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대한민국 UFC 파이터 김동현이 오늘 1월 2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치러지는 UFC 125에서 미국의 강자 네이트 디아즈와 격돌한다. UFC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김동현이 그 여세를 몰아 디아즈를 꺾고 웰터급 대권 도전이라는 최종 목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 국내 격투팬들의 기대가 잔뜩 몰려 있다.

일단 필자가 보기에 이번 대진은 김동현 입장에서 아주 좋은 찬스다. 네이트 디아즈는 이제까지 김동현이 상대했던 선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반면, 상성 및 기본 전력을 분석해 본다면 김동현이 뒤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승리와 함께 미국 일반 팬들 사이에서의 인지도 상승까지 노릴 수 있는 '얻을 게 많은' 매치업이라 할 수 있겠다.
네이트 디아즈는 UFC의 신인 발굴 리얼리티 쇼인 'The Ultimate Fighter' 시즌 5의 챔피언 출신으로, 약 3년 반 동안 UFC에서 8승 3패의 전적을 쌓아온 강자다.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네 차례나 탄 바 있고, UFC 시리즈 중 하부리그라 할 수 있는 UFN 대회에서 세 차례나 대회 부제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메인 이벤터로 출전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얘기해 최근 김동현의 상대들이었던 아미르 사돌라나 TJ 그랜트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유명세를 가진 상대인 것이다. 거기다 이번 경기는 PPV 본 방송 내에 포함되어 있는 메인 카드 중 하나이므로, 김동현에겐 미국 관중들에게 꽝 하고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09년 9월 개최되었던 UFN 19의 대회 포스터. 네이트 디아즈가 메인 이벤터로서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디아즈의 장기는 긴 팔다리를 이용한 주짓수로, 특히 길로틴 초크와 트라이앵글초크에 아주 능하다. 그 배경엔 소속팀인 시저 그레이시 주짓수가 우뚝 서 있는데, 이 팀은 UFC의 본고장인 미국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수준 높은 그라운드 게임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스트라이크포스에서 UFC로 이적한 제이크 쉴즈, 현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 등이 모두 여기 소속이다. 이들의 영향을 톡톡히 받은 디아즈 또한 최고의 관절기를 구사해 항복을 받아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UFC의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두 차례나 받은 바 있는 '극강 그래플러'다.

(상대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고 만세를 부르는 디아즈의 모습)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김동현이 결코 넘지 못할 산 앞에 선 것 같지만, 필자는 김동현이 이처럼 강한 디아즈를 압도할 것이라 단언한다. 일단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레슬링 파트에서 김동현이 네이트 디아즈에게 월등히 앞선다. UFC 웰터급 정상에는 챔피언 GSP를 비롯해서 존 피치, 조쉬 코스첵 등 일류급 레슬러들이 즐비한데, 디아즈의 레슬링은 이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반면 김동현은 미국 현지에서 훈련할 때마다 다른 UFC 파이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레슬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훈련하러 가면 한 체급 위의 탑 컨덴더인 오카미 유신과 서로 붙잡고 못 넘어뜨리고 씩씩댈 정도니 디아즈가 상대하기엔 너무 크고 버거울 것임이 분명하다.

