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견제 않고 중앙정부 통제 못해 '도덕 불감증'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지방청사 건설실태' 감사 결과는 지방살림의 내실화보다는 호화청사 등 겉멋에 치중해 온 지방자치단체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호화청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중앙 부처의 감독 의지도 부족했다.
지자체의 외형주의는 청사 내에 업무 공간의 몇 배에 이르는 도서관, 공연장, 복지회관 등 각종 편의시설 등을 설치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 통해 청사 규모를 부풀리고 운영비는 검토하지 않은 채 시설의 내·외장재를 고급화하는 등 외관을 꾸미는 데에만 치중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절감형 청사 건설에는 무관심했다.
직무공간 등 청사 설계에 필요한 근무인원도 지자체마다 산정방식을 달리하며 부풀렸다. 충남도는 8년 뒤 현재 인원 1004명보다 70%가 증가한 1711명을 청사 근무인원으로 산정했다. 그 결과 청사 규모를 적정한 규모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타당성조사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해당 지자체의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청사의 표준설계면적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다. 2002년 이후 신축한 지방청사의 1인당 평균 사무공간은 6.9㎡로 규정돼 있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청사 규모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곳도 많다. 이러한 조례가 없는 서울 성북구 등 5개 지자체는 1인당 평균 10.8㎡의 사무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단체장의 사무실 면적도 접견실, 부속실, 회의실, 민원상담실 등 각종 부속 공간을 기관장실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행정안전부 조례표준의 면적(99㎡)보다 사천시는 384%, 성남시는 338%나 넓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방의회는 지역 연고주의 등으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에서도 호화청사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통제수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지방청사 건립을 위한 타당성조사가 내실 있게 수행될 수 있도록 조사수행에 필요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이행 여부를 내실 있게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향후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면적기준을 초과하여 청사를 신축하는 기관에 대하여는 청사정비기금을 배정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체육·문화시설을 중복 설치하는 충남도의 예산 낭비는 4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청사부지에 설치할 계획인 체육시설 및 공원 등의 규모를 축소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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