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헤아리는 배려가 매너의 전부죠"

2010. 12.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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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시절 만난 파란눈 소년의 친절에 충격개인·기업·국가 이미지컨설팅 사업 10년공공장소서 바른자세·프리맘에 자리양보…자연스럽게 몸에 밴 작은 실천이 중요외국인엔 여전히 무표정·사과안하는 나라경제 성장해도 국격 높이는 건 '멀고 먼 길'

친절강국 만들기 앞장 '예라고' 대표 허은아의 '매너論'

90년대 초반. 하와이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 그녀는 7살쯤 돼 보이는 한 파란 눈의 소년과 함께 서 있었다. 문이 열리자 소년은 말한다. "레이디 퍼스트."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 세계를 누비는 승무원이 새 문화를 접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지만 어린 소년에게서 느낀 여성에 대한 배려심(그 당시 한국에선 어른 남자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멘트였다고)은 진정 새로웠다. 작지만 이 소중한 경험이 지금의 허은아 대표를 있게 했다. '친절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로 이미지 컨설팅 사업에 뛰어든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동안 우리의 매너는 어디쯤 와 있을까? 국가브랜드, 기업브랜드… 브랜드가 화두인 이 시대에 매너란 무엇일까? 잘 가꿔진 개인의 매너는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과 국가이미지를 높인다고 믿으며 한 길을 걸어온 허은아 대표의 '매너론'을 들어봤다.

#1 매너는 감성이다

한 끝 차이다. 감성과 감정. 단어의 모양새로 보아도 그렇고, 이 추상적 개념들이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도 그러하다. 허 대표는 감정을 이성으로 잘 관리하여 나타나는 것이 감성이고, 그것이 곧 매너라고 말한다.

"흔히 감성과 이성을 반대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상호적인 관계죠. 예를 들어, 불편하지만 격식있는 자리에서 바른 자세로 앉는 것, 떠들고 싶어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조용히하는 것,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잠시 꺼두는 것 등등… 감정을 다스려 감성을 만들면 매너 있는 사람이 되는 거죠."

즉 이성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너 참 감성적이다' 란 칭찬을 듣기도, '너 참 감정적이다'란 욕(?)을 먹기도 한다는 말이다.

"옷 입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이 감정적인지, 감성적인지 알 수 있죠.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차려입다가도 기분이 별로인 날은 대충 입고 출근하는 사람은 감정적인 성향이 강한 거예요. 자신의 위치, 그날의 스케줄 등을 고려해 늘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고, 매너 있는 사람이죠."

#매너는 인맥이다

흔히 '인맥 관리'라고 한다. 경쟁으로 각박해지면서 그 요령을 전수해주는 책들이 연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허 대표는 이 인맥에 대해서도 결국 '매너가 전부'라는 지론이다. 또한 '관리'가 아닌 '디자인'을 하라고 말한다.

"인맥의 핵심은 수평관계예요. 매너가 있어야 가능하죠. 갑과 을로만 이어지는 관계, 짝사랑, 스토커는 인맥이 아니고 좋은 인맥은 서로 윈윈합니다. 내가 도움을 준 만큼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수평관계라는 것은 갑 또는 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 언제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매너를 지키며 10년, 20년 후를 내다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로 기업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그녀는 사실 '을' 중의 '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더욱 강연 때마다 이러한 '인맥 매너'를 강조한다. 또한 매너 없는 갑에게는 때때로 '노'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가끔 파트너 업체랑 싸우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아니 어떻게 CS 하는 사람이 싸워?' 하시죠. 회사 이름이 예라고 하니까 '예'라고만 할 줄 아셨나봐요.(웃음)"

#매너는 배려다

허 대표는 올해 프리맘(Pre-Mom:임신 14주 이내의 초기 임신부를 뜻하는 신조어) 배려 운동을 시작했다. 배가 나오지 않아 임신부임을 알기 어려운 임신 초의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그녀는 프리맘배려운동본부 회장을 맡고 있다. "겉으로 표가 나지 않아서 자리양보 등의 배려를 받지 못하는 초기 임신부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시작했어요. 임신 14주 이내에 유산율이 가장 높다잖아요. 최근엔 지하철에서도 자리양보 안내 멘트가 나오던데 고무적인 일이죠."