(김동현의 멋진 유도식 테이크다운 장면. 최근 인터뷰에서 김동현은 디아즈가 자신이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거라고 내다보고 분명 그에 대한 대비를 먼저 할 것이므로, 우선 타격으로 게임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현대 MMA에서 레슬링은 이래서 중요하다. 레슬링이 우세하기 때문에 '일단 타격으로 공격해서 두드린 다음 넘어뜨리겠다는' 공세적인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것이고, '안되면 결국 넘어뜨리면 된다는' 백업플랜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단 디아즈를 넘어뜨리는 데 성공하면 그 다음은 여느 때와 같이 자동적으로 김동현의 페이스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널리 알려진 대로, 노게이라의 마술 같은 트라이앵글 초크가 작렬하던 시대와는 달리 현대 MMA에서는 밑에 누운 선수가 그라운드 기술을 건다는 게 너무도 어렵다. 디아즈도 조 스티븐슨, 그레이 메이나드, 클레이 구이다 등 자신보다 강한 레슬링과 탄탄한 그라운드 실력을 겸비한 사람에게는 결국 별다른 기술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깔려 패배한 바 있다. 더구나 디아즈는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넘나들며 싸우는 선수인지라 파워 면에서도 절대적으로 김동현에게 딸린다. 동 체급 최고의 그라운드 압박 능력을 갖고 있는 김동현에게 디아즈가 트라이앵글 초크 같은 공격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김동현의 그라운드 압박 능력은 UFC 탑클래스 선수들 및 코치들조차 최고급이라 인정한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부분은 타격이다. 네이트 디아즈는 현 스트라이크포스 웰터급 챔피언인 친형 닉 디아즈와 꼭 닮은 '좀비 복싱'을 구사한다. 다른 상대들보다 긴 리치를 갖고 있지만, 그를 이용해 아웃파이팅을 하기보다는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팔을 길게 뻗은 상태로 외려 성큼성큼 전진해 온다. 이렇게 키 큰 사람이 몸을 세우고 밀고 들어오면 상대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거대하게 보이기에 일단 위축이 되고, 거리를 잡기도 힘들다. 거리가 잘 잡히지 않아 '에라' 하고 크게 휘둘러보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은 반면, 체중을 별로 싣지 않고 팔로만 치는 듯한 디아즈의 주먹 연타는 생각보다 아프게 들어온다. 슬슬 힘이 빠져 뒤로 밀리다 '아이고, 이놈은 레슬링이 좀 약하니까 일단 넘어뜨려서 그라운드로 가서 좀 쉬자.'라 생각하며 무심코 태클을 치는 순간 기다란 팔이 목을 감고 들어온다. 디아즈 형제의 장기인 변형 길로틴, 일명 '슈퍼 길로틴 초크'다. 이게 바로 '좀비 복싱'을 중심으로 한 디아즈 형제의 대표적인 경기 운영 시나리오다.

('디아즈 표 좀비 복싱'이 대박을 쳤던 닉 디아즈 VS 고미 다카노리 전. 네이트 디아즈의 형인 닉 디아즈가 좀비처럼 전진해 오자 당황한 고미는 양 손에 힘을 잔뜩 주고 풀스윙 펀치를 날려대다 지쳐버렸고, 결국 풋초크에 걸리는 불상사를 맞고 말았다. 도핑 문제 때문에 경기 결과는 무효로 최종 정정되긴 했으나, 이날 '좀비 복싱'의 위용은 대단했다.)
이 좀비 복싱을 상대할 때 제일 유의할 점은 일반 복싱 리듬으로 달려들 필요가 결코 없다는 것이다. 형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맷집과 파워를 갖고 있는 네이트 디아즈와 굳이 주먹으로 같이 치고받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빼어난 복싱 실력으로 유명한 마커스 데이비스가 초반 타격전에서 앞서는 듯 했지만, 결국 디아즈의 흐름에 말려들었던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은 김동현의 조련사인 양성훈 관장이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김동현은 그동안 네이트 디아즈가 만났던 상대들보다 훨씬 큰데다 같은 왼손잡이이기에, 디아즈가 거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디아즈 표 좀비 복싱'이 먹히는 원리는 긴 리치를 이용해 자신보다 작은 상대를 훤히 내려다보면서 때릴 수 있는 자신만의 거리를 만드는 것인데, 김동현은 오히려 그 밖에서 펀치나 킥을 날릴 수 있는 리치와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절대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디아즈가 압박을 넣으려 할 때마다 긴 리치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꽝 타격을 날려 놀래게 한 다음, 잡거나 밀어버려서 아예 압박하려는 의지를 산산조각 내버려야 한다.

(흔히들 김동현이 타격을 보강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지만, 사실 그의 타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능숙하고 파워도 있다.)
그런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되 장기전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계속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네이트 디아즈는 형인 닉 디아즈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끈질긴 선수다. 종합격투기 선수들도 스타일이 여러 가지인지라 초반에는 무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좀 그 위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고,(비제이 펜, 미르코 크로캅)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가 거의 일정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GSP, 마우리시오 쇼군) 경기 페이스가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하지만 계속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역전을 노리는 선수들이 있다.(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조쉬 바넷) 디아즈는 이 중 마지막 경우에 가까운 스타일이므로, 경기 후반에 지쳐서 잠시 집중력을 잃다 보면 한순간 관절기든 타격이든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유념하며 경기를 침착하게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
객관적인 전력분석에서는 전적 수를 제외하면 김동현이 앞서면 앞섰지 밀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김동현의 실력만 제대로 활용해도 충분히 승리는 가능하다. 다만 사자에게 달려드는 끈질긴 하이에나 마냥 계속 저항할 것이 분명한 디아즈의 진득진득함을 꾹 눌러버릴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침착한 경기 운영이 더해지면 보다 완벽한 승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1월 2일(일) 오전 11시 30분, 케이블 채널 슈퍼액션 혹은 IPTV 스포츠 채널 IPSN을 통해 함께 응원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