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가장 추운날, '기후 전문가' 오재호 교수

최보식 선임기자 congchi@chosun.com 2011. 1. 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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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서울 영하 23도.. 내가 추울뿐 지구 전체가 추운게 아니다"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다.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7도였다. 이날 오재호(58) 교수는 너무 추워 코트 차림에 목장갑을 끼고 운전해왔다고 했다. 신문사로 찾아온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기후전문가'에게 나는 말했다.

―겨울에는 추운 게 당연하지 않나?

"그건 맞지만, 정말 춥네."

―기후전문가는 이번 겨울 추위를 충분히 예측했나?

"예년에 비해 올겨울이 추울 것으로 예측은 했다. 작년 기상청전망 발표 때 끼워넣었다. 물론 얼마나 더 춥겠다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 조물주의 일을 완전히 알 수도 없고, 혹시 안 맞게 되면 욕만 먹을 테니까. 솔직히 이렇게까지 추울 줄 몰랐다."

그는 현재 부경대환경대기과학과에 재직 중이다. 기상학회 회장, 기상지진기술개발단장을 지냈다. 기상청에서도 일한 적이 있으며 기후관련 저서 10여권을 냈다.

―매스컴에서는 3주째 기록적인 한파니 혹한이니 한다. 우리 어렸을 때는 이보다 더 추웠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됐나. 이 정도면 정말 추운 게 맞나?

"최근 30년(1971~2000년) 동안 우리나라의 1월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6~7도다. 따라서 이번처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잦으면 추운 겨울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에 추우면 '이상(異常) 한파'라 하고, 따뜻하면 '이상 난동(暖冬)'이라고 요란을 떤다. 그러면 무엇이 정상인가?

"어떤 날씨를 두고 '정상' '이상'이라는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여러 사람이 그렇게 느끼면 이상한 날씨인 것이다. 옛날에는 이보다 더 추워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1927년 12월 마지막 날 서울은 영하 23도까지 내려갔다. 또 겨울이 일찍 찾아 와서 늦게까지 오래 지속됐다. 1937~1946년에는 매년 영하 10도 이하 일수가 평균 35일이었지만, 1987~1996년에는 6일 정도였다."

―겨울 추위가 어느 정도쯤 돼야 우리가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수 있나?

"기후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간다. 사람들이 '어, 이상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최근 30년 동안의 평균 기온이다.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정상적인 날씨로 느끼는 것이다. 대략 겨울 날씨는 영하 6도~영상 6도 사이였다. 그런 추세에서 올겨울 기온이 뚝 떨어졌다. 우리 몸은 쭉 따뜻한 겨울에 익숙해왔다. 또 자동차나 난방된 건물 안에서의 실내 생활이 많아져 거리로 나설 때 추위를 상대적으로 더 느끼는 것이다."

―거리의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지고 있다는데 왜 추워지는가를 먼저 묻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추운' 서울 얘기만 한다. 지구에는 서울만 있는 게 아니고 남반구도 북미대륙 등도 있다. 그걸 다 평균하면 더워진다는 것이다. 추운 것은 내가 추운 것이지 지구 전체가 추운 게 아니다. 또 기후란 매일 매일의 날씨로 말하는 게 아니다. 30년 동안 평균한 기온이 어떻게 변해가느냐로 말한다. 비유하면 전체 경제 수준이 높아져도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흥망성쇠는 다르다. 돈 없는 사람도 있고 돈 버는 사람도 있다. 당장 나는 추워서 떨고 있지만 지구 다른 쪽에서는 너무 더워서 난리가 나고 있다. 심지어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 미쳤다'는 소리도 나온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엄청난 생태계 변화도 보고됐다. 아열대 지역에도 이런 한파가 닥치는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후학자들은 우리나라가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는 데 잘 동조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겨울이 점점 더 따뜻해지는 건 맞다. 그러나 겨울이 없어지진 않는다. 요즈음 같은 이상 한파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기후학자들은 한파의 원인까지도 '지구온난화'로 설명한다. 마치 감기에 걸리면 고열과 오한이 동반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북극 바닷물은 공기보다 따뜻하다.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에 갇혀 있다. 얼음 위의 공기는 차갑다. 지구가 더워지니까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린다. 얼음의 '뚜껑'이 열리면서 바닷물로 인해 꽁꽁 얼어 있던 공기들이 데워진다. 원래 북극 상공에는 '제트기류'가 불어 그 찬 공기를 묶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들이 따뜻해지면서 제트기류의 힘은 늘어난 팬티 고무줄처럼 된다. 북극 상공 위에서 불던 기류들이 축 처져 유럽에 갔다가 미국 동북부, 아시아로 내려온다. 이게 이상(異常) 한파로 나타나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늘어난 팬티 고무줄처럼 됐다는 비유는 얼른 이해가 안 간다.

