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밀란이 흔들리고 있다. 인터밀란은 11월에 벌어진 4경기에서 3득점 6실점에 그치며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난 주말 밀란 더비에서도 패하며 세리에A 선두 AC밀란과의 승점 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선두와 6점이나 벌어진 현실은 리그 6연패를 노리는 인터밀란에 무척 낯설뿐더러 이번 시즌 스쿠데토 획득의 가능성까지 멀어지게 만든다.
인터밀란의 최근 경기들은 졸전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원정이라지만 브레시아와 레체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고 밀란 더비에서도 상대의 퇴장으로 30분가량 수적 우세를 보였음에도 득점하는 데 실패했다. 인터밀란은 90분 동안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었다. 이번 시즌 인터밀란은 05/06시즌부터 보여준 '그랑데 인테르'의 위용을 잃어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10/11시즌을 무관으로 마칠 공산이 크다.
이번 시즌 인터밀란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인터밀란은 지난 시즌 '3관왕'을 차지한 유럽 챔피언이다. 허나 그들은 자신들이 갖춘 능력 이상을 보여주며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인터밀란의 전력은 유럽을 제패할 힘이 부족했지만 무리뉴가 있었고 그는 인터밀란의 자원으로 해낼 수 있는 최고의 축구를 선보였다. 이제 인터밀란이 성적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오히려 무리뉴 감독이 떠났고 선수 보강에 실패했기에 부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인터밀란은 세리에A,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그들의 원대한 목표는 모두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2010-11시즌은 인터밀란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노쇠해가는 팀을 젊게 만들어 몇 시즌 이후를 바라보는 리빌딩을 할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인터밀란은 딱 부러진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지금의 부진이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니까 말이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선임한 것으로 봐서는 전자가 목표인 것 같은데, 재정 문제로 지갑이 닫혔다. 안드레아 라노키아, 조나단 비아비아니, 쿠티뉴, 조엘 오비 등 1군에 가세한 어린 자원들을(라노키아는 제노아와 공동소유로 현재 제노아 소속) 보자니 후자 같지만 감독은 또 미래보다는 당장에 트로피가 필요한 베니테스다.
목표를 정하지 못한데다가 어정쩡한 베니테스가 감독이 됐으니 팀은 예상보다 크게 흔들린다. 베니테스는 무리뉴가 떠난 인터밀란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름 값있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베니테스 감독이 선임되고부터 인터밀란은 거듭 후퇴하고 있다. 팀도 감독도 모두 방황하는 꼴이다. 결과적으로 베니테스 선임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베니테스가 당장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베니테스의 이상과 인터밀란의 현실 사이에는 꽤 거리감이 있는데, 베니테스는 그 거리감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베니테스의 점유율 축구는 인터밀란과 맞지 않는다. 인터밀란의 선수 구성은 그가 생각하는 축구를 구현하기에 적합지 않다. 인터밀란은 기술적이고 볼을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다. 그런데 베니테스는 시종일관 되지도 않는 점유율 축구를 시도한다. 그 결과 사무엘 에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부진에 빠졌다. 성적은 말할 것도 없다. 선수 영입의 핑계를 대기에는 무리한 전술과 선수 활용이 더 문제라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베니테스가 리빌딩은 해낼까? 그는 발렌시아의 성공을 리버풀로 이어갔지만 리버풀에서의 마지막이 몹시 좋지 않았다. 따라서 마지막 부진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즉, 자신이 능력 있는 감독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당장 트로피를 거머쥐어야 한다. 어린 선수를 키워 몇 시즌 뒤를 바라보는 확률 낮은 도박을 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 도박을 할 거였다면 인터밀란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도 이제 나이가 50이니까.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당장 성적도, 미래에 대한 준비도 베니테스와 함께라면 장담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인터밀란의 방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SKY EN &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박 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