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거부한 與 소장파, 당청관계 중대 시험대
[CBS정치부 임진수 기자]

한나라당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과 일부 중진 의원들이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며 앞으로 국회내 모든 강행처리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당청관계가 중대기로에 놓이게 됐다.
당장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이들이 강행처리 동참을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 단독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선의 황우여, 남경필 의원과 3선의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그리고 소장파 초,재선 의원 22명은 16일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는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독립성을 갖는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의결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들의 이같은 입장발표는 예산안 강행처리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고 누락된 당 핵심예산과 서민예산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도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전날 개혁성향의 민본21이 지도부 인책이 무의미하다는 발표를 한 뒤 잠시나마 당내 내분수습에 동력을 얻었던 지도부는 또 다시 곤경에 처했다.
강행처리 동참거부는 다시말해 '앞으로 지도부의 지시를 무작정 따르지만은 않겠다'는 것으로 넓은 의미의 '지도부 불신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미FTA 비준안 등 여야 시각차가 극명한 민감한 사안의 처리 과정에서 이들이 불참할 경우 한나라당 단독으로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처리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소관 상임위원장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성명을 발표한 의원들이 빠지면 본회의 의결정족수가 안되고, 18대는 앞으로 몸싸움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행정부 견제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당청관계에서도 중대한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18대 국회 들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강행처리 수순을 밟았던 예산안이나 미디어법 등은 모두 청와대의 의중이 깊게 반영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가 강력히 추진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일차적으로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들 역시 강행처리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이같은 중대발표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시각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은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들어 의회주의를 파탄시키는데 행동대장으로 앞장섰던 분들이 이제와 국회 바로 세우기를 말하는 것은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당내에서도 민본21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개혁요구가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난 적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 친이계 초선의원은 "민본21 등 소장파가 여러 가지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결과물을 보면 실망스러운게 사실이다"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다른 친이계 초선의원은 "충정은 이해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다"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당장 지난 6.2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소장파들은 연판장까지 돌리며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얼마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개혁후보 조차 외면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초선의원 뿐만 아니라 당 중진까지 나서 결연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들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jslim@cbs.co.kr
● 한나라 소장파 23명 "더 이상 몸싸움은 없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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