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심 표어·포스터에 시대가 보인다..흥미진진 변천사

2010. 11. 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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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깨나 불조심 꺼진불도 다시보자' '설마속에 화재있고 조심속에 화재없다'

50~60대에서 지금의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국민 누구나 불조심 표어나 포스터 한 두 개 쯤은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조심 표어와 포스터가 세대에서 세대로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불조심 강조의 달' 표어 및 포스터는 1975년 처음 나왔으며 77년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내무부 후원으로 매년 공모해 최우수작에 대해 내무부장관 표창을 수여하면서 시작됐다. 80년 한국소방안전협회가 설립되면서 격년제로 공모해 시상하고 인쇄해 전국에 보급했다. 3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당시의 국민 정서와 시대 상황 등이 함축된 언어와 단순화된 그림 등 상징 형태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표어 및 포스터 공모를 통해 소방 안전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당시 시대상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포스터의 경우 미술적 가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조심 표어로 본 시대정서=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60~1970년대에 가장 많이 사용된 표어는 '작은불 조심하여 눈물없이 살아보자', '아빠는 담배불조심 엄마는 아궁이 불조심'이었다. 불에 얽힌 서민들의 눈물어린 애환과 아궁이로 요리하고 난방하던 생활상이 엿보인다. 계도성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철권통치로 표현되는 전두환 정권시절인 1986년 당선작 '나라위해 불조심 우리위해 불조심', '잘못다룬 작은불씨 이웃불행 나도불행' 등은 개인보다는 나라와 공동체를 강조한다. 1985년 당선작 '화재는 불행이며 예방은 번영이다'에서는 경제개발에 우선하는 개발연대시대의 정서가 배어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의 우수작 '하나같이 불조심 한결같이 화재예방'은 전국민적인 단결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이끌어낸 당시의 시대상황과 자신감에 찬 국민정서를 느낄수 있는 표어다. 군사정권이 이어지던 1989년 우수작 '조심하면 고마운불 방심하면 무서운불'과 가작 '불내고 울지말고 웃으면서 불조심'이나 1990년 가작 '숨은불씨 불행되고 살핀불씨 행복된다'등은 양극단의 이분법적 설정이 눈길을 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이후 개인 스스로 불조심하자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1994년 우수작 '화재예방 따로없다 눈길한번 손길한번' '남도하는 불조심 나라고 못할소냐'등과 1996년 우수작 '불나는곳 따로없다 내집부터 살펴보자'와 가작 '내가버린 작은불씨 큰불되어 돌아온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부도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1998년 우수작 '미뤄버린 화재점검 불씨되어 내게온다' 가작 '설마한날 화재있고 조심한날 화재없다' 등에서는 청천벽력같던 국가부도의 재앙을 미리 막지못한 뼈 아픈 국민정서가 화재 역시 예방하지 못할 경우 재앙을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느낌이다.

김대중 정부가 IMF극복에 '올인'하고 있던 2000년 당시의 최우수작 '이게설마 큰불될까 그게정말 큰불된다'나 '버릴것은 설마의식 가꿀것은 소방의식'. 2001년 최우수작 '화재장소 따로없고 화재시간 예고없다'나 '남의일로 여긴화재 방심하면 내일된다''작은불씨 방심하면 재난되어 돌아온다' 등에서도 'IMF행'에 따른 사회전반적인 어두운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진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대상작인 '방심속에 화재있고 관심속에 예방있다'와 금상작 '설마하면 큰일날불 조심하면 안전한불', 은상 '소화전은 어디에? 소화기는 어떻게?' 등은 IMF를 조기졸업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데 따른 국민들의 자긍심이 묻어난다. 어두운 그늘 보다는 밝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예방의 경각심을 강조하고는 톤으로 달라진 것이다. 화재는 예방이 중요한데 우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같은 기류는 노무현 정부의 2004년까지 이어진다. 다만 후회, 불행 등 화재가 초래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강조함으로써화재예방에 더 경각심을 가지자는 의도가 강조된 표현들이 많다. '작은불씨 얏보다가 큰불되고 후회한다' ,'설마하며 버린불씨 평생후회 불씨된다'와 '한사람의 화재방심 백사람의 불행된다'...

