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군 무기 60] 공격헬기의 눈 'Bo-105' 헬기
[서울신문 M&M]
1998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에어쇼장.
둥근 동체와 아담한 크기, 얼핏 육군의 500MD정찰헬기를 떠올리는 생김새였지만 이보다 한 둘레 더 큰 헬기가 선을 보였다.
잠시 후 시범비행을 벌이기 시작한 이 헬기는 헬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고기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매우 날렵하게 비행하던 이 헬기는 360도로 회전하는 '루프'(Loop) 비행을 선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로터의 회전으로 발생하는 양력을 이용하는 헬기의 특성상 루프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헬기의 중량 대 출력비가 높고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헬기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국형 경헬기 사업(KLH)의 결과물인 유로콥터사의 'Bo-105'헬기였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기종은 당시에는 최신 개량형이었던 'Bo-105 CBS5'로, 지난 2000년 1월 한국우주항공산업(KAI)에서 생산한 첫 헬기가 육군에 인도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12대의 헬기가 군에 도입됐다.
◆ 유로콥터? Bo-105?
Bo-105 헬기는 유럽의 다국적기업인 유로콥터사에서 제작한 헬기로, 우리나라가 VIP수송용을 제외하고 군용으로 미국제 이외의 헬기를 도입한 건 Bo-105가 처음이다.
덕분에 'AH'(공격헬기), 'UH'(수송헬기) 등의 미국제 헬기와 비교해 이름이 생소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헬기는 1967년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며 전 세계적으로 1500여 대가 팔려나간 베스트 셀러 헬기다.
'Bo'란 이름은 개발사인 독일의 뵐코브(Bölkow)에서 따왔으며 이후 뵐코브사를 비롯해 독일의 3개 회사가 통합된 MBB사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MBB사는 1991년에 유로콥터사로 합쳐졌으며, 베스트셀러인 Bo-105헬기 역시 유로콥터사에서 2001년까지 생산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Bo-105 헬기는 주로 민수용으로 많이 팔려나갔으나 개발국인 독일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군용으로 사용 중이다. 특히 독일군은 이 헬기를 정찰용 외에도 사정거리 4㎞의 'HOT'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해 공격헬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 헬기는 경헬기 중엔 보기 드문 후방도어가 설치돼 있으며, 우리나라에 도입된 'Bo-105 CBS5'형은 환자를 수송할 수 있도록 동체가 약간 확장됐다.
◆ 130대가 12대로… KLH사업
1988년, 육군은 당시 운용 중이던 '500MD' 정찰헬기를 대체할 '한국형 경헬기'(KLH) 도입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의 개요는 1993년부터 99년까지 면허생산을 통해 약 130여 대의 경헬기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사업자로는 대우중공업이 선정됐으며, 대우중공업은 이를 위해 별도의 헬기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1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 대우중공업은 이 사업을 바탕으로 2010년경 세계 4위권의 헬기 제작사로 발돋움한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축소를 거듭, 결국 12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축소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에 그 배경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고, 사업기간 중 이양호 전 국방장관이 대우중공업으로부터 1억 5000만 원 가량의 뇌물을 수수한 사건, 삼성항공의 경헬기 사업진출, IMF사태 등 정·재계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는 항공 관련 부문을 통합해 '한국우주항공산업'(KAI)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 첨단 표적탐지장치 NHSS, 그러나…
우리나라가 도입한 Bo-105 CBS5 헬기는 엔진 열기를 탐지해 쫓아오는 적외선 유도미사일을 속이는 적외선재머(IRCM)를 비롯해 레이더에 탐지됐을 때 경보를 울려주는 'RWR', 채프/플레어 발사기 등 소형헬기치곤 방어장비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
또 중기관총과 로켓탄으로 무장할 수 있어 화력지원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헬기는 캄캄한 야간에도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NHSS'(Night Hawk Sighting System)를 장착하고 있다. 이 장비는 주간에는 최대 18㎞, 야간에도 5.3㎞ 밖의 적을 찾아낼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NHSS는 헬기의 조종석 위쪽에 설치돼 있어 기체를 전부 드러내지 않고도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장비 덕분에 Bo-105 헬기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AH-1S' 코브라 공격헬기와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Bo-105 헬기가 적진에 투입돼 적을 찾아내고 표적을 지정하면 공격헬기들이 이를 공격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 3월 국회 국방위에서 밝혀진 바로는 모두 13대가 도입된 NHSS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장비는 단 2대로 가동률이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를 제작한 미국의 업체가 도산하거나 운영난에 빠져 수리 부품의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말부터 NHSS에 대한 정비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되는 육군의 Bo-105 헬기는 NHSS를 떼어내고 있는 경우가 많이 목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Bo-105 CBS-5헬기 제원
길이 : 약 11.8m
높이 : 약 3m
중량 : 약 1.3t
최대 이륙중량 : 약 2.5t
무장 : FN HMP 12.7㎜ 기관총, 70㎜ 로켓탄 발사기 등
엔진 : 엘리슨 250-C20B 터보샤프트 엔진 2기
속도 : 약 240㎞/h(최대)
작전반경 : 약 570㎞
승무원 : 2명+4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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