"북극지방 상공에는 제트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다. 이 기류의 풍속은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강하게 유지된다. 극지방이 따뜻해지면 이 제트 흐름은 약해지고 찬 공기를 묶어 놓는 힘이 약해진다. 속옷 고무줄이 늘어난 것처럼 극지방의 찬 공기가 흘러내린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멀고 먼 북극의 얼음이 녹은 것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겨울이 춥다는 설명인데….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모두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겨울 추위는 그렇게 설명이 된다."

―몇 년 전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는 여름보다는 겨울 날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연구소도 지구온난화로 1924~33년 연평균 36일이던 제주도의 겨울 일수가 2000년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한 적 있다.

"그것도 맞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추운 겨울은 남부지방으로부터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는 기후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일 뿐, 날씨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올겨울 같은 한파가 나타날 수는 있다. 따뜻한 겨울이란 겨울 내내 따뜻해진다기보다 추운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작년과 올해를 보면 겨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봄과 가을이 사라진 것 같다.

"우리는 봄(3·4·5월), 여름(6·7·8월), 가을(9·10·11월), 겨울(12·1·2월)을 달력에 연관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후로 보면 봄과 여름은 일찍 찾아오고 가을과 겨울은 늦게 찾아온다.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지금과 같은 겨울은 사라질 수도 있다."

―겨울이 따뜻해진 것도 '지구온난화', 지금 겨울이 추워진 것도 '지구온난화'때문이다. 똑같은 지구온난화를 두고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나?

"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추운 겨울 날씨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중위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지엽적인 현상이다. 내가 춥다고 모두 추운 것이 아니고 내가 덥다고 지구촌 전체가 더운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목욕탕 물 온도가 올라가듯이 전 지역에서 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 파도가 치듯이 등락의 변동폭이 크다. 이상 폭염과 한파가 엇갈려 나타나는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지금보다 옛날이 더 추웠다. 지구온난화가 한파 원인이라면, 그때가 지금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심했다는 뜻이 된다.

"그건 아니다. 당시 북극은 지금보다 더 꽁꽁 얼어붙었고, 추운 공기 덩어리가 훨씬 광대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추운 기운 속에 들어가 있어 추웠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럽과 미국 북동부의 혹한과 관련해 500년 주기로 돌아오는'소(小)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0만년은 추운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의 연속이었다. 그런 변동 가운데 500년 정도의 짧은 주기를 갖는 변동도 있다고 본다. 이를 '소(小)빙하기'로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 변화는 그런 자연적인 주기 변동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나는 본다. 인간이 태우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에 의해 급격하게 이뤄지는 기후 변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겨울 기후의 특징인 '삼한사온'이 사라졌다는 말도 있다. 삼한사온이 정말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나?

"삼한사온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내려올 때 확장하고 움츠러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이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습기도 갖게 되고 소위 '군기'가 많이 빠진다. 이때 따뜻해진다. 관측을 해보면 사흘과 나흘 꼭 그렇게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그런 흐름이 있다. 요즘 추위에도 이런 등락이 있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도 여전히 영하의 날씨에 머물러 있으니까 사람들이 못 느끼는 것이다. 당초 기상 용어는 1차대전 당시 구급차 운전병으로 참전한 노르웨이 기상학자 베이르크네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가 날씨 변화의 패턴을 연구면서 군대 전투를 응용하게 됐다. 군단(軍團)에서 '기단'을,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처럼 찬 기단과 습한 기단이 맞붙는 장면을 '전선'으로 썼다."

―개인적으로 혹한의 땅에 가본 경험을 말하면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가도 '순수한' 추위는 견딜 수가 있었다. 그런 추위는 쨍쨍했다. 그러나 영하 몇 도에도 바람이 불면 얼어죽을 것 같았다. 우리가 느끼는 추위의 본질은 바람인가?

"더위가 습도에 의해 느껴지듯, 체감 추위는 바람에 달렸다. 바람은 피부 표면의 습기를 앗아가 버린다. 습기가 기화(氣化)하면서 체감적으로 훨씬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날씨가 춥고 더운 것은 소위 하늘의 이치(天文)에 속한다. 인간으로서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까?

"인간이 지구의 날씨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안 됐다. 마치 조물주가 오른손으로 연주할 때는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왼손으로 연주할 때는 아마 우리는 전혀 이해 못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예측과 진리에 도달하나?

"과학의 경우 대부분 실험을 되풀이하여 그 속에 있는 진리를 찾아낸다. 하지만 날씨나 기후의 경우 지구가 하나밖에 없기에 반복하여 실험을 할 수 없다. 이런 한계가 있다. 다만 수퍼컴퓨터를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는 반복해 실험할 수는 있다. 그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명하지만 현실 세계와는 분명 차이가 많을 것이다."

추위는 곧 그칠 것이다. '이상(異常)' 상황은 원래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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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계속되는 이상한파에 대해 설명하는 기상학자 부경대 오재호교수 /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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