허 대표의 프리맘 배려 운동에는 그녀가 예라고를 설립할 당시 처음 가졌던 꿈, 희망, 바람 등이 담겨 있다. 항상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꼭 짚어낼 수 없었던 것들을 사회 속에서 찾아내고 고치고 바꿔보고 싶다. 즉, 궁극의 목표는 사회적 매너를 키우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몸에 밴 그런 배려심이 필요한 때라고 봐요. 특별한 날, 특정 행사 때 외국인 관광객한테 길 잘 안내하고… 그런건 아주 일차적인 매너일 뿐이죠."

프리맘 배려 운동뿐만 아니라 그녀가 최근 다문화학교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모두 '배려가 매너'라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리다고 보지 않는 것.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살고 있는지 한 번 더 돌아봐 주는 것. 그것이 배려이고 사회적 매너다. 또한 그러한 매너가 보편화된 사회가 '살기좋은 사회'임은 두 말할 것도 없겠다.

#대한민국? 표정, 사과, 큰 호텔이 없는 나라?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놀라는 게 사람들의 무표정이라고들 해요. 공항에서 시내에 들어서기까지… 백화점이나 상점에서는 억지 미소라도 보여주지만 보통사람들 표정이 왜 그렇게 무섭냐고들 하죠."

허 대표는 승무원 시절 하와이에서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린 소년이 여성인 자신을 배려했던 모습. 따뜻한 날씨 탓인지 늘 미소가 가득했던 사람들. 그들의 여유로운 표정에 하와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일본 관광객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하는 게 충격이래요. 거리에서 부딪혔을 때, 전철에서 발을 밟았을 때 은근슬쩍 지나친 경험이 대부분 있을 거예요."

말을 듣고보니 대한민국은 참 '매너 없는 나라'다. 이렇게 안으로 매너 없는 나라, 밖에선 어떻게 볼까?

"한 번은 이미지컨설팅 관련 국제 콘퍼런스를 '대한민국에서 하자'고 했더니 관계자들이 '너네 나라 그런 거 할 크고 좋은 호텔 있냐?'고 물어요. 국제적 이미지가 아직도 그래요.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아직도 호텔 하나 없는 그 정도인 거죠."

그래서 그녀는 안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매너,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면서 밖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에는 AICI(국제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과 아시아챕터장을 초청해 자비를 들여 극진히 대접했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봐라, 한국에 호텔 있다. 뭐 그런 식의 대응이었던거죠.(웃음) 그랬더니 5월 콘퍼런스 때 그분들이 직접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자청해주시더라고요."

OECD에 가입하고 G20 의장국이 되었다. 2010년에는 수출 8강도 했다며 떠들썩한데 여전히 대한민국은 전쟁과 가난의 이미지가 강하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력이 신장해도 국격이란 쉽게 높아지지 않는 모양이다.

"삼성 LG, 세계적 기업들 아닌가요? 그런데 한국 브랜드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정부의 대내외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작년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출범을 아주 반겼던 사람 중에 하나예요. 지속적인 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하며 예라고도 '예' 하며 열심히 힘쓸게요.(웃음)"

TV 간접광고 통해매너 교육 했으면…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배려하면 매너는 쉽다. 하지만 그러한 의식을 뿌리내리는 일은 간단치 않다. 아주 어린시절, 즉 유치원 교육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을 위해서는 텔레비전을 활용해보면 좋겠다.

허은아 대표는 매너ㆍ이미지 컨설팅 전문가. 예라고 대표이사, AICI KOREA 회장,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과학기술부 우주인후보선발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저서로는'인맥을디자인하라''눈치코치 직장매너''감성을 충전하라' 등이 있다.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등 출연진의 왁자한 행동 속에도 기본적인 것을 잘 지키는 모습을 은근히 녹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PPL(간접광고) 많이 하는데, 꼭 상품만 홍보하란 법 있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에 쓰이면 어떨까.

꼭 필요한 사회적 매너를 간접광고 형식으로 홍보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선 우리나라 곳곳을 방문하지 않나. 각 지역마다 지켜야 할 예의범절 등 재미도 좋지만 '아, 이건 기본이구나' 하는 생각을 시청자들 의식 속에 심어 줄 방법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사소한 예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박칼린이 늘 외치던 '사랑합니다' 때문에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그 말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처럼…."

박동미 기자/pdm@heraldm.com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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