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족과 프리섹스족, 동거는 가능할까

강진구 기자 2010. 9. 24. 09: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업화된 물질문명을 벗어버리고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나체족'과 억압된 욕망의 해방을 강조하는 '프리섹스족'의 동거는 가능할까.

19세기 인상파 화가 마네와 모네를 통해 고전주의 미술에 자연의 빛을 선사했던 프랑스 남서부 해안이 다시 인간의 신체와 욕망을 둘러싼 어둠과 빛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일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유럽 나체족들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벌거벗은 해변' 프랑스의 '까프닥드'(Cap d'Agde)가 프리섹스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프랑스 해변 어디에서도 누드족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 최대의 나체족 휴양지 랑그독 해변의 까프닥드에서만은 그렇지 않다"고 소개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자연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웬만한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나체족들의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게 만든 것은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아니라 프리섹스족들의 문란한 성문화였다.

특히 이번 주에는 집단의 전통을 강조하는 나체족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주장하는 프리섹스족간의 해묵은 논쟁이 시 공청회와 공개시위로 발전하면서 유럽 전역의 시선이 프랑스의 작은 해변가 마을에 집중되기도 했다.

나체족들은 까프닥드에 10년전부터 프리섹스족들이 들어와 스와핑등 외설적인 성문화를 퍼뜨리면서 수십년간 유지돼온 고유의 자연주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프리섹스족의 추방을 요구하는 한 나체족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태양과 함께 살기 위해 이 곳을 34년전에 사들였다"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짐승(프리섹스족)들로 둘러쌓여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시위 참가자는 "종종 마을에는 벌거벗은 사람보다 옷을 입은 사람이 더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우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임에도 그들(옷을 입은사람)은 우리를 별종처럼 쳐다보고 있다"고 프리섹스족에 대한 행정당국의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무소속 시의원인 플로렌스 드네스테브도 "어느날 아침 깨어나 보니 카프닥드가 유럽의 프리섹스의 수도로 변하고 있었다"며 "프리섹스족들의 난잡함으로 시 이미지가 고착화되기전에 시장이 행정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0년전 자연주의 마을로 처음 출발한 까프닥드는 2㎞에 달하는 해변과 항구·마리나 시설을 바탕으로 매년 4만명의 나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까프닥드에는 누드족들을 위한 캠프사이트와 아파트, 호텔, 상점, 레스토랑, 술집, 미용실은 물론 누드족 전용 우체국과 은행들이 들어서 유럽에서는 '나체 시티'(naked city)로 통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에덴의 정원' '바빌론의 정원'으로 불리는 스와핑호텔과 섹스클럽이 들어서면서 까프닥드가 프리섹스족들의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는 게 나체족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까프닥드를 방문했던 아이리시 인디펜던트 기자인 다이드레 모리세이는 "까프닥드를 유지해온 엄격한 규율들이 상업적 목적을 가진 쾌락주의자들의 침입에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여행중 조용한 오후를 보내기 위해 카푸치노를 한 잔 시키고 카페에 앉아있는데 몸에 짝 달라붙은 경찰제복을 입은 젊은이가 들어와 공개적인 밀애를 즐기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며 까프닥드의 전통이 급격히 무너지는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까프닥드의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아직은 최근 사태를 '강건너 불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까프닥드 출신 의원인 킬레스 데토르는 "우리는 나체족들에 의해 제기된 모든 불만을 검토한바 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은 이미 완료된 상태"라며"소수자(프리섹스족)들이 마을의 전통을 파괴하는 행동을 금지하는데 필요한 더 이상의 금지법안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까프닥드 시장도 "스와핑이나 외설적 행동은 우리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진행되온 자연스러운 트렌드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주민들의 성행위 습관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길 거절한다"며"4만명의 누드족들 한명 한명을 위해 경찰관을 배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엄격한 행정단속을 요구하는 나체족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