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착하다, 블록버스터 전쟁뮤지컬 '생명의 항해'

이재훈 2010. 8. 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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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6·25 동란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선보인 뮤지컬 '생명의 항해'는 목적지를 향해 시종일관 달려간다.

6·25 참전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것이 목표점이다.

윤호진(62·한국뮤지컬협회장) 총감독의 "6·25 동란 때부터 우리를 도와준 수많은 나라에게 당신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며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는 말에 작품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1950년 11~12월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작전이 배경이다. 특히, 2박3일 동안 북의 피란민을 거제도로 탈출시킨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항해에 주목했다. 흥남 철수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0만명을 구출한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철수작전으로 기록돼있다. 메러디스빅토리는 무려 1만4000여명을 태우고 탈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조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극은 국군 소위 '해강'이 메러디스빅토리에서 혼란을 일으킨 인민군 '정민'과 벌이는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군복무 중인 탤런트 이준기(28)와 주지훈(28)이 각각 한국군 소위 해강과 북괴 장교 정민을 연기한다. 역시 군인인 뮤지컬배우 김다현(30)이 해강과 그의 가족의 탈출을 돕는 미군 병사 '데이비스'를 맡았다.

무엇보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품 등을 비롯한 세트 규모다. 한국뮤지컬협회와 공동제작한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M1 개런드(5정), M1 칼빈(10정), PPSH-43(20정) 등 군이 실제로 사용한 총기 45정을 무대에 올렸다. 대검과 장구류, 군장, 수통, 철모, 모포, 무전기, 쌍안경, 탄박스 등 모두 군이 쓰는 물품을 배우들이 착용 또는 소지했다.

배우들은 회당 50발에 가까운 공포탄을 쏘며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치열했던 6·25를 재현해 낸다. 탱크 모형을 통해 회당 3~5포의 대포도 발사한다. 메러디스빅토리는 길이 18m, 높이 6m의 세트로 재현됐다.

연예 사병을 포함,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장병 50여명이 무대 구석구석을 꽉꽉 채운다. 이 많은 배우들이 한 데 어우러지며 중공군과 싸우고, 메러디스빅토리에 탑승하려고 발버둥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들에서 한동안 멈춰 있는 연기는 영화와도 같은 장엄감을 뿜는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피란민들의 메러디스빅토리 탑승 장면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떠올린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떠나려고 할 때 베트남인들이 헬기에 탑승하려고 철조망을 뚫으려는 바로 그 신이다. 이와 함께 메러디스빅토리가 항구를 떠나는 장면도 꽤 그럴 듯하게 표현됐다.

이렇게 작품은 제작비 문제로 인해 상업용 뮤지컬은 엄두도 내지 못할 요소들을 과감하게 끌어들였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 등에 참여한 독일의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의 웅장한 음악도 극의 스케일을 더욱 거대하게 부풀린다.

배우들도 호연했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준기는 21일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도중 이마를 50바늘 꿰매는 사고를 당했지만, 열연한다. 상당한 가창력을 뽐낸 것은 물론 좋은 발성 톤을 선보이며 상당한 신뢰감을 안긴다.

입대 전인 지난해 초반 '돈 주앙'으로 뮤지컬 무대를 경험한 주지훈도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수많은 뮤지컬에 출연한 김다현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간다. 뮤지컬배우 문종원과 윤공주는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잡는다.

하지만 작품의 목적성은 태생적 한계를 스스로 지정한다. 중간중간 교조적 장면들이 지루하다. 극이 늘어진다. 어쩔 수 없이 혹은 당연히 삽입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을 만하다. 참혹한 전장에서도 새로운 생명은 태어나고 그 생명은 후대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착한 뮤지컬을 표방하기에 그렇다. 단, 극의 최고 긴장점이어야 했을 해강과 정민의 대결이 폭발력 없이 쉽게 누그러지는 것은 못내 아쉽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권호성 감독이 연출한다.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독일의 작곡가 슈타우다허, 유희성 예술감독 등도 참여한다. 29일까지 볼 수 있다. 3만3000~6만6000원. 1544-1555

건전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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