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기숙사 이야기](5) 곱등이

2010. 9. 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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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인터넷에서는 다들 곱등이, 곱등이 한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는데 찾아보고 나서는 기겁을 했다. 벌레라면 원래 질색하는 나인데 곱등이는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고 닭살이 돋았다. 어제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이 글을 10군데에 안 옮기면 오늘 밤 입 벌리고 자는 당신에게 곱등이가 침입해 알을 낳고 살 것이다."라는 글을 읽고 식겁해서 그날 밤 걱정하면서 잤다.

걱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 속에 있는 학교인 만큼 벌레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그거 하나 불편했었다. 시설, 음식, 어느 하나 집 못지않았는데 딱 하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그놈의 벌레! 저번 주 아침에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발을 간질이는 게 있어서 봤더니 엄지 손가락만한 벌레가 하수구 구멍을 통해 더듬이로 내 발을!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 벌레는 하루 종일 하수구에 갇혀있었는데 기숙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잡았다. 엄청 커서 곱등이인 줄 알고 봤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집게벌레의 모습.

기숙사에는 계절마다 곤충들도 변화한다. 날씨가 덥고 습한 여름이나 가을 때에는 지네가 기숙사를 엄습해온다. 3센티 정도 크기의 작은 지네들이 기숙사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루는 친구가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틀고 누워있었는데 목으로 뭔가가 떨어져서 봤더니 천장에 붙어있는 에어컨에서부터 떨어진 지네였다.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어 지네라 하면 몸부림친다.

겨울에는 대망의 외대충이다! 사실 이 벌레의 본명은 모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외대충으로 통한다. 이쯤 되면 각 방에 에프킬러와 젓가락은 필수다. 휴지를 물에 적셔 창문 밑에 있는 구멍도 모조리 막아버려야 한다. 이렇게 3년을 생활하다 보니 나름 벌레 퇴치법도 만들게 되고 벌레 잡는 능력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벌레를 싫어하는 것은 나나 내 룸메나 마찬가지다. 그저 벌레의 출현을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산 속에서 사니까 이 정도는 각오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등굣길에 찌그러진 개구리나 뱀 시체를 밟고 지나가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렇다, 실제 뱀 시체 밟은 적 있다. 졸면서 등교하다가 끈 같은 것을 밟아서 다시 봤더니 죽어있던 뱀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체가 살고 있는 우리 학교, 인적이 드문 깊숙한 산 속은 얼마나 더할까. 혐오스럽지만 벌레도 그냥 생태계 속에서 함께 공존해 나가야할 것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무서워하지 말기!

류예슬/용인외국어고등학교 3년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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