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89) 원심분리기의 정체는

2010. 11. 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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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력 이용해 밀도 큰 성분 추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해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원심분리기는 평화적 목적의 핵연료와 전쟁용 핵무기 모두의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장비다. 북한 농축 시설의 규모와 장비의 수준이 평화적 핵연료 제조 시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제적 인식인 모양이다.

원심분리기는 회전에 의해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물질을 분리하는 비교적 단순한 장비다. 시료를 담은 통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면 원심력에 의해 밀도가 큰 성분이 바깥쪽으로 밀려나면서 분리가 된다. 19세기 말에 우유에서 지방 성분을 분리하기 위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 효율은 회전 반경과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원심분리기는 세탁기에서 빨래의 물을 제거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지만, 과학 실험실이나 산업 현장에서 액체를 분리하는 목적으로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설탕 제조, 석유 생산, 우유 가공 등에 사용되는 대형 원심분리기도 있다. 심지어 비행기 조종사와 우주비행사들에게 비행 중 극심한 중력 변화에 적응하도록 훈련시키는 목적으로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원심분리기는 강한 원심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원심분리기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북한에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심분리기는 기체를 분리하기 위한 장치다. 기본적인 원리는 흔히 사용하는 원심분리기와 다르지 않다. 다만 기체를 담은 원통이 빠르게 회전하는 동안 내부에 들어있는 기체가 질량에 따라 분리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북한의 원심분리기는 지름 20센티미터, 높이 1.82미터의 알루미늄 원통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언론이 `육불소화 우라늄' 또는 `육불화 우라늄'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는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UF6)라는 기체 화합물을 이용해서 우라늄-235를 농축한다.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가 들어있는 원통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우라늄-238의 화합물이 원통의 바깥쪽으로 밀려나가면서 가벼운 우라늄-235의 화합물은 회전축 근처로 모여들게 된다. 보통의 원심분리기에서 밀도에 따라 물질이 분리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심분리기를 충분히 작동한 후에 회전축 부근의 기체를 포집하면 처음 원심분리기에 주입했던 기체보다 우라늄-235가 조금 더 농축된 기체가 얻어진다.

우라늄 동위원소에 따른 기체 질량의 차이는 겨우 0.85%로 매우 작기 때문에 한번의 원심분리로는 충분한 분리가 불가능하다. 여러 개의 원심분리기를 연결해서 농축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전하는 원통을 가열해서 농축 효율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시작된 우라늄의 농축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막을 이용하는 기체확산 방법을 사용했다.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 기체가 막을 통해 확산되는 과정에서 우라늄-235가 농축되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 경우에도 한번의 분리만으로는 충분한 농축이 어려워서 여러 개의 기체확산 장치를 연결시킨 대규모 시설을 사용한다.

우라늄 농축에는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도 필요하다. 우라늄 화합물 기체를 고압으로 확산 장치에 밀어 넣기 위한 펌프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리 효율이 훨씬 좋은 원심분리 방법을 이용하면 전기 소비량을 5%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심분리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국제적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기도 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위험한 핵무기의 확산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국제 사회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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