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화훼영모화의 변천

2010. 10. 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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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가을전시 '화훼영모대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매년 봄.가을 두 차례만 문을 여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올가을에는 동.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花卉 < 令+羽 > 毛)를 화제로 내세웠다.

미술관이 소장한 화훼영모화 중 가장 오래된 그림인 공민왕(1330~1374)의 작품부터 이당 김은호의 작품까지 600여년의 세월 동안 각 시기를 대표하는 100점의 화훼영모화로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른 기법 차이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한 전시다.

여말선초의 화훼영모화에서는 우리 땅에서는 자라지 않는 중국의 동물들이 발견된다. 양(羊)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공민왕의 이양도(二羊圖) 속 양은 터럭 한 올까지 정교하게 표현됐지만 당시 우리나라에 양이 들어오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실제 양의 모습이 아닌, 양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그린 것이다.

소가 들판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린 김시의 '야우한와'(野牛閒臥)나 이경윤, 이영윤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소가 아닌 당시 중국에서만 서식하던 물소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자성리학이 지배하던 전반기가 지나고 조선성리학이 통치 이념으로 등장하면서부터 화조화 역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정선 시대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우리의 것'을 사생하기에 이른다. 동시에 심사정처럼 실제 사생보다는 중국 남종화의 화보를 묘사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描)와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描)는 모두 가을날의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사생의 정교함이나 배경이 되는 꽃의 구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 시기 동물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작가가 변상벽이다. 고양이를 워낙 잘 그려 '변고양이'라고도 불렸던 변상벽이 터럭 하나, 수염 한 올까지 정교하게 묘사한 고양이 그림도 볼 수 있다.

김홍도 대에 이르러서는 정교한 사생에 회화성이 더해진다. 귀여운 강아지 두마리를 바라보는 어미개를 그린 '모구양자'(母狗養子)나 홍련 위에서 짝짓기하는 한 쌍의 고추잠자리를 포착한 '하화청정' 같은 작품은 화훼영모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풍속화나 초상화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경향은 이인문과 김득신, 신윤복 대까지 이어지다 추사 김정희 이후로는 청나라 문인화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다른 양상으로 발전한다. 실제 모습을 묘사하기보다는 대상의 본질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조선 말기에 이르면 그 시대 대부분의 그림이 그랬듯 화훼영모화에서도 중국화의 영향과 전통화의 영향이 뒤섞여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이 시기 화훼영모화 특징 중 하나는 묘사에는 충실하지만 생동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석진의 '수초어은'(水草魚隱) 속 쏘가리는 정교하긴 하지만 마치 죽은 물고기인 듯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11일 "이념(뿌리)이 바뀌면 예술양식도 달라진다"며 "지배이념이 주자성리학에서 이를 심화 발전시킨 조선성리학으로 바뀌면서 그림도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관람료 무료. ☎02-762-0442.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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