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위한 한 잔 커피 All about 'Good' Coffee








완연한 가을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공연히 마음이 시려지는 계절. 어쩐지 분위기 내고 싶은 계절이다. 그리고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진한 향기와 쌉싸름한 맛 그리고 손과 목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는 가을의 감수성을 100% '업' 시킬만하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여유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뜻하기도 하는 커피. 그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커피는 와인과 더불어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는 기호 식품이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인스턴트 커피는 제외하자. 취향을 고려해 커피를 즐기는 이들에게 커피는 곧 원두 커피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항산화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방지와 항암효과 등을 볼 수 있는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원두는 자체의 종류도 많고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형도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범위도 넓지만 그만큼 기본적인 지식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도 공통점. 커피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맛, 향 그리고 입안의 여운까지도 달라진다.
신선한 원두만이 좋은 커피를 만든다
좋은 커피 맛을 결정하는데 세 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가장 먼저 좋은 품질의 원두를 골라야 한다. 원두의 신선도와 품질은 커피 맛의 60~70%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두는 종류 불문하고 크기가 균일하고 불량 콩이 없어야 한다. 커피 고유의 향을 내는지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커피 원두는 와인의 포도 품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커피 취향과 맞는 원두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기본적인 향미가 달라지는데 대체로 원두가 자라는 나라의 풍토와 관련이 깊다. 콜롬비아 원두는 풍부하고 깊은 아로마, 높은 산도와 은은한 향이 감미로운 고급 커피. 과테말라는 뛰어난 아로마, 균일한 알갱이와 달콤한 산도의 맛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풍미와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잡혀 있으며 첫 맛은 단순하나 차츰 다양한 맛을 내는 여운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혀에 닿는 미묘한 느낌과 부드러운 너트 향이 일품이다.
코스타리카 원두는 일반적으로 입안을 감싸는 풍미가 좋고, 산뜻한 신맛과 구수함, 풋내 과일의 상큼한 느낌이 두드러진다. 밸런스도 좋고 섬세한 커피. 아라비카 원두는 신맛과 단맛, 농도가 강한 편이다.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 맛 천차만별
두 번째는 커피 맛의 30%를 차지하는 로스팅. 원두를 얼마나 잘, 신선하게 볶아냈느냐다. 로스팅을 통해 향미 물질이 생성된다. 원두의 특성에 적합한 로스팅 포인트를 맞추어 맛의 특징이나 향미를 잘 나타내야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원두를 볶은 지 2~3주 이내에 신선한 상태로 마셔야 최상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향미 물질이 날아가 버리고 지방 성분의 산패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맛과 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볶아 놓은 커피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제조 일자를 확인하여 신선한 것을 골라야 한다. 백화점에서 파는 커피의 경우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반적으로 합성수지 포장재 유통 기한이 1년이므로 거기에서 1년을 뺀 날짜를 제조 일자로 보면 된다.
커피 원두의 신선도를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냄새로 판별하는 것입니다. 일단은 갓 볶은 커피의 구수하고 신선한 풍미를 모범 답안으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 그것과 비교해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해 내야 한다. 커피가 오래되면, 나무 냄새 또는 담배 냄새 같은 퀴퀴한 냄새가 나고 향긋한 느낌 대신 기름이 변질된 냄새로 변한다. 커피 향을 자주 맡아 보면 한 달 이상 지난 것은 물론이고 1주일 지난 것과 2주일 지난 것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로스팅한 커피를 갈아 여과지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보는 것.
신선한 커피는 뜨거운 물이 닿으면 만두처럼 부풀어 오르고 고르고 작은 거품이 많이 생겨 커피 뽑기가 다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반면 오래된 커피는 여과지 위의 커피 분말에 뜨거운 물을 부어도 거품이 생기지 않고 커피 분말을 바로 통과해 버린다.
거품이 생기더라도 하얗고 굵은 거품이 생성되고 금방 없어진다.
