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명단 발표..스펙전쟁에 기름붓는 격"
교육과학기술부가 7일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 명단을 꺼내 들었다. 이날 교과부 발표 직후 30개 대학 리스트가 포털 사이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부실 대학으로 지목된 학교들은 때 아닌 날벼락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교과부의 조치에 '부실대학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교과부는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를 대상으로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전임교원확보율 등의 성과지표를 평가한 결과, 제한대출 그룹 24개교와 최소대출 그룹 6개교를 '부실 대학'으로 지목했다. 제한대출 그룹에 속하는 학교의 학자금 대출한도는 등록금의 70%까지며 최소대출그룹 6개교는 등록금의 3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제한대출 그룹에는 광신대,남부대,대구예술대,대구외국어대,대신대,루터대,서남대,성민대,수원가톨릭대,영동대,초당대,한려대,한북대 등 4년제 13개교와 극동정보대학,김해대학,대구공업대학,동우대학,문경대학,백제예술대학,부산경상대학,상지영서대학,서라벌대학,영남외국어대학,주성대학 등 전문대 11개교가 포함됐다. 최소대출그룹에는 건동대,탐라대 등 4년제 2곳과 경북과학대학,벽성대학,부산예술대학,제주산업정보대학 등 전문대 4개교가 포함됐다.
교과부는 부실대학으로 '찍힌' 대학들이 자구책을 마련해 회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당초 그림대로 흘러갈지는 의문이다.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둘 경우 신입생들이 해당 대학 입학을 기피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또 재학생들도 '부실대 학생'으로 낙인 찍혀 외부활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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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이런 식으로 재학생충원률·취업률 등의 지표가 더 추락하면 해당 대학은 자구책을 마련할 틈도 없이 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교과부의 기대대로 명단에 오른 대학들이 노력 끝에 부실대학의 오명에서 벗어나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낙인은 대학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또 루터대, 수원가톨릭대, 한북대 등 4년제 3곳과 극동정보대 등 전문대 1곳을 제외하면 대출제한 대학 대부분이 지방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지방대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육성하겠다던 최근 교육방침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으로 보인다. 또 교과부가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등은 서울과 지방의 인구 밀도나 학력격차 등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계 및 시민단체는 이번 명단 발표로 지방대 기피 현상이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7일 논평에서 "교과부는 대출제도의 건전성 유지와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 유도라는 취지를 들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방안이 당장에는 높은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 학부모들에게 이중의 통과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학자금 대출 제한이 대학개혁의 수단이 될 수 없고, 대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피해만 돌아갈 것이라 판단하며, 이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토론방에서 한 누리꾼은 "대학이 정부의 기준 그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면 과연 그것이 대학인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며 "한마디로 '스펙 전쟁에 기름붓는 부실대학 발표'라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학자금 대출 제한 조치가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덧붙여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학자금으로 대학을 강제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발상은 정부의 '성과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은 "교과부의 발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계획은 없다. 다만 일전에 교과부에 대출한도 제한 완화를 요청한 부분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 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교과부의 이번 조치가) 대학 교육의 질이 향상 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혜미 기자 /ha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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