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정범 감독 "원빈 거울신, 사실은 팬서비스" (인터뷰)

2010. 9. 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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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김지윤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원빈이 '한낱' 아저씨로 변신했다. 그러나 영화 '아저씨'를 본 사람이라면 이 한 문장 속에 내포된 수많은 함축적 의미를 떠올릴 것이다. 배우 원빈을 '연기도 잘하는 꽃미남'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물론 전형적인 '아저씨'의 개념을 바꿔버린 영화의 또 다른 히어로, '아저씨' 이정범 감독을 만났다.

"당연히 기분이 좋죠. 솔직히 이렇게 까지 잘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 댓글 중에 '액션영화를 표방한 아저씨, 끝까지 액션이라 좋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끝까지, 용서 없이 계속된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는 뜻이잖아요. 전 그 문구가 참 좋았어요."

이정범 감독은 실제 시네마 키드도 아니었고 소위 영화에 '미쳐있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탑건'을 재미있게 본 일반 관객에 불과했다. 그러다 제대 후 취업을 고민하던 찰나 '영화나 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충무로에 발을 담갔다. 본인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이 감독은 스스로도 "싸가지가 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데뷔작인 '열혈남아'로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사람이 뭘 하든 배우고 얻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열혈남아'를 찍고 나서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 '아저씨'는 관객들이 조금 숨 가쁘다 느낄 정도로 재미있게 찍어보고 싶었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나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미지화 했다고 했는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태식(원빈)과 소미(김새론)의 관계에 있어 의외로 소통하지 못한 대목들이 있더라고요."

감독 스스로가 자신을 '평범한 아저씨'라고 겸손히 낮춘 탓일까. 유난히 관객들은 단순하지만 강렬했던 영화 제목에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그는 영화의 가제이자 극중 여자 주인공인 소미가 태식을 부르는 '아저씨' 호칭이 유치하면서 독립영화 제목 같아 부담없이 제목으로 삼게 됐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불특정 다수를 부르는 호칭인 아저씨는 솔직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이 담겨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미지를 바꾼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언젠가 '아저씨=원빈'이라는 공식도 깨지겠지만 올해 그것 하나만이라도 변화시켰다면 전 만족해요."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이 감독은 나문희와 설경구가 그랬듯이 원빈과 아역 김새론을 어색함 없이 묶어냈다. 원빈 역에 설경구 등 내로라하는 충무로 배우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긴 했지만 그는 영화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원빈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빈이는 진중해요. 잔머리를 굴리는 스타일이 아니죠. 말 하나도 아껴가면서 뭐랄까. 속정 깊은 남정네라고 해야 할까요? 흥행을 떠나서 작업 느낌이 참 좋았어요. 물론 처음부터 스타를 썼으면 대박 나기 더 쉬웠겠죠. 그렇지만 전 원빈을 믿었어요."

그러나 이 감독은 원빈의 캐스팅을 애초부터 염두해 두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시나리오를 읽은 원빈이 자처해 하고싶다는 뜻을 밝혀왔을 때 '뜨악'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담 없이, 그러나 적절한 긴장감으로 유지되는 배우와 감독간의 무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까. 영화 '아저씨'는 원빈을 위한, 원빈에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제대로 '터졌다'.

"원래는 40대 남자가 주인공이었어요. 그런데 빈이는 자기 나름대로 캐릭터를 분석해왔더라고요. 그 열정에 감동했죠. 뭐 찍으면서도 우월한 유전자에 혀를 내둘렀고요. 웃자고 한 소리이긴 하지만 첫 테이크 찍고 나서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그의 근사함에 '너무 멋있잖아' 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어요. 묘했죠. (웃음)"

또 이 감독은 여성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일명 '머리 자르는 거울 신'에 숨겨진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애초 짧게 편집될 부분이었지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쉬어가는 타이밍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배려하게 된 것이라고.

섬세함과 거침이 묻어있는 이정범 감독. 남성 액션영화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그는 "그렇다"고 수긍했다. 멜로라는 장르가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때문에 차기작 역시 액션물로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원빈과 저는 흥행에 있어 비관적이었어요. 그냥 30만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승전결에 시계 볼 시간이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관객들이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그런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좋게 봐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기분은 좋네요."

한편 원빈 김새론 주연 '아저씨'는 아픔을 겪고 세상을 등진 채 살던 한 남자 태식(원빈 분)이 범죄조직에 납치된 유일한 친구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 분)를 구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지윤 june@newsen.com / 정유진 noir197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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