마이트' 대회에서 밥 샙의 예정 상대였습니다. 허나 막판 계약 변경으로 인해 밥 샙과는 경기하지 못했지요. 스즈카와 신니치는 현재 IGF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이번 8강 토너먼트엔 조쉬 바넷도 참가할 전망이기에 나름 어느 정도 화제가 될 이벤트로 생각됩니다.

뜬금없이 프로레슬러?

밥 샙과 킴보 슬라이스는 일본에서 원하는 형태의 프로레슬러라고 생각됩니다. 격투기와 프로레슬링을 병행하고 외부활동을 하는 게 이들에겐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요. 동갑내기인 둘이 프로레슬링 태그팀을 이룬다면 엄청난 흑형들의 포스를 자랑할 겁니다. 둘은 격투기에선 한계를 드러냈고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쇼맨십이 강하며 영화를 비롯한 외부 활동에 뜻이 있기에 경제적인 면만 본다면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지요.

어느 정도로 활약할까?

킴보의 프로레슬링 실력은 개인적으로 보기엔 높지 않을 듯합니다. 아마추어 레슬링이나 그라운드 수련을 많이 한 이들은 적응을 잘 하는 편이지만 입식타격가나 카리스마가 강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응을 잘 못하지요. 예전 어네스트 호스트와 밥 샙의 프로레슬링 경기는 보기 힘들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조쉬 바넷 같은 이는 괜찮게 하는 편이지요. 어차피 IGF는 명승부보단 킴보의 이름값에 관심이 있었기에 기량은 의미가 덜한 편입니다.

향후 어떤 일을 할까?킴보는 격투가로서 명성이 있지만 실제로는 4승 2패의 다소 부족한 전적입니다. 전적에 안 들어가는 두 차례 경기를 통한 1승 1패를 더하더라도 격투가로서 화려한 건 아니지요. 다만 시청률이 높고, '길거리 싸움'이란 인터넷 영상을 본 팬들이 있기에 그 부분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킴보는 외부활동도 중요시하기에 2010년엔 영화 세 편에 나왔습니다. 비록 큰 화제작은 아니지만 영화에도 관심이 큰 편이라 계속 등장할 겁니다.

그의 인기를 활용하기 위해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에 참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허나 UFC에 신인으로 갔다가 로이 넬슨, 맷 미트리온에게 패하면서 퇴출된 이력이 다소 걸림돌입니다. 게다가 스트라이크 포스의 공중파 CBS 방영권이 다소 모호해졌기에 지금은 킴보를 쓸 만한 환경이 아니기도 합니다. 공중파 방영권이 복구되어야 인기 스타 킴보 슬라이스나 지나 카라노의 활용이 수면위에 떠오를 것으로 생각되네요.

인기와 실력의 차이

개인적으론 2010년 일본 연말이벤트에 킴보 슬라이스가 참가해서 밥 샙과 경기가 있었다면 경기 수준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킴보가 일본 프로레슬링에 데뷔하는 걸 본다면 사상 최악의 시청률이 나온 지난 대회가 아쉽기도 하네요.

킴보는 UFC에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닙니다. UFC는 매니아들이 이벤트를 구입하기에 실력위주의 대결이 가능하지요. 이에 킴보 슬라이스나 밥 샙은 화제를 원하는 미국의 2위권 단체, 혹은 시청률에 목을 매는 일본 단체에 적합한 인재입니다. 물론 UFC의 신인육성 프로그램 TUF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올렸지만 UFC에겐 매출의 70% 이상이 유료시청채널에서 나오니 방송 저작권료는 의미가 덜 하지요. 이벤트 구입도 킴보를 보기 위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므로 퇴출시켰던 겁니다.

현실이 이런지라 스타성을 활용하는 지금의 진로는 킴보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습니다. 격투가로서 프로레슬링에 데뷔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볼 때는 생소하겠지만 과거 어네스트 호스트나 마크 콜맨, 마크 커를 비롯해 일본에서 이벤트성 프로레슬링 경기를 단발적으로 하는 사례로 수렴시키면 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