함부로 보관하면 안되는 것이 커피
보관 방법도 알아야 한다. 커피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공기 중의 산소나 수분과 접촉하면 품질 변화가 심하고 맛과 향이 급격히 떨어진다. 원두를 갈아 놓으면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늘어나서 산화도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커피에 들어있는 휘발성 향기 성분의 방출 속도도 빨라진다. 따라서 커피는 사용하기 전에 바로 분쇄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커피 분쇄기를 갖추고 있으면 이상적이지만, 분쇄기가 없을 경우에는 갓 볶은 신선한 볶음 커피를 구입하는 즉시 바로 분쇄하여 밀폐된 포장용기에 담아 서늘한 장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커피를 신선하고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볶은 지 2주 이상 경과된 커피는 아무리 잘 보관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갓 볶은 커피는 되도록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냉동 보관 역시 그 유효기간은 한 달 정도라고 보면 된다. 냉동 보관한 커피를 사용할 때에는 밀폐된 용기를 꺼내어 실내온도와 같아지게 한 뒤 개봉하는 것이 포인트. 차가운 커피를 습도가 높은 실내에서 바로 개봉하여 그대로 두면 이슬 맺힘 현상이 일어나서 공기 중의 수분이 커피 표면에 이슬처럼 맺혀서 커피 맛의 변질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차가운 커피를 그대로 사용하면 뜨거운 물을 부을 때 추출온도가 낮아져서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다.
매일 새로 볶은듯한 신선함을 마신다새로운 트렌드 캡슐 커피
커피의 종류는 인스턴트 커피부터 핸드 드립 커피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캡슐 커피도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캡슐 커피는 말 그대로 작은 캡슐에 담긴 에스프레소. 물과 압력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진공상태로 포장한 커피다. 하지만 일반적인 에스프레소와는 또 다른 전용 머신으로 추출해 마시는 커피다. 1976년 네슬레 R&D센터의 한 직원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에스프레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10년 뒤 네슬레의 자회사 네스프레소가 설립되면서 생겨난 신종 커피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말부터 들어와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고 이다.
캡슐 커피의 장점은 퀄리티와 편리성을 겸비했다는 점.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보존해 최상급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인스턴트 커피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캡슐 커피는 캡슐마다 갓 그라인딩한 원두를 1회분씩 낱개로 진공 포장해 커피 원료가 공기와 습기에 접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산화를 완벽하게 차단함으로써 원두의 신선함을 보존하고 에스프레소 추출 시 나오는 황금빛 풍부한 크레마를 오랫동안 지속 시킨다. 보통 원두가 개봉 뒤 2주쯤 지나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이 날아가는 데 반해, 진공 포장된 캡슐 커피는 최장 1년 간 본연의 맛을 간직할 수 있다. 더구나 전용 머신은 물의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늘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가격.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자동은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먹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장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캡슐 커피 전용 머신은 대개 50만원대 이하. 물론 캡슐을 계속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성가실 법도 하다.
캡슐당 가격은 600원에서 1200원 정도. 하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사 먹는 5000원 안팎의 커피와 비교하면 오래지 않아 본전을 뽑는 셈이 된다. 최근 들어서는 백화점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활발하다. 장기보관이 가능하니 한꺼번에 많이 사두어도 별 염려가 없다.
단 캡슐 커피는 브랜드마다 규격이 달라 한번 기계를 마련하면 죽 그 브랜드에 올인해야 한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먼저 고르고 머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본 기능 외에 스팀밀크나 휘핑크림 등 별도 기능은 어떤 것이 필요한 지, 빌트인이 가능한지, 관리는 간편한지 등등 부가 기능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 이탈리아 바리스타 에디 리히
"커피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명동 파스쿠치 매장. 까무잡잡한 이탈리아 남성이 에스프레소에 대해 '열강'을 했다. 한 눈에도 바리스타임을 알 수 있는 그의 이름은 에디 리히(27). 이탈리아 파스쿠치 본사의 직원이며 2008, 2009년 이탈리아 바리스타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정상의 바리스타다. 한국 파스쿠치의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돌며 한국 커피 마니아들에게 에스프레소에 대해 강의와 실연을 보여주었다. 그와 커피에 대해 짧으나마 대화를 나눴다.
국내에서는 커피 전문가, 커피 아티스트로 여겨지는 바리스타. 하지만 본고장 바리스타인 그에게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에서의 바리스타는 바에서 일하는 사람.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니만큼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지만 칵테일도 제대로 다룬다.
여기에 에디 리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공헌. 커피와 사회공헌은 언뜻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커피 생산국의 절대 다수가 빈곤국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니 금세 이해가 되었다. 부모를 따라 어려서부터 바를 드나들며 바리스타가 일하는 모습을 즐겨본 탓도 있지만 열여덟살부터 바리스타를 직업으로 택하게 된 것 역시 "좋아하는 커피 관련 일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때 현업 바리스타로 일했던 그가 파스쿠치에서 R&D를 맡고 있는 것 역시 커피를 통한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파스쿠치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역시 파스쿠치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아이티에 위탁 재배해 생산하는 유기농 커피라고.
