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와 만난 '글래머'..베이글녀의 시대
< 고승희 기자 @seungheez >
'베이비 페이스'만으로도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혹은 '글래머러스한 몸매'만으로도 충분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두 가지를 갖춰야한다.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다시 말해 아기처럼 귀여운 얼굴과 그 얼굴에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월한 몸매, '롤리타'와 '글래머'가 만난 '그녀'들을 이제 우리는 '베이글녀'라 부른다.
도너츠 가게에서 수도 없이 보아온 '베이글'에 女(녀)자가 붙어 우후죽순 쏟아지게 된 베이글녀, 그녀들의 시대 개막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던 때가 있었다. '섹시'에 대한 표출이 극단적이지 않던 시절에는 '노출'이나 '몸짓'만으로도 '섹시스타'가 됐다. 가요계를 장악하는 여가수, 짙은 화장과 유혹적인 몸짓으로 '배반의 장미'를 불렀던 엄정화가 대표적이다. 청순녀들도 마찬가지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선한 눈빛, 누구나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던 그 옛날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 심은하는 90년대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대표 청순녀다.
그들은 각각이 사랑받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남성들은 이상형으로 '청순글래머'를 꼽아왔다. 015B의 장호일이 자신의 이상형을 '청순글래머'라고 밝혔던 아주 오래전, '청순글래머'는 만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새 '청순글래머', '청순글래머'의 진보격인 '베이글녀'가 범람하는 시대가 도래할 줄은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 신민아와 함께 성장한 '베이글녀'의 시대=
어찌 되었건 베이글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할리우드의 대표 베이글녀는 호주 출신의 톱모델 미란다 커다. 반지를 찾아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았던 배우 올랜도 블룸의 아내이며, 떠오르는 '꽃선비' 송중기의 이상형이기도 하다. '미란다 커'야말로 명실공히 '베이글녀'다.
국내로 오자. '청순글래머'와 '베이글녀'의 사이에 있었던 여자 스타들은 무수히 많지만 최근 '베이글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자 이전의 청순글래머들은 베이글녀로 자리를 옮겨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튀어나온 '베이글녀'와 딱 맞아 떨어지는 국내 스타는 신민아다. 신민아는 미란다 커의 닮은꼴이기도 하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신민아는 긴 생머리를 휘날렸다. 하얀 원피스에 단화를 신고 뛰었고, 해맑은 미소로 '소'가 먹고 싶다고 했다. 애타게 '웅이'를 찾기도 했다. 우리는 이 때, 베이글녀의 탄생을 직감했다. 이미 속옷 및 청바지 모델로 활약해온 완벽한 바디라인의 신민아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2010년 최고의 수확이다. 이렇게 '베이글녀'가 탄생했다.
조여정과 서우, 유인나도 마찬가지다. 큰 눈과 작은 얼굴, 일단은 동안인 세 명의 여자 스타들은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시선을 붙든다. 충격의 반전은 곧 이어진다. 은근히 보여진 목욕신, 노골적인 베드신, 그도 아니라면 화보도 좋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초특급 동안 외모에 이른바 '반전 몸매'를 지닌 '그녀'들은 단숨에 베이글 스타가 된다. 조여정은 '방자전'을 통해, 서우는 각종 화보를 통해, 유인나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잠시 등장했던 목욕신을 통해 베이글녀가 됐다.
찾자 하면 끝이 없는 것이 바로 여자 스타 사이의 베이글녀다. 한지민 민효린 원더걸스의 소희, 씨스타의 소유, 한지우 등 그들이 갖추고 있는 기본 조건은 같다. 사람의 눈코입이 저마다 다른 차이로 각각의 내용이 달라질 뿐이다. 또 어딘가에 미처 알아보지 못한 베이글 스타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 '대상'은 신민아가 됐든 매일 같이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한지우가 됐든 중요치 않다.
▶ '베이글녀'이거나 '청순글래머'이거나...궁극적 성(性)적 욕망의 충족=
'베이글녀'이거나 '청순글래머'이거나 이 두 단어는 결국 일맥상통한다. 단지 외모가 주는 느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베이글녀'와 '청순글래머'의 차이는 성(姓)은 같지만 이미지는 상이한 신민아와 신세경의 차이와 같다. 시트콤의 이른바 '식모' 캐릭터를 통해 남자들의 성(性)적 판타지를 깊숙히 자극했던 신세경은 어느새 베이글녀로 변모했으나 그는 엄연히 청순글래머이던 때가 있었다.
신민아의 베이글녀는 귀엽고 발랄한, 때때로 요염한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뒤이어 알게 되는 반전 몸매. 이러한 베이글녀에는 소녀시대·카라로 대표되는 걸그룹이 주는 '상큼발랄 이미지'에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주는 연출되지 않은 섹시함이라는 이미지가 덮어졌다. 핫팬츠를 입은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할 때 그들은 삼촌팬들을 자극했다. '롤리타 컴플렉스'는 극대화됐다. 갈수록 연령이 낮아지는 걸그룹의 범람과 함께 '미성(成)숙'해 '성(聖)스런' 걸그룹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깡마른 몸매를 보완하듯 신민아와 같은 베이글녀가 등장한 것이다.

신세경의 '청순글래머'의 경우 시트콤의 영향력이 무척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얼굴 곳곳에 슬픔이 묻어있는 소녀이지만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있다. '여럿'이 있을 때는 말 그대로 '청순',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섹시한 '글래머'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궁극적인 것은 '감춰진 욕망'의 표출이다. 낮에는, 혹은 남들 앞에서는 귀엽고 청순한 데다 발랄하기까지 하다가도 밤이 되면, 혹은 밀실로 오면 섹시한 글래머이길 바라는 빈곤한 욕망은 베이글녀가 되어 돌아왔다. 앞서 청순글래머이기도 했다. 이는 은밀하고 우회적이기 보다 노골적인 욕망의 집대성이다. 욕망을 안고 커버린 '베이글녀'는 이제 어딜 가나 주목받는다. 매일 같이 등장하긴 하나 '사이즈'의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은, 때문에 아직은 개발 가능성이 무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베이글녀'의 시대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sh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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