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호의 자화상.."이 순간,나의 실재감을 온전히 담아.."
도시를 벗어나 이곳 양평에 작업실을 옮긴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남들은 전원의 작업실을 부러워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시골집을 유지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으른 성격 탓에 집은 거의 방치상태나 다름없다.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일'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살기로 했다.
작업실에서의 하루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차 마시고, 음악 듣고. 스케치북에 끄적거려 보고, 그래도 기분이 안 나면 낮잠을 자거나 동네를 한 바퀴 돈다. 나의 그림은 즉흥적이기에 감성이 말랑말랑해지길 기다린다고나 할까. 흥(興)을 불러일으킬 예비동작인 셈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붓을 잡는다. 바닥에 한지를 펼쳐놓고 미친듯 휘둘러댄다. 그러나 십중팔구 파지로 변한다. 하지만 이 순간 나의 실재감을, 살아있음을 느낀다. 많은 파지엔 절망도 있고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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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전통에 뿌리를 두되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수묵작업에 몰두해온 조순호의 자화상. 질끈 감은 눈 너머로 '현대의 선비'다운 면모가 읽혀진다. |
창작이란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는 걸까. 여러 세월 작업해오며 새로움이나 변화, 혹은 전환의 국면을 굽이굽이 거쳐오면서 그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되묻곤 했다. 그것은 '반복의 묘(妙)'다. 그 묘한 것이 나를 이끈다. 바로 창작의 시점이다. 반복적인 마찰 끝에 당겨지는 불꽃처럼 그 어떤 에너지의 실체가 한 순간 펼쳐지는 게 내 작업의 결과물이다.
오랜만에 자화상을 그려 보았다. 수십 장을 그렸는데도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자화상을 자주 그리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동양의 마음, 우리 그림을 공부하면서 생긴 편견 때문인지모른다. 화가 자신이 인식하는 개성이나 성정(性情)을 표현하는 자화상은 서양미술에서는 흥미있는 화목으로 지속적으로 그려져왔다. 우리 그림에 있어서도 윤두서나 강세황에서처럼 격조있는 자화상이 더러 있긴 했다. 그러나 초상화에 비해 그리 자주 그려진 화목은 아니었던바, '자아와 실존'을 중시했던 서양문화 보다는, '자연과의 조화와 합일'을 우선시하는 동양문화가 은연 중 내 몸에 배었던 모양이다.
몇 년 만에 그려본 자화상 몇 점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아내와 아들은 그건 현재의 내가 아니라고 한다. '과거의 나'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확한 지적이다 싶다. 왜냐하면 내 마음 속에 완료되어있는 상은 -어찌되었거나 내가 자화상을 완성했으므로- 그건 이미 현재의 나는 아닌 것이다. 한 때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어느 시점의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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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않은 새와 꽃을 대비시킨 조순호의 근작 '꽃을 보다'. 힘찬 먹의 운용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
자화상을 그리면서 지금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길이란 원래 없는 것이어서 확고하게 걸으면 결국 길이 되고, 이리저리 맴돌면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자화상 속의 나는 과연 건강하고 안녕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복의 묘'로 인해 얻어지는 작업의 운동성이 확인시켜 줄 거라 믿는다.
일 년 후에 다시 자화상을 그리리라. 건강한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 < 글, 그림=조순호(화가) >

▷조순호 작가는
?= 충남 천안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조순호(55, 대진대 교수)는 유행사조에 아랑곳 없이 밀도있는 수묵화를 선보여온 화가다. 그의 수묵화는 강하고 억세다. 군더더기 같은 수식도 없다. 대부분의 수묵화가 농담의 적절한 운용이라든가 유려한 필선을 중시하지만 조순호는 이를 배제한채 과감한 흑백 대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일궈왔다. 필선들은 굵은 칼날로 그은 듯 힘찬 기세를 지니며 새와 꽃, 자연을 속도감있게 형상화한다. '강렬한 새(鳥)그림'으로 역량을 입증받은 그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 그 대상을 통해 발현되는 자신만의 정서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림 속 새들이 고독하고 불안한 인간처럼 비춰지는 것도 이러한 감정이입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 듯한 절대 정적 속에서, 고독과 관조를 뿜어내는 조순호의 수묵화는 '기운생동'의 맛을 잘 보여준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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