에디 리히는 한국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관심에 놀라움을 표했다. 청중의 질문 중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테크니컬한 질문들도 제법 있었다고. 그러면서도 그는 "커피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는 우수한 원두와 좋은 커피가 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작은 에스프레소나 한국 사람들이 주로 먹는 카페 아메리카노는 취향의 차이일 뿐 우열은 없다고 한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을 많이 넣은 커피가 에스프레소 본연은 맛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것. 실제로 이번 내한 때 자신이 개발한 커피를 선보이기도 했다.
같은 의미에서 그는 커피를 맛있게 먹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서도 그저 자신의 입맛을 따르라는 당연한 정석을 들려주었다. 퓨어 에스프레소가 너무 강하면 우유를 넣어 마키아토를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 식. 마치 와인의 대가들이 좋은 와인보다는 좋아하는 와인을 즐기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캡슐 커피 어떤 것들이 있나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람들이 더 많은 캡슐 커피지만 해외에서는 여러 개의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국내에도 큰 브랜드들은 이미 들어와 있다. 각 캡슐 커피 브랜드의 특징을 알아보자.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자 캡슐커피 브랜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 전용 머신에서만 맛볼 수 있는 16종의 그랑 크뤼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 최상위 1% 커피만을 사용하는 네스프레소의 그랑 크뤼 커피는 각기 다른 맛의 특성을 지닌 생두를 서로 적절히 배합한 '블렌디드 에스프레소' '룽고' '디카페인' 그리고 단일 원산지의 순수 커피를 제공하는 '퓨어 오리진'의 총 4가지 제품군이 있으며, 일 년에 두 번씩 한정된 수량으로 출시되는 '리미티드 에디션'과 스페셜 클럽'을 출시한다. 네스프레는 원두를 10단계로 분류하여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캡슐의 색이 진할수록 많이 볶아서 쓴맛이 강하고, 반면 연한 색 캡슐의 커피는 덜 볶아서 과일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다. 네스프레소는 머신이 예뻐 찾는 이들이 더욱 많다. 컴팩트한 사이즈의 '에센자'와 '르 큐브'를 비롯해 우유 스티머를 장착한 '컨셉트', 우유 거품을 내는 에어로치노와 세트로 구성한 '시티즈 앤 밀크' 등. 특히 첨단 기술과 복고형 모던 디자인을 결합시킨 시티즈(41만8000원)가 인기라고.
일리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에서도 캡슐 커피와 머신을 선보이고 있다. 다크, 미디엄, 디카페인, 룽고 4가지. 자체 개발한 두 단계 추출방법을 통해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향을 보존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낸다. 일리 캡슐 커피 머신은 기존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모양. 캡슐에 커피가 들어있는 것 외에 기본적인 사용법도 동일하다. 가격은 59만4000원선.
라바짜
브라질산과 인도산 아라비카 100%로 만든 '카페 크레마 돌체' '디카페이나토 소아베' '에스프레소 돌체'를 비롯해 아라비카와 로부스터를 블렌딩한 '에스프레소 인텐소' '에스프레소 리코' 등의 총 5가지 캡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파우더 형태의 우유 캡슐 '베반다 비앙카'가 있어, 카페라테나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원할 경우 우유를 먼저 추출한 후 바로 에스프레소 캡슐을 넣으면 된다. 직접 우유 거품을 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따로 세척할 필요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우유 뿐 아니라 복분자차, 레몬차, 민트차, 국화차의 총 4가지 티도 캡슐로 즐길 수 있다. 캡슐커피 머신 '라바짜 블루'는 이탈리아 주방 가전 업체인 구찌니와 함께 만든 것으로 컬러풀한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캡슐 이용 방법은 일리와 마찬가지로 수동으로 에스프레소를 뽑듯 필터를 장착한 홀더에 캡슐을 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가격은 59만4000원.
이탈리코
이탈리코도 네스프레소 머신처럼 수동 커피 머신 같은 커피 홀더 대신 내장형 공간에 캡슐을 넣으면 에스프레소가 완성된다. Top cream, Classic, Long cap, Arabica, Deca 총5가지 종류의 캡슐커피가 나와 있다. 이탈리코 제품의 특징은 20바에 이르는 강한 압력. 이를 위해 다른 캡슐커피 머신에 비교해 예열 시간이 길고, 소음과 진동이 있는 편. 스팀 압력을 조절해 우유 거품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카푸치노 시스템'을 장착했다.커피 머신은 이탈리아 가전 업체 터모제타사와 커피 블렌딩 명인 펠리니가 손 잡고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대표 제품인 '카스코-에스'가 24만8000원선이다.
[김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48호(10.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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