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다카코 '적수에서 친구로'

2010. 8. 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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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0년대 한·일 배구스타

"그땐 네가 참 미웠는데…"

2년 전부터 '우정' 키워

"당시엔 네가 정말 미웠다"는 조혜정 감독(57·GS칼텍스·사진 오른쪽)의 말에, 시라이 다카코(58·한국이름 윤정순·왼쪽)가 활짝 웃으며 "나도 당신이 정말 미웠다"고 화답했다.

30여년 전 같은 민족이면서도 국적을 달리한 채 '적'으로 싸웠던 아픔이 이젠 오랜 우정으로 남아 뜻깊은 만남으로 이어졌다. 한국 올림픽 사상 구기종목 최초의 (동)메달을 따냈던 조혜정 감독, 그리고 당시 한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일본대표팀 에이스 시라이 다카코. 둘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들이었다. 1m65의 단신 조 감독이 '날으는 작은 새'로 아시아와 세계 무대를 두드릴 때, 재일동포 다카코는 1m81의 훤칠한 키로 대표팀 9년 동안 1972년 뮌헨올림픽 준우승, 1974년 멕시코세계선수권 우승, 1978년 월드컵 우승 등 일본 여자배구의 최전성기를 이끌며 세계랭킹 1위를 달렸다.

수원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배구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컵 대회에 출전중인 조 감독을 응원하러 한국을 찾은 다카코는 30일 지에스칼텍스가 도로공사에 진 뒤 "지에스칼텍스의 선수가 뒤로 물러나며 수비를 하는 탓에 리시브가 불안했다"고 조언했다. 다카코는 또 "세월이 변했어도 배구의 기본과 사람이 생각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며 "조 감독이 생각하는 배구를 그대로 실천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둘의 만남은 34년 만에 이뤄졌다. 조 감독은 "몬트리올대회 당시 일본대표팀 선수였던 아라키타 유코가 2년 전 여자그랑프리대회 일본 단장으로 방한해 만났을 때, 나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그게 누군가 했더니 바로 다카코였다"고 했다. 조 감독이 올 2월 일본에 간 김에 다카코와 극적으로 만났고, 5월 다카코의 지에스칼텍스체육관 방문에 이어 이번 방한이 세번째 만남이 됐다. "1974년 테헤란아시아경기대회였지요. 다카코가 자기 가방에 붙어 있던 액세서리를 풀어 내 가방에 몰래 붙여준 적이 있었어요. 서로 사이가 멀었던 당시로선 좀 의아했었죠." 조 감독은 당시 일본대표팀 감독이 다카코를 애지중지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꺼렸을 뿐 아니라, 재일동포라는 점 때문에 한국 사람에 대해선 더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다카코가 "내 현역 시절 딱 두 번 졌는데, 그 상대 중 하나가 한국팀"이라고 하자, 조 감독은 "네가 한국에서 뛰었어도 몬트리올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했다.

도쿄 일원에서 초·중학교 학생들의 배구전도사(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다카코는 12월 국내 시즌 개막 전에 다시 한국을 찾아 조 감독과 우정을 나눌 계획이다.

수원/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사진 SS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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