2006년에는 생활 속에서의 화재예방을 실천하자는 메시지가 주류를 이뤘다. 최우수작 '잠깐 방심 작은 불씨 평생 후회 재난 된다'와 우수작 '한순간의 불씨 방심 화재 나면 평생 상심' 장려작 '괜찮겠지 미룬 점검 큰 불 되어 돌아온다'와 '생활 속의 화재예방 가족행복 지켜준다' 등은 생활속에서 화재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들이다.

▶불조심 포스터로 본 시대상=소방방재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주관한 불조심 포스터는 그림과 글로 함축성 있게 표현돼 소방홍보에 가장 일반화된 광고물로 꼽히며 불조심 표어와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1975년 첫 수상작 '화제예방으로 복된 생활을...불조심'은 단순한 색상으로 붉은 색의 간결한 불꽃이 공장으로 옮겨붙지 못하도록 불이 번져나가는 길목을 가위로 '싹둑' 도려내는 상징으로 형상화 돼 있다. 개발연대 시대에는 역시 공장 화재가 최우선적으로 막아야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후 불조심 포스터들은 성냥불로 형상화된 불꽃이 공장을 집어삼키는 모습 등 생산기반인 공장화재 예방에 주안점이 두어진 것들이다. 포스터에 표현된 메시지도 '불조심, 꺼진불도 다시보자, 화재 인정사정없다' 등으로 매우 직접적이다.

1983년 최우수상 수상작인 '작지만 큰 것 불'에는 그동안 수작업에 의존해 빨간색 물감으로 획일적으로 그려지던 불꽃 모양 대신에 실물 불꽃 사진이 등장한다, 화재로 인해 공장, 주택, 자동차, 인명 등 다양한 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 처음으로 강조된 것도 눈길을 끈다. 점차 자동차 주택 보급이 늘고 있는 시대상의 반영이다. 게다가 포스터에 사진을활용하는 방법이 동원돼 실물의 손이 실제 성냥불을 켜고 있는 사진이 등장해 포스터 제작기법에서도 발전이 있었던 것을 나타내준다. 이후 '불을 소중히'(1984년), '소중한 불 위험한 불'(1985년) 등에서 이 같은 표현방법상의 기법은 더 발전한다.'무심코 버린 불씨 하나가 엄청난 재해를 가져옵니다'(1986년)는 주택의 화재 장면을 크게 다뤄 당시 공장화재보다는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불 단한번의 실수도 봐주지 않습니다'(1991년)에는 고층빌딩들과 일부는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들이 화재에 휩싸이는 이미지가 나와 당시 아파트 개발붐 초기의 모습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한편 불조심 포스터는 표어와 달리 불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대비시키는 표현이 거의 없는 점이특징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화재'(2004년)나 '엎질러진 불'(2008년) 등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불의 재앙적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불을 제대로 사용하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표어가 상당수 나온 점에 비해 대조된다. 이는 한장의 그림에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포스터 라는 매체 특성상 긍정과 부정 양면을 한 그림에 다루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포스터 표현기법상의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예방 UCC도 공모=소방방재청은 11월 '제62주년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오는 30일까지 화재예방 표어ㆍ포스터 일반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화재예방 UCC(사용자제작 컨텐츠)가 처음 포함돼 사진ㆍ표어ㆍ포스터 등 4개 부문에 걸쳐 공모한다. 작품소재는 불조심, 화재예방, 생활속의 안전 등이고 초등학생 이상 전국민이 1인당 1점 응모가능하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UCC의 1~5분 영상 CD 또는 USB메모리 제출하면 되며 파일형태는 MPEG 또는 AVI 파일이다. 응모작품과 참가신청서(별도양식)를 인편 또는 우편(11월30일 소인까지 인정), 이메일 등으로 접수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http://www.nema.go.kr)나 소방제도과(02)2100-5358)로 문의하면 된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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