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넘어 '고양이 모피'?

2010. 12. 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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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희 기자 @seungheez >

한국을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며 미개인 취급했던, 때문에 우리에겐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은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는 지난 2007년 스위스 정부에 고양이 모피 판매를 금지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제 고양이 모피까지 만드는 시대가 됐다. 여우, 토끼, 라쿤, 밍크 등 탐스러운 털을 가진 동물들은 모조리 희생됐다.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 모피라니, 당시 이 뉴스는 경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의류브랜드 A업체에서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모피 베스트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모피가 바로 '고양이 모피'였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기재된 '고양이 패치 니트 베스트(상품번호-LA4AFU106)' 소개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소재 부분이 '고양이 모피 100%'라고 기재돼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충격에 휩싸인 상황.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고양이 모피까지 판매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충격은 분노로 이어졌고, 분노는 항의를 야기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로 Hmall, CJmall, 롯데몰 등 A업체가 입점된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현재 이 상품에 대한 판매는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상품 자체에 대한 기록도 사라졌다.

한 쇼핑몰을 방문한 소비자는 "전세계적으로 모피를 줄이자는 운동을 하는데 고양이까지 가죽을 벗겨 팔고 있네요"라면서 격렬히 항의했다.

이에 해당 업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고양이 털은 아닌 것 같다. 아마 고양이과 동물털인 것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쇼핑몰에서는 "애완용이 아니니 걱정 마라. 들에 사는 고양이를 잡았다. 100% 고양이 맞다"고 답변, 이에 한 번 더 충격을 줬다.

누리꾼들은 이 모피의 정체를 실제로 중국에서 서양에 수출하는 방대한 양의 아시아 밍크라고 추정했다. 일명 '아시아 밍크'의 정체가 바로 '거리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추정은 맞았다. 해당 업체에서 판매했던 이 제품은 "중국에서 와일드캣으로 만들어진 모피인데, 회사 측에서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전량 수거해 소각할 예정이다"고 이 업체의 홍보 담당자는 7일 밝혔다.

이 기막힌 상황에 누리꾼들은 "나 스스로 대단한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고양이까지 가죽이 벗겨져 입고 다니는 현실은 너무 끔찍하다. 아마 우리 곁에서 더 많이 보아왔던 동물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당장 판매 중지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고양이는 가축이 아니어서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생명이다. 이 생명들을 잡아다 가죽을 벗겨 모피 베스트를 만들었다니 말이 안 나온다. 길이나 들에 사는 고양이를 구조해서 입양 보내거나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사람들의 고양이가 집을 잃고 떠돌아 다닐 때 이런 사람들한테 잡혀 조끼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냐"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A업체 측의 발언처럼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모피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다. 대부분의 중국 모피용 동물 농장들은 지난 10년 이내에 설립되었으나 해외 업체들의 진출과 자국의 거대한 잠재 시장을 기반으로 어느 덧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세관에 따르면, 2003년 11월까지 중국의 모피 수출입 총액은 9억976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2.5% 증가했다. 그 중 수출액은 7억9900만 달러로서 동기대비 53.7% 증가했다. 중국이 매년 수입하는 밍크모피는 500만장, 여우모피는 150만장으로 세계 모피 경매 거래량의 40%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다. 지난 2003년 수입된 모피제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이었던 것이 2004년에는 85%를 넘어섰으니 앞으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 분명하다.

모피는 바람의 촉감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하는 계절이 오면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한다.

퍼 제품 하나 옷장에 갖추지 않고 있으면 서운한 계절이라지만, 모피를 얻기 위해 인간이 행해야 하는 행동들은 잘 알려져 있음에도 상상을 초월한다.

단 한번에 가죽을 벗겨내기 위해 수백 차례의 매질을 해야만 하는 모피, 중국을 중심으로 아직도 이 산업은 성행이다. 모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수는 세계적으로 매년 4000만 마리다. 그 중 300만 마리는 사육으로, 1000만 마리는 덫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 동물자유연대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길을 떠도는 개와 고양이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산업이 바로 모피다. 누리꾼들도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기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shee@heraldm.com

▶ < 포토뉴스 > 온몸으로 시위...모피를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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